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판 닷새간… 民心 반영안돼 ‘맹점’ 후보검증 못해 ‘구멍’

지난 5월 30∼31일 실시된 사전투표가 공식투표일인 4일보다 4∼5일 앞서 행사된 것과 관련, 여야 정치권과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가뜩이나 깜깜이선거로 통하는 이번 지방선거에서 후보검증을 제대로 하지 못한 채 투표를 행하는 문제 ▲선거에 임박해 부상하는 막판변수가 전혀 반영되지 않아 표심이 왜곡될 수 있는 문제 ▲이에 따라 소수의 판단이 다수의 판단을 뛰어넘을 수 있는, ‘왜그 더 도그(Wag the dog)’ 현상 문제 ▲선거 수일 전 후보 사퇴를 예상치 못한 채 투표가 진행됨으로써 발생할 수 있는 사표(死票) 문제 등을 안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더욱이 이번처럼 ‘조용한 선거’에서 후보 검증이 제대로 되지 않았거나 표심을 움직일 만한 변수가 막판에 나타날 경우 이미 표를 행사한 유권자가 이를 번복할 수 없다는 점에서 한계를 보이고 있다. 심지어 사전투표가 끝난 뒤 후보가 사퇴할 경우 그 후보에게 기표된 표는 모두 사표가 되는 현상도 나타났다. 이처럼 본투표에 비해 표심 반영의 정확도가 다소 떨어지는 사전투표가 지나치게 높은 투표율을 기록하면서 본투표 결과에 영향을 미쳐 소수가 다수를 좌지우지하는 ‘왜그 더 도그’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지적도 2일 나오고 있다. 일부 선거 전문가는 “가장 큰 문제는 선거 결과를 좌우할 막판변수에 대한 정보 없이 투표에 임함으로써 소수의 표심이 다수의 표심을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민의 경우 사전투표에 참여했다면 유력 후보 중 하나인 고승덕 시 교육감 후보의 ‘아버지로서의 교육감 자질 논란’이 전면적으로 불거지기 전에 투표한 셈이다. 고 후보의 딸인 캔디 고(27) 씨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서울시민에게’로 시작하는 글을 올려 “아버지로서 자식들의 교육에 경제적으로, 정서적으로 전혀 책임지지 않았다”며 “교육감을 할 자격이 없다”고 비판한 글이 사전투표 후에 알려진 것이다. 전문가들은 “사전투표를 한 서울 시민들 중 상당수가 이 같은 사실이 벌어지기 전에 교육감 투표를 했다”면서 “고 후보의 딸 친필 편지 논란이 선거 결과를 좌우할 수 있는 주요변수라는 점에서 이는 사전투표의 최대 문제점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장 선거에서 제기된 ‘농약급식’ 논란 역시 이슈가 계속 이어지고 있는 과정에 투표가 이뤄졌다. 사전투표가 실시된 이후이자 주말이었던 1일도 정몽준 새누리당 서울시장 후보와 새정치민주연합 박원순 후보는 ‘농약급식’ 논란에 대해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박 후보는 기자회견에서 “아이들 밥상을 정치에 이용하지 말라”고 밝혔고, 정 후보는 “박 후보가 (농약급식에 대한) 감사원 감사보고서의 내용을 몰랐다고 하는 것은 거짓말”이라며 “이 모든 것을 모른다고 거짓말한 데 대해 (박 후보는) 사과하라”고 반박했다. 이노근 새누리당 의원은 이날 입수한 서울시 감사자료를 통해 “서울시가 (박 후보가 시장으로 있던) 지난해 9월 친환경유통센터에 대한 자체 감사를 한 결과 잔류농약이 검출된 농산품이 시중에 유통된 사실을 파악하고 주의 조치를 내렸다”고 주장했다.

사전투표를 마친 이후 후보자 줄사퇴가 이어지고 있는 점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사전투표일 직전인 5월 29일 고창권 통합진보당 부산시장 후보가 사퇴한 데 이어 6월 1일 오전에는 백현종 경기도지사 후보가 사퇴했다. 사전투표에서 백 후보를 찍은 표는 백 후보의 무책임한 사퇴로 모두 사표가 돼버린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 외에도 표심 향방을 가르는 ‘막판 변수’로 작용할 수 있는 개각 여부나 유병언(73) 전 세모그룹 회장의 검거 여부 등의 변수 역시 이번 사전투표에는 제대로 반영되지 못할 것이라는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이 같은 한계에도 불구하고 본 투표율의 5분의 1에 육박하는 11.49%가 투표에 참여하면서 사전투표의 내용이 본 투표 결과에 큰 영향을 미치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문제점도 지적되고 있다.

박세영 기자 go@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