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기서 분 ‘野단일화 역풍’

6·4지방선거를 목전에 두고 주요 접전지역의 통합진보당 후보들이 잇따라 사퇴하면서 ‘변칙적 야권 단일화’가 막판 변수로 떠올랐지만, 결국 역풍을 맞게 됐다.

특히 초접전 경합지역으로 분류된 지역들을 겨냥한 통진당 후보의 잇단 사퇴가 정치적·도덕적 논란을 불러일으킨 가운데, 부산과 경기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야권이 패배한 것은 국민이 이 같은 행태를 엄중 심판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는 이번 지방선거에서 야권이 대승을 거두지 못하게 한 최대 원인으로 꼽힌다. 통진당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광역단체장은 물론, 기초단체장에서 단 한 명도 당선시키지 못해 ‘진보 정당의 위기’를 맞게 됐다.

5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개표 결과 통진당 후보의 사퇴로 야권 단일화 논란이 일었던 경기도지사·부산시장 선거에서 새누리당의 남경필·서병수 후보가 승리를 거머쥐었다. 이들 지역은 각종 여론조사에서 접전을 벌이다가 선거 직전에는 야권의 박빙 우세를 점쳤던 곳들이다.

하지만 선거 이틀 전 3∼4%대 지지율을 보여온 통진당의 백현종 경기지사 후보, 고창권 부산시장 후보가 ‘반(反) 새누리당’을 명분으로 후보직을 내려놓으면서 판세를 예측하기 어려웠다.

당시 야권은 조심스레 통진당 후보 지지표가 새정치민주연합 후보에게 흘러가는 ‘결과론적 단일화 효과’를 기대하면서도 ‘종북 논란’에 대한 역풍을 경계했으며, 여권은 “민주주의 근간을 뒤흔드는 야합”이라며 맹렬히 비판했다.

한편 진보 정당 후보들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사실상 전멸했다. 통진당은 이석기 의원의 내란음모 혐의 사건과 정당해산심판 청구 등으로 벼랑 끝에 몰린 채 지방선거를 통해 반전의 계기를 마련하고자 총력을 다해 선거에 임했지만 기대했던 성과를 올리지 못했다.

광역단체장 후보 12명을 출마시키면서 야심찬 도전에 나섰지만, 이성수 전남도지사 후보가 12.47% 득표율로 2위를 한 것을 제외하고는 눈에 띄는 득표조차 이뤄내지 못했다.

41명의 후보가 나선 기초단체장 선거에서도 현역 구청장인 울산 동구의 김종훈 후보와 북구의 윤종오 후보마저 새누리당 후보에게 간발의 차이로 밀려나면서 한 명의 단체장도 배출하지 못했다. 제4당인 정의당도 성과를 내지 못했다. 4명이 출마한 광역단체장 후보 중에는 울산의 조승수 후보가 26.43%의 지지를 얻은 게 최대 성과다.

윤정아 기자 jayo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