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한 날것… 그 明과 暗 화폭에 담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높은오름’

“그때그때 재빨리 대상을 묘사하다 보면 밀도는 떨어지겠지요. 그러나 미완성인 채 실수까지 생생한 날것이 재미있고 의미있다고 생각합니다. 잘 그려야겠다기보다 자연스럽게 손이 가는 대로, 즉흥적인 상념의 표현이 드로잉의 묘미입니다.”

고향 제주에서 작업하는 화가 강요배(62) 씨가 드로잉만의 개인전을 서울 종로구 삼청로 학고재갤러리에서 3월 말까지 연다. 지난해 봄 전시에서 바람에 일렁이는 바다와 산 등 제주의 풍경과 자연을 담은 캔버스유화를 발표한 작가. ‘강요배 소묘 : 1985∼2014’전을 통해 제주의 돌하르방 등 30여 년간의 드로잉 50여 점을 발표한다. 지난 연초 삼성혈, 관덕정 등지에서 작품당 10∼15분 만에 그린 제주 특유의 돌하르방 그림의 경우 각기 다른 표정과 돌의 깎인 정도가 미묘하게 잘 표현돼 있다.

“늘 많이 봐서 안다고 여겨온 대상도 막상 그리다 보면 특이하고 새로운 면을 발견하게 됩니다. 연습 삼아 가볍게 작업한 드로잉을 모아 완결되지 않은 중간 과정까지 보여주는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작가는 간결한 선과 색으로 묘사한 풍경화와 인물화도 선보인다. 풍경화는 작가가 1998∼2007년 금강산 등지의 북한 문화유적 답사를 통해 그린 ‘구룡폭’ ‘만폭동’ ‘비파담’ 등 북한 풍경들이다. 어느 해 늦여름 금강산 답사중 해변의 암벽을 짙은 바다와 대비해 묘사한 ‘해금강’, 백두산 금강대 답사 중 “북한 가이드의 노래 한자락을 들으며 눈 감고 그린” 추상화 같은 ‘금강대 물소리’ 등, 종이에 차콜 파스텔 등으로 표현한 드로잉은 짙은 유화 이상으로 강력한 이미지를 전한다. 중국 명나라 말기의 화가 팔대산인(八大山人)에 심취해 있는 작가는 팔대산인의 함축적인 필선을 재해석한 아크릴물감 소재의 작품 ‘붉바리’ ‘오하’도 함께 선보인다.

작가의 유화로 친숙한 호박, 수선화와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를 종이그림으로 만나는 묘미도 각별하다. 작가는 ‘농부’ ‘여인’ 및 이국 남녀를 특징적으로 묘사한 인물화도 발표한다.

신세미 기자 ssem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