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번호등록제 개편 목소리 커져

카드사에서 유출된 개인정보의 2·3차 유출 피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은 가운데, 이미 외국 웹사이트에 노출된 국민들의 개인정보가 수만 건이 넘는 것으로 확인됐다. 대형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해 터지면서 주민등록번호 체계의 전면 개편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세계 최대 검색엔진 구글과 중국의 포털 사이트 바이두 등에서 ‘한국인 주민등록번호’를 검색하면 이름과 성별, 주민번호 등 우리 국민의 개인정보를 나열한 자료가 수백 건 이상 검색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외국 웹사이트에 불법 노출된 개인정보는 사생활 침해는 물론 전화 금융사기, 개인정보 도용 등 각종 범죄에 악용되는 등 2차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

한 보안업계 관계자는 “해외 사이트에 떠도는 주민등록번호는 주로 국내 게임 사이트에서 무료로 지급되는 게임머니 거래나 한류 스타 팬 카페 가입을 위한 목적으로 쓰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면서 “하지만 노출된 주민등록번호가 정확히 어떻게 유통되고 악용되는지 파악하기 어렵기 때문에 명의도용이나 보이스피싱 사기 등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최근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백재현(민주당) 의원이 방송통신위원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지난 5년간 외국 웹사이트에 노출된 우리 국민 개인정보는 4만3455건으로 집계됐다.

나라별로 중국이 2만120건(46.3%)으로 가장 많고, 미국 8971건(20.6%), 베트남 1084건(2.5%), 홍콩 1009건(2.3%)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시민단체와 정치권에서는 온라인을 통한 주민번호 등의 유출 상황이 심각하고 이번 카드사에서 유출된 정보도 추가로 유통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판단, 주민번호체계 개편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윤철한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시민권익센터국장은 “금융당국이 내놓은 개인정보 보호대책에 주민등록번호체계에 관한 내용은 ‘검토중’이라며 즉답을 피하고 있다”면서 “이미 공공재가 돼버린 주민번호등록제를 대체할 수 있는 근본적인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국회 민병두·진선미·김제남 의원은 주민번호를 쉽게 변경할 수 있게 하고, 개인정보를 포함하지 않은 임의의 일련번호로 주민번호를 구성하는 것을 뼈대로 한 주민등록법 개정안을 각각 발의한 상태다.

박정경 기자 verit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