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인터뷰>“인류, 신종 바이러스 가득한 ‘판도라 상자’ 매일 열어”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가 지난 2월 26일 병원 연구실에서 신종 바이러스에 따른 감염병 방역의 원천적 한계를 설명하며 고민스러운 듯 머리를 쓸어올리고 있다. 심만수 기자 panfocus@munhwa.com

판도라는 죽음과 병, 질투와 증오와 같이 인간에게 해악이 되는 것들을 세상에 풀어놓은 여자다. 그러나 사실 진짜 재앙은 판도라 자신이었다. 제우스는 프로메테우스가 인간들에게 선물한 ‘불’에 걸맞은 재앙을 주기 위해 판도라(신의 선물)를 만들었다. 바이러스는 판도라의 상자처럼 자신이 원래 있던 곳에 존재할 때 누구에게도 해를 끼치지 않는다. 인간에 의해 강제이주를 당하거나 형태변화(변이)를 강요받을 때 치명적 존재가 된다. 결국 모두가 평화롭게 공존하는 지구상에서 진짜 해악, 즉 판도라는 인간이다.

김우주(55)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스스로를 인기 없고 돈을 못 버는 의사라고 말한다. 그러나 올 초 유행한 조류인플루엔자(AI)와 관련, 공익광고 모델로 나설 정도로 감염병에 관한 한 국내 최고 권위자다. 감염병의 특성상 발생하지 않을 땐 까맣게 잊어지지만 일단 발병하면 전 사회가 몸서리를 치면서 그를 찾는다. 그가 인기 없는 감염병을 전공한 이유도 의사라면 사회에 뭔가를 기여해야 한다는 소박한 소명의식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의 고집스러운 행보가 인플루엔자 ‘백신주권’을 곧추세웠고 항체치료제 개발 기술을 세계적 수준으로 끌어올렸으며 바이러스에 대한 인식을 바꾸고 있다.

AI의 기세가 등등하던 지난 2월 26일 고려대 구로병원 연구실에서 만난 그는 여느 의사나 교수와 달리 기자를 편하게 대했고 사진촬영에도 적극적으로 응했다. 감염병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제고하기 위해 이러저리 뛰어다니다 보니 감염병 대변인이 된 것 같다고 했다. 그러나 막상 인터뷰가 시작되자 바이러스와 감염병에 대한 그의 깊은 고뇌와 열정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최근 잇따라 등장하고 있는 신종 바이러스들은 과거에 몰랐을 뿐 오래전부터 존재했던 것 아닙니까.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소스(source:기원)는 야생 철새입니다. 철새의 장에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무수히 많지만 아무런 증상을 일으키지 않습니다. 수십만 년간 적응이 돼 서로 친구가 된 겁니다. 현명한 공존입니다. 왜냐하면 바이러스도 숙주가 죽으면 소멸하거든요. 대신 야생철새는 배설물을 통해 바이러스를 퍼트리는 매개체 역할을 합니다. 몇 만 년 전인지 모르지만 이처럼 야생철새를 통해 인류에 감염된 것 중 하나가 계절 인플루엔자(독감)입니다. 그런데 이 계절 인플루엔자는 인체에 어느 정도 적응했습니다. 매년 유행하지만 숙주인 인간을 죽일 정도의 증상을 일으키진 않습니다. 적당히 가볍게 앓다 보니 사람들이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아 여기저기 퍼트리기도 합니다. 말 그대로 현명한 바이러스죠. 반면 에볼라 출혈열 바이러스의 경우 감염된 사람들은 며칠 사이에 모두 죽어버립니다. 이처럼 단기 치사율이 높으니 전파가 잘 되지 않습니다. 미련한 바이러스인 셈입니다. 10여 년 전 처음 인체감염을 일으킨 H5N1도 인체와 낯설다 보니 폐로 들어가 심한 염증을 일으키고 결국 숙주인 인간이 호흡부전으로 사망하게 됐습니다. 2003년 사스도 마찬가지여서 전 세계 8000여 명이 감염되고 이 중 900명이 죽어 치사율이 9% 정도를 기록했습니다. 나중에 사스 바이러스를 조사해보니 코로나 바이러스였습니다. 감기 바이러스의 변종인데, 애초에 중국 남부 광둥(廣東)성 지역 동굴에 있는 박쥐에서 시작됐습니다. 이게 사향고양이에게 감염되고 사향고양이를 조리하던 요리사가 병에 걸리고, 그 요리사가 병원에 가는 바람에 진찰하던 의사가 감염되고 그 의사가 홍콩의 친척 결혼식에 갔다가 발병을 해서 호텔 10층에 있는 여행객 십여 명이 다시 감염되고 이 사람들이 비행기를 타고 미국과 캐나다, 베트남으로 가서 바이러스를 퍼트렸습니다. 이처럼 야생에 숨어 있던 바이러스들이 처음 인체감염을 일으키면 치명적인 것이 됩니다.”

