“적설량 고작 30㎝ 견디게 지어”… 60㎝ 폭설에 속수무책

100여 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경북 경주시 양남면 마우나오션리조트 체육관 붕괴사고는 ‘허술한 건물 설계’ ‘리조트 측의 부실한 건물 관리’ ‘대학 측의 무성의한 학생 관리’ 등이 뒤엉킨 총체적인 부실이 만들어낸 전형적인 인재(人災)라는 지적이 대두되고 있다. 체육관은 지진에는 대비했지만 폭설에는 취약한 구조로 설계된 측면이 높은 데다 허술하게 지은 정황도 속속 드러나고 있다. 또 대학 측은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행사에 방관자적 입장을 보이는 등 제대로 대처하지 못해 피해를 키운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 체육관 설계는 지진 대비용? = 19일 사고가 난 체육관과 관련된 전문 기술사 등에 따르면 지난 2009년 6월 체육관 설계자가 경주시에 제출한 구조안전확인서에는 체육관은 반응수정계수, 초과강도계수, 지진지역, 변위증폭계수 등을 종합해 규모 6.5의 지진이 발생해도 견딜 수 있도록 설계된 국내 원자력발전소에 버금가는 규모 6으로 내진설계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리조트는 월성원전 부근에 위치해 있으며 활성단층대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체육관은 기본 지붕 적설하중계수, 노출계수, 온도계수 등을 따져 눈이 올 경우 1㎡당 약 50㎏의 적설하중, 즉 적설량 20∼30㎝에 견디도록 설계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지역은 지난 9일 이후 1주일 동안 50∼60㎝의 폭설이 내려 당시 설계로 따지면 2∼3배나 높은 적설하중이 결국 지붕 붕괴를 낳은 셈이 됐다.

그러나 체육관은 적설하중과 관련, 일단 건축법에 맞춰 설계돼 경주시는 당시 건축 승인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건축법은 100년 동안의 적설량을 기준으로 인천, 강원 속초·강릉·대관령, 경북 울릉 등 5개 지역은 1㎡당 80∼700㎏, 그 밖의 지역은 대부분 50㎏에 견디게 건물을 짓도록 적설하중이 규정돼 있기 때문이다.

정재동(건축공학) 대구대 교수는 “이번 사고는 설계 당시 적설하중을 훨씬 웃도는 폭설이 지붕에 쌓였음에도 불구하고 제때 제설작업을 하지 않고 체육관을 개방한 마우나오션리조트의 안전불감증이 큰 원인이지만 이상기후로 남부 지역에도 심심찮게 내리는 폭설에 대비한 적설하중 기준이 매우 낮고 두루뭉술하게 적용되는 것도 문제”라며 “이상기후 변화에 대응하는 적설하중 기준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와 달리 눈이 많이 내리는 일본 홋카이도(北海道)나 캐나다 등은 기후대별로 세분화해 적설하중을 차별화하는 건축법을 엄격하게 적용하고 있다.

◆ 부실한 건물 관리 = 사고가 난 체육관에서는 부실 시공의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건물 정면과 측면에는 건물을 지탱하는, 서까래 역할을 하는 쇠파이프가 7개씩 있고 그 사이사이 보조 서까래 파이프가 하나씩 들어가 있었다.

하지만 ‘工’자 형태로 된 파이프이기 때문에 정면에서 볼 때는 약 15㎝ 정도지만 결국 지탱하는 핵심 역할을 하는 부분이 얇아 하중을 견디기에는 역부족이었던 것으로 보였다. 보조 서까래도 숫자가 부족하고 두께도 얇으며 아래서부터 천장까지 하나의 파이프로 연결돼 있는 게 아니라 두 개로 나눠져 있기 때문에 일관된 힘을 받지는 못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전문가들은 “사고가 난 구조물은 체육관 형태이기 때문에 가운데 기둥을 놓을 수 없으므로 서까래를 튼튼하게 트러스를 짜 넣어야 하고 지붕이 높은 하중을 견디려면 샌드위치 패널에도 더 두꺼운 철판을 사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해당 체육관의 샌드위치 패널은 글라스 패널로 시중에 나온 것 중에 가볍고 무게를 잘 견디지 못하는 패널에 속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전문가들은 “패널은 7㎝ 짜리를 사용했으며, 시중에서는 보통 이보다 2배 이상 되는 두께의 패널을 사용한다”고 설명했다. 결국 충격이 가해지면 큰 사고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특히 체육관 출구는 성인 남성 7∼8명 정도가 한 번에 지나갈 수 있을 정도인 3∼4m 정도로 넓은 통로만 정면에 하나 있을 뿐 뒤쪽으로 난 출구는 공연을 위한 무대 설치 때문에 막혀 있어 하나뿐인 출구로 학생들이 대피하느라 큰 소동이 벌어졌던 것으로 확인됐다.

◆ 학교 당국의 수수방관 = 이번 참사를 두고 부산외대 측은 총학생회에 책임을 미루는 볼썽사나운 모습을 연출하고 있다. 학교 측은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및 환영회를 총학생회 측이 외부에서 1박 2일 행사로 강행하자, 신입생 등 학생 1000여 명이 참석하는 데도 교통비 외에 재정지원금을 주지 않고 거의 방치하다시피했다. 학교 측은 학생들의 과도한 음주와 음주운전 등을 방지하기 위해 외부 감독 차원에서 교학처장인 교수 1명과 교직원 2명을 보냈을 뿐, 행사를 주도적으로 지도하지 못하는 방관자적 입장을 보였다.

학교 측은 “총학생회가 독자적으로 행사를 강행해 말릴 수가 없었다”며 총학생회에 책임을 떠넘기기에 급급한 모습도 보였다. 또 총학생회 측은 눈이 쌓여 건물이 위험한데도 사고 당일인 18일 오후 8시 30분부터 30여 분 가량 각종 공연장비를 이용해 이벤트업체의 레크리에이션 진행 사회로 무리한 진동을 유발하는 음악공연 등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주 = 박천학·이후연 기자 kobbla@munhwa.com
부산 = 김기현 기자 ant735@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