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달만 더 버티면 기관장 잘린다’ 악용하는 노조

목표 시한을 정해놓고 추진하고 있는 정부의 공공기관 정상화 계획이 오히려 공공기관 개혁을 어렵게 하는 부메랑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일부 공공기관들은 노조에 강경한 기관장을 몰아내기 위해 ‘협상거부와 버티기’로 일관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어 대책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16일 관계부처와 공공기관들에 따르면 코레일은 방만경영 해소를 위해 자동승진제 폐지 등을 추진하고 있지만 노조측이 노사협상에 일절 응하지 않고 있어 경영 정상화 작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산하 공공기관들에 대해 6월 말(코레일은 9월 말)까지 경영정상화 이행계획 추진 실적을 평가해 실적이 부진한 기관장에 대해서는 해임 건의 등 강력한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국토부 산하 공공기관들은 자사매각과 후생 복지 조건 축소 등을 추진하고 있지만 노조와의 합의가 필요한 성과급의 퇴직금 포함 여부 등 적지 않은 문제로 노사 간 갈등을 겪고 있다.

올해 단체교섭을 갱신해야 하는 코레일의 경우 정부가 정해놓은 시한 탓에 제대로 노사협상을 진행하지 못하고 있다. 자동승진제 폐지 등 단체교섭을 통해 방만경영 조항을 해소해야 하지만 철도노조가 협상에 일절 응하지 않고 있어 경영정상화 계획 추진이 어려운 것이다.

코레일 관계자는 “노조가 조금만 더 버티면 노조에 강경한 최연혜 코레일 사장이 해임건의될 수 있다는 것을 간파하고 노사협상에 일절 응하지 않고 있어 경영정상화 계획 추진이 매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공공기관들은 이외에도 성과급의 퇴직금 포함 여부를 놓고서도 노·사·정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현재 22개 공공기관들이 성과급의 퇴직금 포함 여부를 두고 노사 간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국토부 관계자는 “노사합의가 안 될 경우 성과급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 있고, 무엇보다 내년 임금을 최하등급으로 받을 수 있다”며 “노사가 상생의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임대환 기자 hwan9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