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인터뷰>“세월호 참사, 약한 규제때문 아니라 제대로 집행못한 탓”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김도훈 한국규제학회 회장은 지난 22일 서울 동대문구 회기로 산업연구원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세월호 참사와 관련, “기껏 규제를 만들어놓고 제대로 집행하지 않으면 무슨 소용이 있느냐”고 말했다. 김연수 선임기자 nyskim@munhwa.com

“모양만 선진국, 내용은 후진국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어요.”

지난 22일 김도훈(57) 한국규제학회 회장(산업연구원장)에게 세월호 진도 침몰 참사에 대해 묻자마자 바로 돌아온 대답이다. 그는 그동안 제기된 사고 원인들을 짚어가며 “문제는 규제의 강화가 아니라 규제의 집행(enforcement)”이라고 진단했다. 제도적 규제에도 문제가 적지 않지만, 그 규제의 실행 여부가 관건이었다는 뜻이다.

사실 김 회장과의 인터뷰는 11일 서울 동대문구 회기로 산업연구원(KIET)에서 진행됐으나, 이후 ‘국가적 재난’이 발생해 국정의 중심축이 달라지는 상황인 터라 추가 인터뷰를 해야 했다. 첫 만남에선 KIET 진입로에 만개한 벚꽃이 화제였는데, 열흘 남짓 사이 자연뿐만 아니라 인간사의 풍경까지 완전히 바뀌었다. 속절없이 떨어진 꽃잎처럼 소중한 목숨들이 희생됐다.

“세월호 침몰과 구조과정을 보면서 모두가 그러하듯이 깊은 슬픔과 자괴감을 금치 못했어요. 그렇게 많은 젊은이들을 어른들의 잘못으로 잃어버린 슬픔이 먼저였고, 이어 자괴감이 밀려오더군요. 모든 법과 제도를 선진화한다고 했고 안전·환경보호 등을 위해 그렇게 많은 규제와 매뉴얼을 만들었건만, 그 모든 것들이 그저 제도와 규칙을 만든 사람들이 스스로 안심하려고, 혹은 국민들에게 우리도 이런 제도를 갖췄다고 보여주려고 만든 게 아닌지 하는 자괴감이었습니다. 언제나 규제를 지키는 사람만 손해를 보고 전문가일수록, 그 분야 사업을 하는 사람일수록 더 지키지 않는 규칙과 매뉴얼들이 이렇게 많았다니 놀랍고 허탈했어요. 한마디로 우리나라는 안전과 구조 분야에서 모양만 선진국, 내용은 후진국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어요.”

이번 침몰 사고의 여파가 규제의 측면에서도 상당히 클 것 같다고 운을 떼자 김 회장은 “틀림없이 국회가 관련 규제를 강화하려고 할 것”이라고 받았다. 그러면서, “사회적 흥분상태에서 만들어지는 규제들은 반드시 다른 부작용이 없을지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고 했다.

“선박 증축 규제, 안전감독 강화 등이 필요하다는 점에는 전적으로 동의하지만, 지금까지 드러난 이 사고의 원인을 보면 규제를 더 강화한다고 해서 도움이 될 게 별로 없어요. 문제는 규제의 집행입니다. 모두가 규제를 제대로 이해하고 집행하지 않은 게 화근이었다는 겁니다. 세월호는 권장항로가 있는 데도 위험한 곳으로 운항했다는데, 그 배가 권장항로로 가도록 이끌려는 사람이 누가 있었습니까. 그걸 집행했어야지요. 선사인 청해진해운이 노후한 배를 일본에서 들여와 증축하는 과정에서도 안전성 검사나 탈법 여부를 감독해서 세월호가 방향 전환 시 복원력이 유지되도록 규제집행을 했어야 했단 말입니다. 게다가 규제기관이 선주들과는 ‘갑을 관계’라고 하지 않습니까. 더욱이 승객들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비상훈련을 제대로 했는지를 점검하는 사람도 없었던 것 아닙니까.”

