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 지방선거>나라살림 ‘모르쇠’ 일단 당선되고 보자… 쏟아지는 ‘空約’

지방 재정 자립도가 매년 떨어지고 국가부채가 증가하는 등 국가 재정이 날로 악화하고 있지만 예산 부담이 큰 포퓰리즘 공약이 문제점으로 대두하고 있다.

문화일보가 시민단체 ‘바른사회시민회의’와 함께 20일 분석한 6·4 지방선거 정당 및 광역지방자치단체장 후보별 공약에 따르면 포퓰리즘 공약은 모두 49개에 이르렀다. 이중 의료·교육·복지 관련 공약이 28개, 사회간접자본(SOC) 공약이 21개였다.

전국 지방자치단체 평균 재정 자립도는 민선 자치가 시작된 지난 1995년 63.5%였으나 2008년 53.9%, 2013년 51.1%에 이어 올해에는 44.8%까지 급락했다. 올 3월 말 기준으로 중앙정부의 국가채무도 474조9000억 원으로 중앙의 사정도 좋지 않다. 예산을 과도하게 수반하는 공약은 중앙과 지방정부의 부담을 늘리고 결국은 국민 부담으로 이어진다.

이번에도 복지 포퓰리즘 공약이 다수 눈에 띈다. 복지의 점진적 확대는 필요하나 과도하고 급격한 예산 부담을 요구하는 복지 공약은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의료와 관련, 새정치민주연합은 보호자 간병 없는 환자안심병원 건립과 공공산후조리원 확충을, 통합진보당은 반값 공공산후조리원 마련을, 정의당은 공공 간병제 도입을 공약했지만 각각 이행기간이나 예산 확보 방안이 불투명하다. 이행계획도 따져보지 않고 실행 약속부터 한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야권은 기존의 최저임금보다 격상한 생활임금제, 무상급식을 내세우고 있지만 마찬가지로 예산 확보 방안이 뚜렷하지 않다. 박원순 새정치연합 서울시장 후보는 국공립 어린이집 1000개소 추가 확충, 청년 대중교통요금 10% 할인 등의 공약을 제시했지만 예산규모가 불분명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새누리당은 동네 병·의원을 통해 65세 이상 노인들에게 독감 예방접종비 전액을 지원하겠다고 공약했지만 이행기간과 예산 확보의 구체성이 없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새누리당은 인천보훈병원 건립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지만 아직 예비타당성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고 이행기간이나 예산도 불분명하다.

천문학적인 예산이 필요한 SOC 관련 부실공약도 다수 지적됐다. 일부 지자체에서는 공사비의 대부분을 국비로 떠넘기는 무책임한 모습도 노출했다. 새누리당이 제시한 SOC 공약 중에서는 부전철도시설 이전 지원, 대구광역권 철도망 구축, 국가산단연결 광역철도망 구축, GTX 송도∼청량리 구간 추진, 제천∼평창간 고속화도로 추진, 제2서해안 고속도로 건설 추진, 국도 77호선 연결 부창대교 건설 추진, 호남 고속철도 건설 등이 부실한 것으로 지적됐다. 대부분 예비타당성 조사가 진행 중이거나 실시되지 않았고, 예산 확보계획도 불투명한 것으로 드러났다.

최근 선거 때마다 영남권에서 재탕·삼탕 공약으로 등장한 동남권 신공항 건설은 이번에도 어김없이 나왔지만 실행 가능성은 불투명하다. 새정치연합은 한강·임진강·예성강 하구 평화협력지대 조성, 강원도의 수도권 접근성 개선을 위한 인프라 확충을 약속했지만 역시 이행기간과 예산 확보 계획이 불투명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화종 기자 hiromats@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