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What >가장 위험한 바다는 파도 10m ‘드레이크 해협’

세계에서 가장 험하고 위험한 바다로 꼽히는 곳은 남미대륙 남단 혼 곶(칠레) 부근의 드레이크 해협이다. 1578년 영국 탐험가 프랜시스 드레이크(1540∼1596)에 의해 존재가 처음 유럽에 알려지게 됐지만, 일년 내내 워낙 파도가 높고 해류가 빨라 감히 이곳을 통과하려는 선박이 없다가 1616년에 와서야 네덜란드 항해가 빌렘 쇼텐이 엔드라흐트호를 타고 통과하면서 유럽과 신대륙을 연결하는 항로로 자리잡았다.

태평양과 대서양이 만나는 지점에 자리잡고 있는 드레이크 해협은 북쪽으로는 혼 곶, 남쪽으로는 사우스셰틀랜드 제도 사이에 있는 길이 약 650㎞, 폭 약 950㎞의 바다를 가리킨다. 해협으로는 세계에서 가장 폭이 넓다. 남극에서 밀려오는 해류의 영향으로 평균 10m 높이의 파도가 치는 것은 일상이며, 폭풍우가 불 때는 무려 30m의 파도가 치는 경우도 많다. 해협의 중심부가 남위 60도 지점에 있어서, ‘절규하는(Screaming) 60도’란 별명이 붙어있을 정도이다. 남극 빙산도 이곳을 오가는 선박의 안전을 위협하는 또 하나의 요소이다.

드레이크 해협은 1914년 파나마 운하가 생기기 이전까지는 서유럽에서 남미대륙을 돌아 북미 서해안이나 호주·동아시아로 갈 수 있는 항로였다. 돛이 여러 개 달린 쾌속 범선을 뜻하는 ‘클리퍼 상선’들이 이용하는 노선이란 뜻으로 ‘클리퍼 항로’란 이름으로 불리기도 했다. 지난 1992년 칠레 정부는 지난 수백 년 동안 드레이크 해협을 지나다 목숨을 잃은 많은 선원들의 영혼을 위로하는 의미로 혼 곶의 땅 끝에 거대한 앨버트로스 새 조각상을 세웠다.

선박과 비행기 실종사건이 자주 발생하는 일명 ‘버뮤다 삼각지대’는 빠른 조류보다는 특수한 해저 지형 때문에 선박사고가 잦은 곳으로 꼽힌다. 버뮤다 삼각지대는 미국 플로리다 해협과 버뮤다, 아조레스 제도(푸에르토리코)를 잇는 삼각형 지대를 가리킨다. 선박 실종사고가 자주 일어나는 원인에 대해 학자들은 버뮤다 삼각지대 심해저층에 존재하는 메탄하이드레이트 층과의 연관성을 제기하고 있다. ‘불타는 얼음’으로 불리는 메탄하이드레이트는 영구동토나 심해저의 저온과 고압상태에서 천연가스의 주성분인 메탄이 얼음 형태로 변한 것을 말한다. 최근 과학자들은 해저 메탄하이드레이트 층이 붕괴돼 가스가 분출되면서 다량의 기포가 수면 위로 올라오면, 부력을 잃은 선박들이 가라앉을 가능성을 제기해 학계 안팎의 관심을 끌기도 했다.

세계에서 선박사고가 가장 많이 일어나는 곳은 사실 해류나 거친 기상조건보다는 ‘비좁은 항로’이다. 2013년 세계자연기금(WWF)은 세계에서 가장 붐비는 바다 중 한 곳인 남중국해에서 1999∼2011년 총 293건의 선박사고가 발생해 세계 1위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오애리 선임기자 aer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