나직한 목소리에 점점 힘을 주던 김 회장은 “이미 만들어놓은 규제라도 제대로 집행되도록 하면 약한 규제로도 얼마든지 안전을 지킬 수 있다”고 단언했다. “기껏 규제를 만들어놓고 제대로 집행하지 않으면 무슨 소용이 있느냐”는 것이다.

“안전 규제, 사회적 규제, 환경 규제, 이런 규제들이 참으로 많은데 제대로 집행되지 않는 게 너무 많아요. 소방 규제가 세밀하게 돼 있는데 그 주무기관이 제대로 감독하고 있을까요. 그러다 불이 나면 규제를 지키지 않았다고 모두를 범법자로 만들어 버려요. 예방적 규제에는 소홀했다가 정작 불이 나니 소방관들만 목숨 내놓고 불을 끄는 상황이 되는 것이죠. 규제 집행은 제대로 하지 않으면서 규제만 만드는 것은 더 무책임한 일입니다. 국회의 역할은 공무원 집단이 제대로 규제집행을 하지 않는 것을 야단치고 정신을 바로잡아 놓는 것이어야 해요. 그것이 정부의 재난대처 능력이 되는 것입니다. 국민들이 화났다고 해서 거기에 편승해 무작정 법망으로 묶어놓는 게 능사가 아니에요.”

김 회장은 초면에 탁주라도 나누고 싶을 만큼 소탈한 인상이었지만 말끝에 무게가 얹어지는 선비풍이었다. 그가 지난 3월 20일 청와대에서 열린 1차 규제개혁장관회의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고개를 끄덕이게 한 주역 중의 한 사람이 됐던 ‘뒷심’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는 당시 “규제개혁은 집 대청소와 같다. 먼지와 진드기를 털어내듯 규제를 지속적으로 없애야 한다”며 “그중에서도 무분별한 의원입법은 황사 같은 존재”라고 했다. 국회의 입법권 남용에 비판적이었던 사람들에게는 화증을 풀어주는 일갈이었고, 그로 인해 국회의원들로부터 십자포화를 맞기도 했다. 그 신랄한 비판은 한국규제학회 회장이라는 직책에서만 연유한 것 같지는 않았다. 30년 넘게 국책연구소에 몸담으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무역국,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등에서 활동해온 통상전문가로서 내린 국정 진단이었다.

―규제의 집행은 결국 국가 행정력의 문제인데요.

“지난번과 같은 규제개혁장관회의가 또 열린다면 규제개혁의 인프라에 해당되는 공무원들의 의식전환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1차 규제개혁장관회의에서 ‘손톱 밑 가시’에 해당하는 규제개혁 과제가 101개였는데, 그 회의 후에 70∼80개가 단기에 해결되는 쪽으로 논의된다고 해요. 그중에 30%는 법률 해석을 적극적으로 해서 해소되는 것이라고 합니다. 공무원들의 의식과 자세에 따라 세상이 달라진다는 얘깁니다. 실컷 규제개혁을 하면 뭐합니까. 현장에서 담당자가 이런 위험이 있다느니, 구체적으로 나열이 돼 있지 않다느니, 이거 풀어주면 감사를 받을 수 있다느니 핑계를 대면 아무 소용이 없는 것이지요. 현장과는 괴리가 있는 탁상행정만 하고 있으면 국가 행정력이 제대로 작동하겠습니까.”

그는 규제 자체를 ‘나쁜 규제’, ‘착한 규제’로 구분하는 데 동의하지 않았다. “규제완화는 선, 규제는 악이다 식의 이분법은 위험하다”고 했다.

“의원입법이건 정부입법이건, 처음 규제를 만들 때엔 사실 좋은 목적으로 만들잖습니까. 나름의 정책적 목적, 국가적 목적과 같은 타당한 이유가 있어서 만드는 겁니다. 그런데 그 목적을 너무 지나치게 추구하다보면 그로 인해 국민생활에 부담을 준다든지, 또는 기업의 생산·투자 등과 같은 경제활동을 크게 저해하는 현상이 나올 수 있는 겁니다. 그것이 과잉·중복규제가 되는 것이지요.”