―결국 지구상에 지금도 무수한 바이러스가 있는데 인체 감염 통로를 찾지 못한 것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코로나 바이러스는 박쥐,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철새, 에이즈는 아프리카 원숭이로부터 시작됐다고 합니다. 이처럼 신종 감염병의 75%가 인수공통 감염병입니다. 동물에서 사람으로, 사람에서 동물로 왔다가 갔다가 하는 것들이죠. 1970년대 중반 이후로 지금 거의 매년 새로운 신종 감염병이 출현을 하는데, 지난해의 경우 3종의 신종 바이러스가 한꺼번에 출현했습니다. 중동에서는 사스, 중국에서는 H7N9, 한국에서는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SFTS)이 출현했죠. 그러니까 이제는 한 해에 2∼3개씩 신종 감염병이 생겨도 놀랍지 않을 수준이 됐습니다.”

―옛날에도 신종 감염병이 발병했는데 미처 몰랐던 건가요 아니면 최근 들어 실제로 신종 감염병이 늘고 있는 건가요.

“실제로 늘어나고 있습니다. 감염병이 발생하려면 병원체인 바이러스, 숙주인 사람이나 동물, 온도·습도·인구밀도 등 환경이 필요합니다. 환경은 대단히 중요합니다. 100년 전인 1914년에 비해 감염병이 확실히 늘었습니다. 당시에는 세계 인구가 20억 명이 채 안 됐을 겁니다. 그런데 지금은 70억 명입니다. 그리고 당시에는 감염병이 유행하는 데 3개월이 걸렸습니다. 사람들이 세계일주를 하는 데 대략 80일 정도 걸렸으니까요. 그런데 지금은 하루 반이면 지구 반대쪽으로 갈 수 있습니다. 결국 숙주가 되는 사람이 많고 더 빨리, 더 많이 이동하니까 감염병의 확산도 빨라집니다. 더구나 사람뿐 아니라 가축이나 동물 등의 이동도 활발합니다. 이들을 통해 바이러스가 옮아갈 수 있습니다.”

―예전에는 정글에만 살고 있었던 바이러스들이 결국 인간과 문명의 발전을 통해 인간세계로 나오는 셈이군요.

“네. 우리는 신종 바이러스가 가득 담긴 판도라의 상자를 계속 열고 있습니다. 오지 여행을 하고, 열대우림에 댐을 건설하는 등 각종 개발공사를 지속하면서 열대우림 등 오지의 동물에 적응해 있던 바이러스를 인간세계로 끌어들이고 있는 것입니다.”

―최근 유행하고 있는 AI와 관련, 철새가 옮겼을 것이라는 논란이 있습니다.

“그건 어쩌면 병아리가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의 문제일 수도 있습니다. 저는 충청도 사람인데 과거에는 해안이 모두 개펄이었습니다. 그런데 1980∼1990년대 간척사업을 하다 보니 간척지에 거대한 논과 저수지가 생기면서 철새들이 대규모로 모여들기 시작했습니다. 옛날에는 가창오리 20∼30마리, 기러기 가족 7∼8마리 수준이었는데 수만 마리의 철새가 떼를 지어 몰려오다 보니 바이러스를 옮기게 되는 확률도 높아집니다. 결국 AI 파동은 철새가 아니라 인간이 불러들인 재앙이라고 볼 수도 있는 것입니다.”

