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부과 실익 미미한 ‘車 탄소세’ 서두를 이유 없다

내년부터 도입이 예고된 저탄소차협력금(자동차 탄소세)을 둘러싸고 부처 간 의견이 갈리면서 혼선을 빚고 있다. 9일 한국조세재정연구원·산업연구원·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이 참여한 공청회는 각각 기획재정부·산업통상자원부·환경부 입장을 대변하면서 극명한 이견만 드러냈다. 파급력이 큰 정책이 몇 달째 결론 없이 표류하고 있는 상황부터가 한심하다. 저탄소차협력금은 이산화탄소 배출량에 따라 구매자에 보조금을 주거나 부담금을 지우는 제도다. 환경부 안은 50만∼1000만 원의 보조금, 75만∼400만 원의 부담금을 책정했다.

공청회에서 그나마 확인된 사실은 탄소세 부과 효과가 기대만큼 크지 않다는 점이다. 환경부는 202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160만t 줄일 것으로 본다. 그러나 같은 기간 수송부문에서 감축할 목표치 1780만t의 9%에 불과하다. 산업연구원의 분석으론 이보다도 훨씬 적은 27만7000t밖에 안된다. 효과가 미미한데 비해 치러야 할 대가는 만만찮다. 2017년부터 쏘울·쏘나타·K5 등 국산 주력 차종은 대부분 부담금 대상이 되지만 BMW 320d, 벤츠 A200 등 인기 수입차종은 보조금을 받게 된다. 특히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은 차종을 생산하는 쌍용자동차는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 유럽차에 비해 불리한 미국은 통상마찰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차 탄소세 제도는 녹색성장 분위기를 타고 추진돼오다 지난해 3월 관련 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친환경차 생산을 유도한다는 명분과 취지에 반대할 이유는 없다. 그러나 탄소세로 인한 온실가스 감축 실익이 그리 크지 않다면 국내 완성차·부품업체를 역차별하고, 소비자 선택권을 제한하면서까지 강행해야 하는지 자문해봐야 한다. 일부 유럽국가를 빼면 자동차 경쟁국들은 자국 시장을 열어주는 탄소세 도입에 소극적이다. 가뜩이나 수입차 점유율이 높아가는 판이다. 정부는 서두르지 말고 원점에서 시기·방식 등을 신중하게 재검토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