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감 묻어난 知人 얼굴… 생전에 그린 소묘 60점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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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조병화 시인은 주변을 수시로 스케치했다. 사귀었던 문인과 대합실에서 잠시 스쳐 간 사람들, 이국에서 만난 악사 등 다양한 인물이 대상이 됐다. 오른쪽 그림은 조 시인이 고 김환기 화백(위)과 허영자 시인(아래)을 그린 인물소묘.

편운(片雲) 조병화(1921∼2003) 시인과 그의 문학적 업적을 기리는 문학행사가 오는 9∼10일 경기 안성시 양성면 난실리 조병화문학관에서 열린다. 올해로 11회째를 맞는 이번 행사는 인물소묘전을 비롯해 문학상시상식, 백일장, 시낭송대회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10일 열리는 ‘조병화 인물소묘전-고독한 혼과 혼의 대화’다. 소묘전에서는 조 시인이 생전에 직접 그렸던 인물소묘 60여 편이 전시된다. 그는 화가로도 활동하면서 18차례의 개인전과 초대전을 가졌다. 소묘에는 일반인에게도 잘 알려진 고 김구용 시인, 고 김환기 화백, 허영자 시인 등 조 시인이 사귀었던 지인들과 가족의 얼굴이 담겼다. 고독과 허무를 노래하는 시를 많이 남겼던 그의 작품인 만큼 인물들에게서 묘한 고독감이 묻어난다.

이날 함께 진행되는 ‘제24회 편운문학상’ 시상식은 한국시의 새 지평을 연 시인과 문학평론가를 위한 것이다. 조 시인의 호를 따서 제정된 것으로, 올해는 시집 ‘달래는 몽골 말로 바다’의 박태일 시인, ‘날짜들’의 송재학 시인이 공동 수상한다. 박 시인은 몽골의 삶과 풍습과 언어를 우리말의 호흡과 리듬에 자연스럽게 녹여 깊은 서정을 만든 점이 높이 평가받았고, 송 시인은 시, 리듬, 사물 사이의 상관관계에 대해 깊게 고민해 단순성의 미학을 잘 표현해낸 점이 인정됐다. 이어 열리는 ‘조병화 문학세계Ⅲ’ 심포지엄에서는 홍용희 경희대 교수, 오형엽 고려대 교수, 이형권 충남대 교수가 각각 조병화 시에 나타난 죽음의식, 단독자의식, 영원성의 추구의식을 주제로 강연을 펼칠 계획이다.

한편 이번 행사에는 일반인들이 직접 참여하는 활동도 진행된다. 10일 신인 문학가를 발굴하기 위한 ‘제9회 편운 시 백일장’이 열리고, 앞서 9일에는 초등학생이 참여하는 ‘제7회 꿈나무 시낭송대회’가 펼쳐진다.

조 시인은 대표작 ‘낙엽끼리 모여 산다’ ‘소라’ 등 인간의 삶과 죽음, 고독을 노래한 시를 포함해 사랑, 이별, 긍정과 달관 등 다양한 주제의 작품들을 남기고 지난 2003년 세상을 떠났다. 인간의 숙명적 허무를 쉽고 아름다운 시어로 표현했다는 평을 받는 첫 시집 ‘버리고 싶은 유산’(1949)을 시작으로 2005년 유작 ‘넘을 수 없는 세월’까지 총 53편의 시집을 냈다. 시선집과 수필집까지 합치면 50여 년간 그가 남긴 작품은 160여 편에 이른다. 중국어, 독일어, 프랑스어, 영어 등 외국어로 번역된 시집도 20여 권이나 된다. 조병화문학관은 이런 조 시인의 문학적 업적을 기리고자 정부가 관련 설립비용을 출연해 그의 고향에 세운 것이다.

조 시인의 아들인 조진형 조병화문학관장은 “시를 향한 조 선생의 사랑과 열정을 되새기고자 하는 것”이라며 “올해 행사는 세월호 침몰 참사가 발생한 만큼 소규모로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유민환 기자 yoogiz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