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4차 핵실험 가능성 고조 ‘한반도 안보상황 엄중’ 판단

미국 하원 군사위원회가 9일 만장일치로 통과시킨 국방수권법안을 통해 한국군 주도의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시기(2015년 12월 1일 예정)를 재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을 ‘확인’한 것은 북한의 4차 핵실험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한반도 안보 상황을 엄중하게 본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전작권 전환은 국가 간의 조약이 아니기 때문에 미 의회의 비준사항이 아니지만 국방예산과 관련되는 중요한 사안이라 미 행정부는 항상 의회의 눈치를 많이 봐왔던 것이 사실이다. 그동안 미 의회에서는 한국의 전작권 연기와 재검토 의견이 나올 때마다 부정적인 기류가 적지 않았지만 이번에는 확연히 달라졌음을 의미한다.

또 미 의회도 한·미 간 전작권 전환 문제를 ‘시간 기준(schedule base)’이 아닌 ‘조건 기준(condition base)’이 돼야 한다는 양국 국방부 간의 논의 방향에 공감한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이번 법안에서 한반도에 관한 언급들이 첨부 보고서 형태가 아닌 법안 본문에 포함돼 있어 의미가 더욱 크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이번 법안이 강조한 “한·미 양국이 북한 핵·미사일 위협 등 역내 변화하는 안보환경으로 인해 2015년으로 돼 있는 한국 주도 방위를 위한 전작권 전환 시기가 재검토될 수 있다고 결정했음을 의회가 확인한다”는 부분은 지난 4월 25일 박근혜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 간의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내용에 힘을 실어준 것이다.

법안은 또 박 대통령의 통일구상인 드레스덴 연설을 지지하고, 한·미 동맹이 아시아·태평양 지역 평화와 안정의 핵심축(linchpin)이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이에 대해 국방부 관계자는 이날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미 행정부가 전작권 전환문제를 미 의회에 보고한 결과물이 국방수권법으로 나온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 당국자는 “한·미 간 전략적 전환계획(STP)상에 2015년 12월로 명시된 시점을 ‘조건부’ 전환으로 내용을 수정하는 작업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관계자는 “미 의회가 오바마 행정부의 한반도 정책을 확인하면서 지지를 보낸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다른 정부 관계자도 “미 행정부가 아닌 의회가 한반도 문제에 대해 공감하고 지지를 보냈다는 것은 단순히 정치적 수사를 넘어서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한국 정부의 대미 협상력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방승배·정철순 기자 bsb@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