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조합·한국선급 비리>한국선급, 적자규모도 축소한 의혹

선박 안전검사라는 국가 업무를 대행하면서도 민간기업이라는 이유로 경영 상황이 투명하게 나타나지 않는 한국선급이 이번에는 적자 규모를 축소했다는 의혹에 휘말렸다.

25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해양수산부는 지난 1월 작성했던 ‘2014 해사안전 정책설명회’ 자료에서 한국선급의 2013년 경영수지에 대해 1134억 원 수입에 99억 원의 적자를 기록했다고 적시했다.

이 자료에 따르면 한국선급은 지난 2011년 122억 원 수입에 286억 원의 순익을 거뒀고, 2012년에도 1313억 원 수입에 170억 원의 순익을 올렸다. 그러나 지난해에는 경영 환경이 악화되면서 창사 이래 처음으로 적자를 기록했다.

그러나 이 자료가 발표되고 나서 20여 일이 지난 2월 11일 한국선급이 개최한 기자간담회에서 전영기 한국선급 회장은 2013년 경영적자 규모를 30억 원 정도라고 밝혔다.

전 회장은 당시 간담회에서 “지난해 한국선급 설립 이후 처음으로 약 30억 원의 적자를 기록했다”며 “올해는 신성장동력 사업 일부가 본궤도에 오르고 1000만 GT(총톤수)가 넘는 계약을 보유한 만큼 흑자로 전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해수부가 자료를 내놓은 지 불과 20여 일 만에 적자 규모가 99억 원에서 30억 원 수준으로 60억 원 이상 줄어든 것이다.

해수부 관계자는 “당시 자료를 만들 때는 한국선급이 일종의 잠정치 결산 자료를 제공한 것”이라며 “회계상 이유로 최종 결산에서는 적자 규모가 줄어든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를 확인할 방법은 없다.

이에 대해 한 회계사는 “대손충당금 규모가 조정되거나, 받지 못할 것으로 예상했던 매출채권을 받을 수 있는 돈으로 계산하는 등의 변경 사유가 있을 수 있다”면서도 “규모가 작은 회계법인에 회계감리를 맡겼을 경우 피감회사와 의견을 조율해 최종 수치를 조정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일은 한국선급의 경영 현황이 철저히 베일에 가려져 있기 때문이다. 국가 업무를 대행하면서 나오는 수익으로 운영되는 회사지만 한국선급의 경영 현황은 자사 홈페이지나 금융감독원 공시 사이트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가 없다.

임대환 기자 hwan9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