그는 과잉·중복규제가 되는 요인으로 다시 ‘사회적 흥분상태’를 지적했다.

“지난해 모 기업에서 화학물질이 유출되자 ‘모든 기업이 다 그런 것 아니냐’ 하는 불안감이 생기고, 규제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올라가니까 그걸 등에 업은 국회의원들과 공무원들이 규제를 한 방향으로만 만들었어요. 사법부까지 가세해서 정상적인 기업활동까지 범법행위로 취급하는 식의 잘못된 규제(화학물질관리법, 화학물질 등록 및 평가법)가 만들어지게 됩니다. 사회적 흥분상태에서 만들어진 제도들은 과잉·중복규제가 되고 마는 것입니다. 규제는 분명히 필요한 부분이 있고, 그걸 부정해서는 결코 안 됩니다. 하지만 너무 흥분된 상태에서 법률을 개정하다보니 기업들이 새로운 연구활동을 하는 것조차도 가로막는 부작용이 나타나게 된 겁니다.”

―규제의 부작용을 상시적으로 검증할 수 있는 시스템이 중요하겠군요.

“규제를 통해 정책적 목적을 추구하되 이해당사자들에게 의견을 제시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 그 과정이 매우 중요합니다. 혹시라도 일어날 수 있는 부작용을 최소화해야 해요. 규제 목적도 달성하고 부작용도 최소화하려면 전문가들이 상시적으로 규제영향평가를 해서 객관적으로 검증하는 시스템이 있어야 합니다. 지금 정부입법은 규제개혁위원회의 규제영향평가를 반드시 받도록 돼 있습니다. 약간 형식적이라는 문제가 있기는 하지만, 그 정도라도 한번 거치는 것이 과잉을 제어하는 데 상당한 기능을 합니다. 현재는 해당 규제를 입안한 공무원이 직접 지침서를 보고 규제영향평가를 하고 있습니다만, 앞으로는 객관적으로 살펴볼 수 있는 시스템으로 나가야 합니다. 미국에선 어떤 규제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고 판단될 경우 예산관리국(OMB)에서 따로 영향 분석을 합니다. 상당히 정교하게 분석하는 것이죠. 중요하게 입안되는 규제의 10%만 제대로 영향평가를 거치게 하더라도, 규제들이 대부분 긍정적인 방향으로 가게 될 겁니다. 그런 시각을 갖고 접근을 해야 참다운 규제개혁이라고 생각합니다.”

―역대 정부도 규제개혁을 외쳤지만 번번이 실패하지 않았느냐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런 질문을 많이 받습니다. 그런데 완전히 실패했다고 볼 수는 없어요. 김영삼정부 때도 규제개혁이 강조됐고, 김대중정부 때는 상당히 성공했다고 봅니다. 주기적으로 대청소 작업이 이뤄졌어요. 매일매일 청소하는 작업을 하라고 행정규제기본법을 만들어 규제개혁위원회를 설치했어요. 다만 그 이후에 규제개혁위원회의 역할을 조금 더 강화하는 쪽으로 가지 못한 게 아쉽습니다. 노무현정부 때는 규제개혁장관회의라는 걸 중시했었고, 이명박(MB)정부 때는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가 실상 규제개혁위원회의 위에서 놀았어요. 문제는 규제개혁을 대하는 자세가 사업추진형이었다는 겁니다. ‘전봇대 뽑기’가 상징적이었어요. ‘규제라고 할 만한 것을 다 가져와 봐라’고 한 뒤에 다른 측면에 대한 검토는 하지 않고 ‘이거, 저거 없애라’라는 식으로 해버리는 것이죠. 꾸준히 규제의 부작용이 없을지 영향평가를 하고, 매일 과잉·중복규제 생산 여부를 체크하는 노력이 없었던 것입니다.”

―규제는 왜 자꾸 더 늘어나는 겁니까.