―변종 바이러스의 출현도 문제가 되지 않습니까.

“바이러스나 세균도 생물체여서 우리가 항바이러스제나 백신, 항생제 등을 개발하면 살기 위해 변이를 일으킵니다. 최근 인플루엔자가 매년 유행하는 것도 바이러스가 자꾸 변이를 하기 때문입니다. 슈퍼박테리아, 항생제 내성균, 슈퍼 결핵균 등이 변이를 일으킨 것들입니다. 이들과 싸우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전쟁입니다. 인간이 반드시 이길 수 있다고 말할 수 없는 것입니다. 물론 천연두를 박멸했고, 소아마비도 없어지는 등 승리의 기록도 있습니다. 그러나 문제가 되는 인체감염병만 현재 700∼800개에 이르는 것을 감안하면 승리는 극히 일부에 그치는 것입니다. 판도라의 상자는 아직 다 열리지 않았습니다.”

―문명이 발전할수록 감염병은 더 확산되니까 결국 인류문명이 발전하는 한 끝나지 않을 전쟁이 되겠군요.

“인간은 만물의 영장을 자처하면서 미생물을 박멸하고 승리하는 꿈을 꿨고 가능할 것으로 믿었습니다. 제너의 백신, 플레밍의 항생제, 깨끗한 물(위생)이 의학의 위대한 발견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 세 가지로 1960년대 전염병을 완전히 퇴치할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1970년대에 반전이 일어나 지금은 수세에 몰린 상황입니다. 그래서 최근 세계보건기구(WHO)나 유엔에서는 ‘One World, One Health(하나의 지구 하나의 건강)’란 운동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우주에서 보면 지구는 사람과 동물과 환경이 삼각관계를 이루고 있는 하나의 생태계인 만큼 서로 조화를 이뤄 인간도, 동물도, 환경도 건강하게 만들자는 겁니다. 육식 반대, 감염병에 걸린 닭·오리 등의 살처분 반대, 가축 좋은 환경에서 키우기, 밀림개발 억제 등 환경보호 등이 이런 맥락에서 이뤄지는 것입니다. 사실 인간이 무분별하게 개발을 한 것도 사실입니다. 공존을 해야 합니다.”

―최근 ‘감기’라는 영화나 ‘28’이라는 소설에서처럼 우리가 전혀 예상 못한 바이러스가 나타나거나 감염병의 대유행(팬데믹)과 같은 재앙이 올 수 있을까요.

“2009년에 신종플루 대유행을 겪었으니 없을 것이라는 낙관적인 생각도 있습니다. 그러나 팬데믹은 대체로 10∼40년 주기로 왔습니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만 국한한다면 지난 100년 동안 4번의 팬데믹이 있었습니다. 1918년 스페인지역에서의 H1N1, 1957년 아시아지역의 H2N2, 1967년 홍콩 팬데믹 H3N2, 2009년 신종플루 H1N1 등이 그것입니다. 물론 정확한 예측은 불가능합니다. 우리가 항바이러스제나 백신을 만들지만 바이러스는 변이를 통해 그것들을 피하려 합니다. 이처럼 변이를 계속하다 보면 처음 모습과 달라지게 되고 그런 변이들이 축적돼 10∼40년 주기로 크게 바뀌거나 전혀 다른 차원의 인체 감염 바이러스가 나오는 것입니다. 새로운 바이러스가 사람 간에 원활하게 전파되면 팬데믹이 됩니다.”

―그럼 백신을 개발하거나 국가 방역시스템을 잘 갖추더라도 팬데믹이 오는 것을 막지 못할 수도 있겠네요.

