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朴-아베 첫 對坐와 오바마의 증인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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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숙/前 駐유엔 대사(안보리 비확산위원장), 前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오는 24∼25일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리는 핵안보 정상회의 계기에 한·미·일 3국 정상(頂上)회담 가능성이 보도되고 있다. 한국보다 일본 언론에서 먼저 보도하고 있는 것이 언뜻 눈에 띈다. 흥미를 끄는 이번 보도와 관련, 세 가지 측면에서 견해를 보태고자 한다.

첫째, 한·일 양자관계 차원에서 볼 때 긍정적인 진전을 줄 계기가 될 수 있다. 일본이 그동안 보여준 주변국과의 마찰적 행보와 망언에 실망해온 터에 최근 아베 신조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까지 목도한 바 있는 정부로서는 정상 간의 만남이 시기상조라고 느낄 수밖에 없으리란 점 이해가 간다. 그러나 이번 만남이 양자 차원이 아니고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을 포함한(또는 그의 초청에 의한) 3자 간의 회담이라면 그 실익을 잘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그동안 워싱턴에서는 사안의 내용적 민감성은 외면한 채 아베 총리의 줄기찬 대화 호소에 박근혜 대통령이 강경한 태도로 임하고 있다는 단순 논리적 비판 여론이 상존해 왔다. 차제에 아베 총리의 역사 인식에 어떤 치명적 오류가 있는지 오바마 대통령이 보는 앞에서 박 대통령의 목소리로 아베 총리에게 직접 해줄 필요가 있다. 고노 담화와 무라야마 담화를 계승하겠다는 아베 총리의 최근 발언은 고무적이지만, 우리는 또한 필요조건과 충분조건을 혼동하지 않는다. 이번 회담 결과에 대해서는 미국이 증인으로서 후속 조치에 대해서도 보증을 서주는 셈이다. 미국민들에게도 과연 누가 도덕적 정당성을 가지고 있는지를 알릴 좋은 계기다.

둘째, 북핵 문제와 한반도 안보 정세 측면이다. 북한은 최근 수차례 단거리 미사일을 발사하고, 국방위 명의로 핵억지력을 과시하겠다고 밝혔으며, 통산 네 번째 핵실험을 준비 중이라는 소문도 떠돌고 있다. 6자회담 재개는 비관적이다. 이러한 때에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공조의 핵심 3국 정상이 모여, 아무리 어려운 양자적 현안이 있더라도 안보와 핵(核) 문제에 있어서만은 추호의 입장 차이 없이 굳게 협력한다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중요하다.

셋째, 이번 3국 정상회담은, 크림자치공화국의 러시아 합병을 보면서 한반도가 유사한 상황을 방지하기 위한 환경 조성을 해야 한다는 국내외의 일부 의견에 대한 세련된 대답일 수 있다. 크림 사태는 근본적으로 러시아 민족주의의 팽창적 현상이며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특유의 무모한 공격적 기회주의에 따른 국제법 위반 행위다. 여기에 오바마 대통령의 결단력이 결여된 외교가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는 비판이 있다. 크림 사태에 대한 미국과 국제사회의 무기력한 반응은 추후 중국이 자국민 보호와 이익 수호를 위해 북한 급변 사태 발생 시 북한 개입을 용인케 하는 전례를 제공할 것이라는 비관적 확대해석을 하는 학자도 있다.

앞으로 서방과 러시아는 단기적 신냉전을 겪게 될 가능성이 큰데다, 한반도는 아직도 냉전의 잔재가 망령처럼 남아 있는 곳이다. 6자회담 참가국 사이의 관계에 있어서도 미·러 관계의 악화로 인해 대북 문제에 있어 러시아의 협조를 얻는 게 지금보다 더 어려워질 가능성이 있다. 오바마 대통령에게는 분쟁 속의 동맹과 우방에 대한 안보공약 의지를 재천명할 기회이며, 박 대통령이 함께함으로써 한반도는 크림의 재판이 되지 않겠다는 공동의 의지 표명 기회도 될 것이다.

헤이그는 일본의 불법적 침략과 을사늑약의 무효를 외치다 1907년 이준 열사가 순국한 곳이기도 하다. 역사학자 마거릿 맥밀란은 훌륭한 지도자들이 있었다면 100년 전 제1차 세계대전은 회피할 수 있었다고 단언했다. 유럽은 당시 비스마르크와 처칠 같은 굳세고 커다란 전략적 그림을 볼 수 있는 지도자가 필요했었다고 한다. 100년 후 한반도에도 적용되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