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덩어리 규제’ 혁파>새누리 의원이 ‘대학생도 급식대상’ 법안 발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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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의 강력한 규제 개혁 의지가 미치지 못하는 대표적인 곳이 ‘국회’다. 입법권을 가진 국회는 법안을 통해 정말 필요한 규제를 만들어내야 하지만 실상은 입법 포퓰리즘이 만연해 헛웃음을 자아낼 황당한 규제가 곳곳에 숨어있다. 그나마 이런 황당한 규제 법안은 본회의를 통과할 가능성은 낮지만 전 사회적인 규제 혁파 흐름에 국회만 동떨어진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10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재영 새누리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의료법 개정안은 연령에 따라 성형부위를 엄격히 제한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의사에게 2년 이하 징역이나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했다. 이 의원 측은 발의 배경으로 신체적 성장이 덜 된 청소년들의 미용을 위한 성형수술은 큰 부작용으로 고통 받을 수 있고 해외에서도 일부 이를 제한하는 사례가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바른사회시민회의는 특정 연령에 맞는 성형수술 기준을 정하는 것이 모호하고, 처벌까지 하는 것은 과도한 규제라고 분석했다.

공공기관이나 직장에 대한장애인체육회에 가맹된 경기단체가 있는 경기 종목 중 한 종목 이상의 장애인 운동경기부를 설치, 운영하고 체육지도자를 두도록 의무화하는 내용의 국민체육진흥법 개정안도 좋은 취지에 비해 실제 집행이 쉽지 않은 과잉 규제법안으로 꼽힌다.

황영철 새누리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학교급식법은 학교급식 대상에 대학생까지 포함하고 모든 급식에 국내 친환경 농산물 사용을 의무화하고 있는데 대학생도 급식 대상으로 넣는 것은 무리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장하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대표발의한 국가가 사육곰을 매수하고 직접 관리해 사육농가의 경제적 어려움을 해결한다는 취지의 사육곰관리특별법도 예산만 과도하게 사용하고 실제 효과는 거두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소비자의 권익을 심하게 침해하는 법안도 수두룩하다. 자동차에 블랙박스 설치를 의무화하는 교통안전법 개정안의 경우 비용을 소비자에게 전가한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 1년 이상 자동차를 장기 대여하는 사람의 정보를 렌터카업체가 시·도지사에게 보고하는 것을 골자로 안홍준 새누리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자동차관리법 개정안도 문제다. 안 의원 측은 탈세 방지와 교통 법규 위반 통제 등을 취지로 꼽고 있지만 개인정보 유출이 우려되고 국민을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한다는 오해를 받는 등 부작용이 더 클 것으로 바른사회시민회의 측은 예상했다.

대형마트 영업을 규제해 소비자의 구매 품목과 쇼핑 시간 선택권을 제한할 우려가 제기되는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은 자그마치 56명의 의원이 제각각 법안을 내놨다. 의무휴업일을 월 2회에서 3∼4회로 확대하고 영업시간도 오후 9시 정도로 제한하자는 주장이 있는가 하면 지방자치단체에서 지정하는 품목은 대형마트에서 판매를 금지하는 내용도 있다. 이는 이미 박원순 서울시장이 콩나물, 두부 등 51개 품목의 판매를 제한하려다 납품업체의 반발로 철회한 것을 그대로 법안으로 만든 것이다.

장례식장을 학교환경위생 정화구역상에서의 금지시설에 포함시킨 학교보건법 개정안은 장례식장을 ‘혐오시설’로 규정하는 것이 적절한가 하는 논란을 불러일으킴과 동시에 규제 혁파의 흐름에도 역행하는 법안으로 꼽힌다. 한 국회 관계자는 “국회는 입법권을 통해 정말 필요한 규제·좋은 규제를 만들어야 하는데, 지금 의원들의 규제법안 남용 행태는 스스로 입법부의 권위를 떨어뜨리는 것”이라고 밝혔다.

민병기 기자 mingmi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