“그렇습니다. 제가 보건복지부나 질병관리본부의 자문에 응할 때 ‘우리만 감시하고 통제한다고 되는 게 아니다. 국제적인 것을 봐야 한다. 지구 반대편에 감염병이 생기면 모니터링을 해야 한다. 그리고 특히 중국은 중국대사관에 전염병 주재관을 보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사실 외교관이 가 있지만 전문가가 아니면 감염병에 대해 알 수가 없습니다. 중국 광둥성에 원인 모를 괴질이 돈다고 하면 상황을 파악할 수 있어야 합니다. 2009년 신종플루도 멕시코에서 환자가 발생한 지 일주일 만에 감염된 수녀님이 입국을 했습니다. 이건 시나리오가 아니라 실제 벌어진 일입니다. 마치 전쟁과 비슷합니다. 총칼을 들지 않았어도 조기경보기나 정찰기가 왔다 갔다 하는 것처럼 감염 상황을 미리 감지해야 합니다. 확진환자가 나오거나 언론에 보도될 때면 이미 우리나라까지 확산된 겁니다. 주재관이 현지에 미리 가서 루머 서베이먼스(소문 조사)를 해야 합니다.”

―감염병과 관련해 정부에 조언을 하다 보면 또 다른 문제점도 발견하셨을 것 같습니다.

“정부에 감염병을 초기에 과학적으로 규명할 수 있는 시스템과 백신 개발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했더니 예산이 없다고 했습니다. 정부의 경우 아직 발생하지 않은 일에 대해 미리 예산을 책정하는 개념이 없더라고요. 유비무환이 안 되는 것입니다. 최근 수년간 감염병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교육부, 농림축산식품부, 복지부 등은 8000억 원대의 예산을 마련해 인수공통 감염병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하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예비타당성 조사를 한 끝에 지난해 예산이 없어졌습니다. 2003년 사스나 2009년 신종플루 등을 겪으면서 느꼈지만 전염병에 대해 즉시 대응할 수 있는 일정 규모의 예산은 예비비처럼 늘 준비돼 있어야 합니다. 지난해만 해도 신종 전염병이 3종이나 발생했고 그중 하나는 우리나라까지 전파됐지 않습니까. 그래서 제 생각에는 전염병에 대비해 항상 일정 규모의 예산을 배정해놓도록 법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는 신약개발 부분에서는 선진국 대열에 끼지 못하고 있는데 감염병과 관련한 백신이나 항바이러스제 개발 수준은 어떻습니까.

“백신은 2009년 신종플루 이전과 이후로 나눌 수 있습니다. 2009년 4∼5월에는 우리나라에 백신이 없어 전량 원료를 수입했습니다. 그런데 운이 좋았는지 2009년 5월 제가 이전부터 계절 독감 백신과 관련해 녹십자하고 진행해오던 임상을 완료했어요. 화순공장에서 백신 개발을 완료했으니 신종플루 예방을 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죠. 그래서 7월에 허가를 받아서 그 플랫폼을 가지고 신종플루 백신을 개발했습니다. 질병관리본부, 식품의약품안전처, 녹십자, 저를 포함한 전문가들이 매주 만나서 논의를 한 끝에 면역 증가제가 없는 1250만 명분, 면역 증가제가 있는 1250만 명분 등 2500만 명분, 도즈를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9월에 임상을 거쳤고 10월에 허가가 나서, 10월 27일 의사와 간호사부터 맞기 시작했어요. 그렇게 6개월 만에 백신을 만들기 쉽지 않습니다. 당시 한 언론이 ‘백신주권’이란 표현을 쓰기도 했습니다.”

―그 성공을 바탕으로 새로운 백신과 항체치료제를 개발 중이신 것으로 압니다.

“유정란을 이용한 백신개발은 계란에 바이러스를 접종하고 키운 뒤 계란을 깨서 바이러스를 순수 분리정제한 다음 항원만 뽑은 방식인데 그 과정에 6개월이 걸립니다. 더구나 유정란이자 청정란이 필요하데 이런 계란을 얻기 위해서 6개월 전부터 양계장에서 닭을 청정하게 키워야 합니다. 결국 1년이 걸려 예방백신으로서는 의미가 반감되는 셈이죠. 더구나 계란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에게는 사용할 수 없는 등의 한계 때문에 선진국들은 세포배양 백신 쪽으로 선회하고 있습니다. 우리도 2009년의 경험을 바탕으로 해서 녹십자와 SK케미칼에서 세포배양 백신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SK케미칼은 임상 3상을 완료했고 녹십자는 비임상을 완료해 올 전반기 1상에 들어가게 됩니다. 항체치료제는 셀트리온에서 개발하고 있는 것입니다. 항체치료제는 그냥 혈청이 아니라 바이러스 항체만 순수 분리정제한 것입니다. 혈청은 면역 부작용이 있지만 항체치료제는 바이러스를 중화시키는 항체만 순수 분리정제하기 때문에 부작용이 없고 이론상으로는 조류인플루엔자든 신종인플루엔자든 모두 중화시키는 기능이 칵테일로 들어가 있습니다. 아직 세계적으로는 허가가 된 것은 없고 몇몇 회사가 달려들어서 경쟁을 하고 있는데 먼저 나오면 ‘퍼스트 인 클래스’로서 시장 선점효과가 기대됩니다. 현재 항체치료제를 개발하는 곳은 4∼5곳 정도에 불과하니까 이 분야에서는 우리나라가 선두권에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 감염병학의 학문적 수준은 어떻습니까.

