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판론’ 2030 野몰표, ‘朴보호’ 5060 與결집이 막았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당선사례 5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홍제동 거리에 한 구의원 당선자가 내건 당선 감사 플래카드 앞을 시민들이 걸어가고 있다. 심만수 기자 panfocus@munhwa.com

이번 6·4지방선거에서 20∼30대는 새정치민주연합에 몰표를 던진 반면, 50∼60대 이상은 새누리당에 표를 결집시키는 등 세대 간 ‘극과 극’의 투표 성향을 보였다. 선거운동 내내 여론조사에 잡히지 않았던 ‘숨은표’는 ‘보수표’였음이 확인됐고, 보수표는 투표 당일 결집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 결과 여당은 ‘박근혜 지키기’ 전략의 효과를 톡톡히 봤고, 지방선거 참패를 면하게 됐다.

이번 선거 결과의 승패 요인에 대해 여론 전문가들은 20∼30대를 중심으로 한 ‘세월호·정부 심판론’ 몰표 분위기에, 선거 막판 새누리당이 내세운 ‘박근혜 지키기’가 보수 표를 결집시키면서 새정치연합의 ‘대승’을 막는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윤희웅 민정치컨설팅 여론분석센터장은 5일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이번 선거에서 세대별 투표 성향을 분석해 보면 20∼30대는 새정치연합에, 50∼60대는 새누리당에 표를 몰아주는 세대 간 표 쏠림 현상을 보였다”며 “정치세력의 극화 현상이 지역 간 구도보다도 세대별 구도가 선거 판세를 가르는 갈등, 분열 축으로 부각됐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지상파 3사가 실시한 서울시장 선거 출구조사에서 정몽준 새누리당 후보와 박원순 새정치연합 후보에 대한 연령별 득표율이 20대는 28.5% 대 69.9%, 30대는 24.9% 대 74.5%로 차이가 41~50%포인트에 달했다. 이에 반해 50대에선 여야 후보의 득표율이 57.5% 대 41.8%로 여당 후보가 우세했으며, 60대 이상에선 76.5% 대 23.1%로 득표율 차이가 53.4%포인트로 여당 후보가 야당 후보를 압도했다. 특히 여론조사 및 학계 전문가들은 세월호 참사 때문에 심리적으로 위축, 공개적으로 지지 의사를 밝히지 않았던 보수층의 ‘숨은표’가 투표장에서 위력을 발휘했다고 보고 있다.

이택수 리얼미터 대표는 “세월호 참사 이후 여당에 대한 비판 여론이 비등하면서 여권 지지층이 정치적 성향을 드러내지 않거나 부동층으로 이탈했던 ‘숨은표’가 막팍 결집하면서 새누리당의 참패를 막았다”며 “경기, 인천 등의 대도시 지역에서 정권 비판론보다는 ‘한번 더 기회를 주자’는 정권 안정론이 숨은 표심을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정희(정치외교학) 한국외대 교수도 “이번 선거를 통해 더이상 영호남 대립이나, 민주 대 반민주, 빈부의 대결이 선거판을 좌우하는 게 아니라 세대 간 갈등이 핵심 선거 변수로 자리잡게 됐다”며 “새누리당이 잘한 것이 없다고 생각하는 50∼60대 보수 유권자들 사이에서 선거 막판 ‘박근혜 지키기’ 심리가 작동, 보수 표가 결집한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전문가들은 캐스팅보트 역할을 하는 40대의 표심 영향력이 ‘미풍’에 그쳤다고 분석하면서, 여야가 40대 공략을 포함한 지지 세대의 ‘확장’이 향후 선거에 있어서 승패를 좌우하는 최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대표는 “사전투표 등을 종합해볼 때 40대 ‘앵그리 맘’ ‘앵그리 대디’의 분노가 현장 투표로 연결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현일훈 기자 on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