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 ‘뚝’ 후원금 ‘뚝’ …저무는 ‘시민단체 시대’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위기’ 국내 시민단체들이 최근 회원수 감소와 재정난, 정치편향성 시비 등으로 위기에 처했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국내 주요 시민단체들의 로고와 명칭.

지난해 말 보수 성향의 한 시민단체는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과거보다 회원 수는 소폭 증가했지만 후원금 등이 크게 줄어 재정난에 처했기 때문이다. 단체 관계자는 “최근 활동가 3명이 처우 문제로 일을 그만뒀다”며 “다른 단체들도 재정난 및 처우 문제로 활동가들이 줄고 있어 시민운동 자체가 위축될까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진보 시민단체들 역시 상황은 다르지 않다. 회원 수 1만 명이 넘는 진보 성향의 한 시민단체는 최근 젊은 상근활동가를 뽑기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 중이지만 관심을 갖는 사람이 없어 몇달째 인력을 충원하지 못하고 있다. 해당 단체 관계자는 “시민단체의 영향력도 예전같지 않은데 이상만 품고 활동하기에는 현실의 벽이 너무 높다”고 말했다.

한때 국민들의 높은 신뢰 속에 사회의 감시자 역할을 맡아왔던 한국 시민단체들의 영향력이 갈수록 쇠퇴하고 있다. 31일 관련 단체에 따르면 1994년 출범한 국내 대표적 시민단체 중 한 곳인 참여연대의 경우 2001년 회원 수 1만4479명으로 정점을 찍은 이후 감소세로 돌아서 현재 회원 수가 1만3000명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바른사회시민회의는 회원 수는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회비 및 후원금이 줄어 한 해 예산이 5년 전보다 15% 가량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밖에 상당수 시민단체들이 20∼30대 젊은 회원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은 물론 한 해 평균 1억 원이 채 되지 않는 적은 예산으로 명맥을 이어가고 있는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시민단체의 이 같은 퇴조 원인으로 정치적 편향성 논란과 의제설정 능력 약화, 재정 악화 등을 꼽고 있다. 특히 우리사회가 모든 부문에서 양극화가 심화되고 세대간 갈등마저 깊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시민단체의 퇴조는 정부 및 정치권, 이익단체 등에 대한 감시 약화로 이어져 한국 사회 발전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진단을 내놓고 있다. 현택수 한국사회문제연구원 원장은 “시민단체들이 진보, 보수로 나뉘어 특정 정치세력에 편승해 결국 국민 신뢰를 잃고 말았다”고 말했다.

장병철 기자 jjangbe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