“신종플루가 발생한 이후 감염내과에 대한 인식이 많이 좋아졌지만 여전히 별로 인기가 없습니다. 감염병은 기본적으로 완치가 가능하고 환자가 대학병원까지 오는 경우가 드뭅니다. 그러니까 수입이 생기지 않죠. 반면 암, 당뇨, 고혈압 같은 병은 완치가 되지 않고 계속 환자가 누적되니까 소화기내과 등 해당 과들의 교수들은 수입도 올리고 그러다 보면 명의도 되고 병원장도 됩니다.”

―전염성이 강한 바이러스에 감염된 환자를 치료하는 과정에서는 감염의 위험 같은 것을 느끼시지 않나요.

“2009년 신종플루가 발생했을 때는 정말 끔찍했습니다. 그때는 미처 준비가 갖춰지지 않아서 컨테이너 박스에서 환자들을 치료했습니다. 환자들이 많이 밀려들다 보니 영상의학과 의사들까지 교대로 치료에 나섰습니다. 20대 간호사들이 마스크를 쓰고 환자를 치료했는데도 대부분 신종플루에 걸렸는데 저는 걸리지 않았습니다. 특히 저는 당시 주말에 백신개발에 참여하고 언론을 상대로 대변인 역할을 하는 등 1인4역을 했는데도 바이러스를 오래 다룬 구력이 있어서인지 무사히 넘어갔습니다.”

―신종플루가 발생했을 때 김치가 감염을 예방하는 데 효과가 있다는 등의 속설이 있었는데 실제로 영향이 있습니까.

“기사화하기에는 재미있을지 모르지만 과학적 근거는 없습니다. 무서운 전염병이 유행하니까 지푸라기라도 잡은 심정에서 나오는 속설이라고 봅니다.”

―교수님 말씀에 따르면 감염병은 이제 우리가 일상적으로 경험하게 될 질병인데 공중의료체계나 개인위생 차원에서 인식의 전환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감염병은 다른 질환과 달리 국가가 많은 부분을 책임져야 합니다. 신종플루와 같은 감염병은 대통령을 포함해 누구든 걸릴 수 있는 병이고 개인위생으로 예방하는 데 한계가 있습니다. 더구나 백신이나 항바이러스제는 엄청난 재원이 투입돼야 하는데 수익을 담보할 수 없어 개인이나 기업이 개발할 수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염병이 발생하면 전 사회적으로 엄청난 피해를 입게 되는 만큼 마치 전쟁에 대비해 상비군을 유지하듯 감염병 예방과 대책에 예산을 투입해야 합니다. 개인이 할 수 있는 것은 손 씻기와 기침 에티켓입니다. 2009년에 모두들 열심히 손을 씻고 마스크를 쓰고 다녔는데 요즘 다시 소홀해졌습니다. 일본에서는 평상시에도 마스크를 쓰고 다닙니다. 처음엔 이상했는데 신종플루를 겪고 보니 본인이 걸렸을 경우 남에게 폐를 안 끼치고 본인이 안 걸렸을 경우 예방을 하겠다는 의미라는 것을 이해하게 됐습니다. 감염병 시대에는 이런 것이 바로 공중도덕입니다.”

인터뷰=박민 사회부장 minp@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