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언비어, 피해가족엔 ‘피멍’ 전담경찰은 ‘헛심’

경찰이 세월호 참사 이후 각종 유언비어나 사실무근의 괴담 확산에 대해 엄벌 방침을 세우고 단속하고 있지만, 정작 초교생 등 어린 학생의 장난인 경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은 괴소문 확산은 슬픔에 빠진 세월호 피해자 가족들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주는 만큼 이 같은 행동을 자제해 줄 것을 당부하고 있다.

15일 일선 경찰서 등에 따르면 지난 4월 16일 세월호 참사 당일 오후 8시쯤 한 블로그에는 신원을 정확히 밝히지 않은 사람이 ‘사건의 전모를 알려드립니다’라는 제목으로 마치 세월호 참사의 목격자나 진실을 아는 사람인 것처럼 글을 올렸다. 글에는 “배를 타고 가던 중 무엇인가에 부딪쳐 쓰러졌습니다. 배 아래층에 사람들의 다리가 잘렸고, 시체들을 몰래 치우고 있다고 합니다”라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이 글은 네티즌들을 통해 인터넷 공간에서 확산됐다.

경기 평택경찰서는 2명의 경찰관이 5일 동안 해당 글 게시자를 추적했고, 그 결과 검거한 범인은 초교 6학년생 A 군인 것으로 밝혀졌다. A 군은 “애들이 내 블로그에 많이 방문하지 않을까 해서 별다른 이유 없이 올렸다”고 황당한 해명을 늘어놨다.

지난 4월 19일 인터넷상에는 “세월호에 갇혀 있는 오빠에게 카카오톡으로 연락이 온다”는 내용의 글이 올라 네티즌들의 많은 관심을 받았다. 경찰은 20일 전담 인력 3명을 투입, 4일 동안 추적해 용의자를 찾았으나 역시 중학교 2학년 여학생인 B 양인 것으로 나타났다. B 양은 경찰 조사에서 “관심을 끌고 싶어 그냥 호기심에 해본 것”이라고 진술했다.

경찰은 두 학생 모두 나이가 어린 학생인 데다 초범이고, 고의성이 없었다는 점을 들어 주의를 준 뒤 풀어줬다. 같은 기간 경찰력은 쓸데없는 유언비어 탓에 헛심을 쓰게 된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사실 괴담의 대부분은 앞뒤가 안 맞거나 거짓인 게 의심되는 경우가 많은데 상황이 워낙 비극적이고 누구나 기적을 기대하는 상황이라 슬픔에 빠진 실종자 가족들이나 친척 등은 이를 믿었다가 마음의 큰 상처를 받게 됐다고 호소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정작 잡고 보면 어린이들의 장난인 경우가 많아 처벌이 어려운 실정”이라고 말했다.

고서정 기자 himsgo@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