“사회구조에 따라 규제에 대한 욕구는 자꾸만 커지게 돼 있습니다. 국민들의 환경에 대한 욕구도, 복지에 대한 욕구도 커지고 있어요. 교육, 보건의료, 안전 이런 모든 것들에 대한 욕구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사회구조가 고도화될수록 각종 욕구를 조정하기 위해 규제가 늘어나는 겁니다. 더구나 각 정부 부처들이 하는 업무가 각 분야에 복합적으로 걸쳐지게 됩니다. 경제현상이나 국민생활이라는 것이 특정 부처 한 곳에만 국한된 특성을 갖고 있지 않습니다. 정부 부처들이 자기 영역을 확대하려고 하는 측면도 있지만, 경제가 복잡화하면서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현상일 수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각 부처가 자꾸만 규제를 늘려가는 양상을 보일 가능성이 많기 때문에 그 규제들이 혹시 경제활동에 큰 부담을 주지 않는지 체크하는 기능이 반드시 있어야 하는 겁니다. 규제를 매일매일 청소하는 시스템이 있어야 하는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어요.”

정부가 현재 추진하고 있는 규제개혁은 ‘경제혁신 3개년 계획’에 따른 경제활성화의 한 방편이다. 내수진작과 수출확대를 통해 저성장 기조에서 벗어날 수 있는 묘책으로 규제혁파가 등장한 것이다.

―현재까지 논의돼온 규제개혁 과제들은 사실 생활민원에 가까운 것들이 많아 보입니다. 그것들도 중요합니다만 기업들은 당장 투자에 걸림돌이 되는 ‘덩어리규제’(다수 부처에 관련돼 있는 복합규제)에 대한 논의가 시급하다는 의견들인데요.

“일리 있는 의견입니다. 하지만 지금 단계에서 덩어리규제가 이슈가 돼버리면 수렁에 빠져버릴 우려가 있어요. 규제개혁에 대한 국민적 공감을 얻기 전에 각자의 주의주장에 따라 판단해버리는 이데올로기 논쟁이 벌어지는 겁니다. 예를 들자면 자주 지적되는 덩어리규제가 수도권규제인데, 이를 정면으로 다룰 경우 경제적 효율이냐 국토균형 발전이냐는 가치판단의 문제에 봉착하게 되고, 국민적 공감대를 얻기 전에 사회적 논란에 휩쓸리게 됩니다.”

―국책사업이나 기업투자의 측면을 보면 지역주민들과의 갈등도 이데올로기가 개입된 ‘보이지 않는 규제’의 성격이 짙습니다.

“거기에는 한국적인 특성이 많은 것 같아요. 일본도 그런 문제를 겪었지만 우리와는 양상이 다릅니다. 예전에 일본 후쿠오카(福岡)에 갔을 때 쓰레기 소각장을 만드는 문제로 지역에 갈등이 있었어요. 그런데 자치정부와 주민들은 쓰레기 소각장의 효율성만 따지지 않고, 그 시설을 잘 만드는 것에도 투자를 하자는 데로 의견을 모았어요. 돈을 더 써서라도 쓰레기 소각장의 폐열을 이용해 스포츠콤플렉스, 공원 등 각종 편의시설을 만들자는 거예요. 무조건 쓰레기 소각장을 지어야 한다거나 안 된다거나 서로 우격다짐을 하는 게 아니라, 그 이미지를 완화하는 장치를 미리 만들어 주민들의 공감을 얻어가는 것입니다. 그게 지역 갈등의 이데올로기화를 막는 방법이라고 봅니다.”

