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숭례문 부실복구 재발 막아라”… 문화재 ‘수리 실명제’ 도입

이르면 2015년부터 문화재 수리 분야 자격증을 두 차례에 걸쳐 불법 대여할 경우 자격이 취소된다. 문화재 수리에 참여한 수리기술자는 물론 일반기능공까지 수리보고서에 자신의 실명을 기입해야 하고, 경력 공무원에게 수리기술자 자격시험의 일부 과목을 면제해 주던 관행도 폐지된다. 문화재청은 9일 이 같은 내용의 ‘문화재 수리체계 혁신대책’을 발표했다.

이번 대책은 국보 1호 숭례문 부실 복구 의혹, 문화재 수리기술자 자격증 불법 대여, 문화재청 공무원 뇌물수수 등 최근 연이어 발생한 문화재 수리 현장의 총체적 부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마련됐다.

대책에 따르면 앞으로 문화재 수리 관련 자격증을 타인에게 불법 대여하면 1차 적발시에 3년간 자격을 정지하고, 2차에 자격을 취소한다. 기존에 1차와 2차에 각각 1년, 3년간 자격을 정지한 후 3차 적발에서 자격을 취소하던 행정처분 기준을 강화한 것이다. 부실공사 업체에 대해 벌점제를 도입하고, 수리 규정을 세 차례 위반할 경우 기존에 6개월간 영업을 정지했으나 앞으로는 등록을 취소한다. 이론시험 위주로 진행됐던 문화재 수리기술자 자격시험도 현장실무 중심으로 전환하고, 문화재 수리 업무에 10년 넘게 근무한 6급 이상 공무원 등에게 자격시험에서 2과목을 면제해 주던 규정도 폐지하기로 했다.

정부는 이와 함께 문화재감리원이 10개의 문화재 수리 현장을 중복해 관리·감독할 수 있었던 기준을 5개로 제한하고, 수리기술자도 3개를 넘겨 현장을 맡을 수 없도록 했다. 현재 문화재 수리업을 하기 위해 수리기술자 4명, 수리기능자 6명을 의무적으로 보유하던 요건은 각각 2명과 3명으로 완화했다. 문화재수리업 등록 요건이 과도해 자격증을 대여하는 문제가 만연했다는 것이 문화재청의 설명이다. 대신 문화재 수리 현장에 참여하는 수리기술자, 수리기능자, 일반기능공이 수리보고서에 자신의 실명을 기입해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하도록 했다.

문화재 전통 재료와 전통 기술을 복원하고 장기적인 목재 수급책을 마련하는 방안도 대책에 담겼다. 정부는 전통건축수리기술진흥재단을 설립, 전통 단청 물감(안료), 전통 철물 등 전통 기법과 재료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고 제작 및 품질 기준을 마련하기로 했다. 또 전통 재료 인증제도를 도입하고, 산림청과 협약을 통해 문화재 보수용 목재 생산림 조성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이번 대책을 통해 문화재 수리 체계 정상화 및 합리화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문화재청의 대책에 공감을 표시하면서도 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황평우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장은 “문화재 복구 사업 부실 문제는 일반 공사와 같이 저가 입찰제를 통해 이뤄지고 있는 점 때문”이라며 “입찰제 자체를 없애고 정부가 업적, 회계연도로 인해 문화재 복구 기간을 정해놓는 현실도 변화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정종미 고려대 한국문화재복원연구소장은 “문화재 수리 사업이 입찰제로 이뤄지면 단가를 경쟁적으로 낮추면서 안료나 아교 등 재료에 대한 질이 낮아지는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며 “질 높은 문화재 복구사업을 위한 철학이 있어야 하고, 특히 민간업체에서 비용 문제로 전통 안료 등의 개발에 나설 수 없기 때문에 정부의 지속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유민환 기자 yoogiz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