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독가스, 초당 3∼5m로 수직 확산… 3∼4차례만 마셔도 기도 막혀 사망

화재가 발생하면 유독가스부터 피해야 한다. 유독가스는 3∼4차례만 들이마셔도 혈액 내 산소 전달을 방해해 사망에 이르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28일 소방방재청에 따르면 화재시 가스와 연기에 의한 질식사가 전체 60% 이상을 차지한다. 화재가 발생하면 산소가 부족해지고 여러 가지 독성물질이 혼합된 유독가스가 발생한다. 이때 화재현장에 있는 사람은 대부분 당황하게 돼 평소보다 호흡량이 3배가량 많아져 다량의 유독가스를 흡입하게 된다. 화재현장에서 가장 많이 발생하는 유해가스는 일산화탄소다. 손유동 한림대성심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일산화탄소가 몸속에 들어오면 산소를 운반하는 혈색소인 헤모글로빈에 달라붙어 산소가 몸안의 각 세포로 이동되지 않는다”며 “이런 과정을 통해 세포가 죽으면서 사망에 이르게 된다”고 말했다. 또 유독가스가 기관지 경련을 유발하고 이로 인해 기도가 막히면서 질식사로 이어질 수도 있다.

유독가스에 포함된 각종 미세먼지들도 심각한 질환을 유발한다. 손 교수는 “사망에 이르지는 않았지만 연기를 많이 들이마신 사람은 폐에 미세한 먼지들이 침착돼 폐렴에 걸릴 수 있다”며 “또 몇 년 후에는 천식이 발생할 수 있다는 연구도 학계에 보고되고 있다”고 말했다. 뜨거운 유독가스를 흡입하면서 기도에 화상을 입는 경우도 있다. 화재가 발생하면 빨리 대피하는 것이 최우선이다. 화재시 발생하는 연기는 일반적으로 수평으로는 초당 1∼2m, 수직으로는 초당 3∼5m로 빠르게 퍼지기 때문이다.

손 교수는 “밀폐된 공간에서 탈출하지 못하는 것이 질식사의 가장 큰 원인”이라며 “화재가 발생하면 젖은 수건으로 코를 막고, 연기는 바닥에서 약 30㎝ 위부터 확산하므로 자세를 낮춰서 빨리 사고현장을 벗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이용권 기자 freeus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