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흥국 불안과 맞물려 한국 단기 변동성 커질것”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19일 채권 매입 규모를 추가로 100억 달러 축소하고 내년 상반기 조기 금리 인상을 시사함에 따라 이번 결정이 최근 신흥국 불안 등과 맞물려 금융시장의 단기 변동성을 키울 것으로 전망됐다. 정부도 시장 변동성이 증폭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모니터링을 강화하기로 했다.

20일 국내 금융시장은 원·달러 환율이 오르고 코스피지수는 하락 폭을 키우는 등 미국의 기준금리 조기 인상 가능성에 영향을 받고 있다. 정부는 일단 미국의 이번 결정이 예상 범위 내에서 이뤄졌고,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기본적으로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은성수 기획재정부 국제경제관리관은 이날 “연준의 추가 테이퍼링은 이미 예상했던 일로 결정 직후 미국 증시나 금리 등 시장 지표도 정부 예상 범위에 있었다”면서도 “그러나 이번 결정이 중국의 경기 둔화나 우크라이나 사태 등과 맞물리면서 단기적으로 시장 불안이 커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전문가들도 미국의 조기 금리 인상 시사는 미국채 금리 상승과 달러화 강세 등에 따른 신흥국에서의 추가적인 자금 유출과 금융시장의 변동성 확대 등을 불러올 것으로 내다봤다. 조동근(경제학) 명지대 교수는 “이번 연준의 결정은 내년쯤 저금리 기조가 끝날지 모른다는 시그널을 준 것”이라며 “금리 인상 가능성과 달러 강세로 우리나라에서도 외환 변동성이 커질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김성욱 SK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이번 결정은 미국이 실물경제에 대한 자신감과 함께 주가와 부동산 등 자산가치 상승에 대한 부담 때문에 금리인상 시사를 통해 시장에 전례없는 강한 신호를 보낸 것”이라며 “중국 경기둔화 우려와 맞물려 우리 시장에도 주가 하락과 금리인상에 따른 가계부채 부담 증가 등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상무도 “미국 시중 금리 상승과 달러화 강세로 글로벌 자금이 추가적으로 신흥국 금융시장에서 이탈할 수 있고, 원자재 가격의 추가 하락압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오정근 아시아금융학회장은 “미국이 자국의 경제만 고려한 이번 결정을 내림으로써 신흥국 금융 불안 등의 문제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며 “우크라이나 사태 등 신흥국 위기가 국내에 전염되지 않도록 경상수지 흑자 규모 유지와 외화유동성 확보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윤창현 한국금융연구원 원장은 그러나 “신흥국 움직임을 주시해야겠지만 우리나라는 안정적인 외환보유액과 경상수지 흑자 등 여타 신흥국과 차별화된 모습을 보이고 있어 급격한 자금 이탈 등 금융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가능성은 매우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김충남 기자 utopian2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