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음악가들 ‘통영 바다의 향연’에 빠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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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영국제음악제 내달 3일까지

세계가 주목하는 피아니스트 손열음 씨를 비롯, 불가리아 출신 메조소프라노 베셀리나 카사로바와 이탈리아 작곡가 살바토레 샤리노. 그리고 미국 뉴욕의 현대음악그룹 ‘뱅 온 어 캔’과 해외 유명 실내악 콩쿠르서 두각을 나타낸 노부스콰르텟.

바다와 섬을 품고 있는 통영으로 세계적인 음악가들이 대거 모여들었다. 통영 출신의 세계적 작곡가 윤이상(1917∼1995)을 기리는 제13회 통영국제음악제의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지난 28일부터 4월 3일까지 1주일 동안 펼쳐진다.

올 음악제는 경남 지역의 유일한 클래식 음악 전용 공연장으로 문을 연 통영국제음악당(설계 간삼건축)에서 처음 열리는 행사다. 날개를 활짝 편 갈매기 형태의 새 음악당에서 선보이는 음악제의 주제는 ‘시스케이프’(Seascapes·바다풍경). 한려수도의 도시에서 열리는 음악제,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공연장을 상징하듯 개막공연에선 바닷가의 일출·일몰, 거대한 폭풍과 뱃놀이를 떠올리는 곡들이 대거 선보였다.

음악제 예술감독 알렉산더 리브라이히 지휘로 통영페스티벌오케스트라는 윤이상의 ‘오케스트라를 위한 유동’, 브리튼의 오페라 ‘피터 그라임스’ 중 네개의 바다 간주곡, 드뷔시의 ‘바다’ 및 헨델의 ‘수상음악 모음곡’을 연주했다. 또한 손열음 씨가 라벨의 ‘피아노협주곡 G장조’를 협연해 박수갈채를 받았다.(사진)

개막공연 중 ‘죽음의 꽃’(28·29일 블랙박스)은 음악제 상주작곡가인 살바토레 샤리노가 16세기 작곡가 제수알도가 아내와 아내의 연인을 살해한 사건을 바탕으로 작곡한 음악극. 반투명 막을 두른 무대로 영상이 투사되고 2층에서 지휘자와 연주자 10여 명이 연주하는 가운데, 성악가들은 독특한 창법으로 대화하듯 노래하듯 탐미적인 특유의 음악언어를 선보였다.

메조소프라노 카사로바는 29일 무대에서 모차르트의 오페라 아리아 3곡을 부른 후 앙코르곡으로 비제의 ‘카르멘’ 중 ‘하바네라’를 노래하며 지휘자와 연주자뿐 아니라 객석까지 유혹의 눈빛과 손짓으로 무대를 압도했다. 카사로바는 4월 1일 또 다른 상주예술가인 노부스콰르텟과 베를리오즈의 연가곡 ‘여름밤’을 협연한다.

29일 뉴욕 출신의 ‘뱅 온 어 캔’ 공연에선 캐주얼 복장의 연주자 6명이 기타 피아노 타악기 클라리넷 더블베이스 등의 악기로, 클래식을 바탕으로 재즈 팝 민속음악과 소통하는 현대음악을 선사했다. 이 그룹을 시작한 데이비드 랭·마이클 고든·줄리아 울프의 곡 외에 한국 작곡가 김인현 씨 등 작곡가 10명이 지하철 영화음악 도박장 등 일상 소리까지 담아낸 ‘필드 리코딩’의 곡은 무대 위 영상과 어우러지며 오디오와 비디오의 조화를 선사했다.

이번에 공개된 통영국제음악당은 1300석 규모의 콘서트홀 외에 300석 규모의 다목적 공연장 블랙박스와 야외무대를 갖추고 있다. 플로리안 리임 재단법인 통영국제음악재단 대표는 “한국 기술로 설립한 음악당을 앞으로 시드니의 오페라하우스처럼 국제적인 명소로 키워 나가겠다”고 밝혔다. 통영음악제뿐 아니라 연중 다채로운 음악프로그램을 진행하는 한편, 지역 어린이와 청소년 대상의 교육프로그램도 지속적으로 마련할 예정이다.

통영 = 신세미 기자 ssem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