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탄압?…금수원 앞 ‘신도방패’는 돈 지키기?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헌법 조항까지… 14일 오전 경기 안성시 삼죽면 금수원 정문에 종교의 자유를 주장하는 플래카드가 걸려 있고, 그 뒤로 검찰의 유대균 씨 체포영장 집행을 반대하는 신도들이 진을 치고 앉아 있다. 곽성호 기자 tray92@munhwa.com

세월호 진도 침몰 참사에 직·간접적 책임이 있는 유병언(73) 전 세모그룹 회장 일가가 검찰 소환에 불응한 채 모두 잠적한 것과 관련, ‘정당한 공권력 집행에 대한 도전’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확산되고 있다. 특히 기독교복음침례회(구원파) 신도들이 법 집행을 물리적으로 저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에 대해서는 공무집행방해 등으로 반드시 형사처벌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익중(사회복지학) 이화여대 교수는 14일 “종교의 자유와 범죄 행위는 분명히 구분돼야 한다”며 “일가와 신도들은 정당한 공권력 행사에 대해서도 ‘검찰이 정권 편에 섰다’는 식으로 호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설동훈(사회학) 전북대 교수는 “유 전 회장 일가가 신도를 이용해 종교 탄압이라고 주장하면서 자기 재산을 지키려 한다”며 종교를 방패막이로 삼고 있는 유 전 회장 일가의 행태를 비판했다.

이옥남 바른사회시민회의 정치실장은 “수백 명을 바닷속에 수장시킨 책임을 피할 수 없는 유 전 회장 일가가 온갖 방법을 동원해 공권력 집행을 거부하고 있는 것은 몰염치의 극치”라며 “하루빨리 검찰 조사를 받고,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가전제품 회사에 근무하는 최대현(32) 씨는 “유 전 회장 일가는 시간을 끌면서 형사처벌이나 피해자 손해배상 등의 책임을 모면하려는 것 같다”며 “이는 세월호 참사에 분노하고 있는 희생자 가족이나 국민을 우롱하는 행위”라고 말했다.

대학생 김모(26) 씨는 “신도 수백 명이 금수원 앞에 진을 친 모습이 마치 조폭 영화에 나오는 한 장면 같다”고 꼬집었다.

법조계에서는 법 집행을 방해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법으로 엄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여론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서울중앙지법의 한 부장판사는 “검찰 소환에 나오지 않는 것은 방어권 보장 차원과 비슷한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더라도 도피는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라며 “의도적인 도피가 인정된다면 죄질이 나쁘기 때문에 향후 공판 과정에서 불리한 양형 요소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일반적인 시위의 성격을 위법으로 볼 수는 없지만 체포영장 집행 과정에서 정도가 지나쳐 폭력·협박이 발생하거나 도피를 도운 혐의가 인정된다면 형법상 공무집행방해죄로 처벌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검찰 관계자는 “유 전 회장 일가에 대한 소환이 임박하자 구원파 신도들이 일제히 금수원 진입을 막고 시위를 벌였는데 분명한 의도가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김동하·손기은 기자 kdhah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