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객선 진도 침몰 참사>“변침 포인트서 감속 안해… 전형적 人災”

9명의 생명을 앗아가고, 287명이 실종된 ‘여객선 진도 침몰 참사’는 ‘대(大) 각도 변침(배가 바꾸어 잡은 침로) 구간에서 운항 미숙이 주요 원인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선장 및 1등 항해사 등에 대한 1차 조사를 마친 경찰은 변침 구간에서 감속하지 않아 배가 침몰된 것으로 보고, 사고 원인 파악에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선미 부분 증축으로 선박 무게 중심이 높아져 항로 변경 과정에서 과잉 회전하면 더 쉽게 전복될 위험이 있다는 주장도 제기돼 사고 원인 규명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경찰, 변침 포인트에서 감속 안해 사고 = 17일 목포해경에 따르면 16일 오전 8시 45분쯤 전남 진도군 관매도 부근에서 세월호가 갑작스레 균형을 잃은 것은 110도에 이르는 커브 구간에서 감속을 하지 않은 탓인 것으로 잠정 결론을 내렸다. 진도군 관매도 부근은 이 근방을 자주 지나는 선박 조종사라면 모두가 아는 대표적 변침 구간이다.

통상 이 구간을 지나게 되면 넓은 해역에서 해오던 자동항법장치에 의한 운항을 종료하고 수동 운전을 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세월호 조종사가 감속을 하지 않고 급하게 변침 구간을 지나다 배에 적재된 화물 컨테이너 및 자동차들이 한쪽으로 쏠리고, 이에 따라 세월호가 중심을 못잡고 급하게 한쪽으로 기울게 된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쿵’소리 정체는 화물 충격 소리 = 당초 ‘쿵’ 소리가 났다는 증언을 토대로 ‘암초에 의한 침몰설’이 대두됐으나, ‘쿵’ 소리의 정체는 화물 컨테이너 등의 쏠림에 따른 현상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화물 적재 공간에서 화물들이 한쪽으로 쏟아져 내리면서 난 소리라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화약 폭발로 인한 침몰’이라는 분석도 나왔으나, 이 역시 컨테이너 충돌 소리를 오인한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화물 적재 공간에는 건설용 대형 크레인도 실려 있던 것으로 전해졌다. 생존자 김성묵(36) 씨는 “갑판에 나와 담배를 피우고 재를 떨어 버리는 순간 배가 좌측으로 30도가량 확 기울었고, 순간 밑에서 ‘쿵’ 하는 소리가 들렸다”며 “크레인을 실었던 사람들이 ‘우리 크레인이 쓰려졌네, 한 번 쓰러지면 못 세우는데’라는 말을 했다”고 전했다.

조타수 박모(61) 씨는 “항로 변경과정에서 선박 균형이 무너질 정도로 과잉회전을 한 것 같다”면서 “이 배를 일본에서 들여올 때 선미 부분에 전시실을 만든다며 증축했는데, 이로 인해 무게 중심이 높아졌던 것이 더 쉽게 전복되도록 한 이유로 보인다”고 말했다.

진도 = 손기은 기자 s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