김 회장은 한국경제의 당면 숙제인 저성장 탈출의 비책으로 주제를 옮기자 한층 더 심각해졌다. 각종 경제지표의 흐름이 개선되고 있다고 하지만, 그는 “한국이 일본형 저성장의 늪에 빠질 위험성은 상존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국경제의 저성장은 여러 가지 요인이 겹쳐 있는 문제입니다. 전반적으로 고령화가 대단히 큰 요인인 것 같고요. 경제가 성장하려면 노동이나 자본 투입이 아뤄져야 하는데, 우선 새로운 경제활동에 참여하는 인구가 줄어들고 있는 형편입니다. 그렇다고 젊은층들이 직업을 삼겠다고 할 만한 신산업이 등장하지도 않고 있어요. 국내 기업의 해외투자가 외국인직접투자의 3배쯤 커져버린 것도 돌이킬 수 없는 흐름이 돼버렸어요. 우리 산업구조가 다변화되지 않은 것도 중요한 요인입니다. 신산업들이 계속 등장하고, 정부도 그걸 인식해 육성해야 하는데 여의치 않은 겁니다. 정부가 강조하고 있는 창조경제도 신산업을 일으키기 위한 아이디어이지 않습니까. 경제혁신 3개년 계획과 규제개혁이 연결되는 것은 이러한 신산업의 등장을 규제가 가로막고 있다는 문제의식이 배경인 것입니다.”

김 회장은 국내 산업구조의 편중 문제에 대해 “우리나라의 주요 수출업종만 봐도 7대 산업이라고 이름 붙이는 분야가 차지하는 비중이 80%에 육박한다”면서 “그 산업들의 성쇠에 우리 경제의 운명이 달려 있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했다. 그는 “삼성이나 현대차가 엄청나게 투자한다고 하지만 ‘해외영토’를 넓히는 데 집중돼 있다. 그래서 국내 경제활동이 이렇게 약해지는 것”이라고도 했다. 산업구조 다변화를 통한 잠재성장률 제고 방안으로 그는 연구·개발(R&D)의 효율성을 지목했다.

“경제성장을 하는 데 중요한 요인으로 거론할 수 있는 것이 노동, 자본 등 다양한 생산요소들의 효율성을 따져보는 총요소생산성입니다. 이를 높이는 방법은 기술발전도 있고, 노동생산성 향상도 있겠는데 가장 중요한 요소는 R&D입니다. 한국은 전 세계에서 R&D 집약도 면에서는 아마 1등일 거예요. 국내총생산(GDP)의 4%를 R&D에 투자하고 있는 나라는 한국밖에 없어요. 하지만 그 효율성이 낮아요. R&D 투자 대비 기술료 수입을 비교해 보면, 미국이 3인데 한국은 1 정도밖에 안 됩니다. 실컷 많이 투자를 했는데 그 효과를 크게 보지 못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왜 그럴까요.

“상용화할 수 있는 R&D 투자가 많아야 하는데 그게 취약하기 때문입니다. R&D 투자를 아직도 공공부문이 많이 담당하고 있는 것도 한 요인이고요. 특히 실컷 R&D에 투자해서 신기술 개발에 성공했는데 상용화를 가로막고 있는 규제도 문제가 됩니다. 그러다보니 우리 경제구조 전체가 저성장 구조로 고착화되는 겁니다. 과거에 노동투입만으로도 경제성장을 이뤘던 시기가 있었고, 그다음에는 돈을 벌어서 자본투입으로 성장을 견인했어요. 이후 R&D를 통해서 잠재성장률을 5∼6%까지 유지해 왔는데, 지금은 잠재성장률이 4% 미만으로 떨어져버렸잖아요.”

―잠재성장률을 높일 여지가 아직 있다고 보십니까.

“그렇습니다.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밝힌 것이 경제의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의지 아니겠습니까. 과연 그걸 잘할 수 있겠느냐고 의문부호를 찍을 수는 있겠지만, 경제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방도는 있어요. 새로운 분야에 새로운 산업들이 등장할 수 있도록 하고, R&D 상용화도 규제를 풀어 효율성을 높이면 아마 성장률 1∼2%포인트 높이는 것은 할 수 있다고 봅니다.”

김 회장은 인터뷰 도중 여러 차례 “현재의 규제개혁 모멘텀을 살려 기업의 투자를 가로막고 있는 것들로까지 논의를 진전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업들이 해외로 나갈 생각만 할 게 아니라 돈보따리를 풀어서 국내 어디라도 투자할 수 있도록 투자처를 찾아줘야 한다”고 했다. 규제개혁의 종착점은 결국 기업투자라는 것이다.

인터뷰=오승훈 부장대우(경제산업부) oshu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