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지난 주말부터 ‘대안 후보’ 검토

박근혜 대통령이 문창극 국무총리 지명자의 임명동의안 국회 제출을 위한 결재를 3번이나 연기하면서 급기야 21일 귀국 이후로 늦춘 배경에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여권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박 대통령은 이미 지난 주말부터 여론이 급속도로 악화된 점을 의식해 문 지명자 낙마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던 차에 지난 17일 이후 새누리당 당권 주자들이 문 지명자의 자진사퇴를 압박하고 나서면서 당내 여론이 ‘옹호’에서 ‘비판’ 쪽으로 급속히 쏠렸고, 여기에 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 출신의 이석현 국회부의장이 조윤선 정무수석을 통해 임명동의안의 귀국 후 처리 방안을 진언하면서 결단했다는 것이다.

새누리당의 한 핵심 당직자는 19일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박 대통령이 임명동의안을 보내지 않은 이유를 복잡하게 따져볼 필요가 없다”며 “국민과 언론들이 보는 대로 보면 된다”고 밝혔다. 이 당직자의 발언은 박 대통령 역시 국민들의 비판 여론을 감안해 임명동의안을 국회에 보내지 않음으로써 사실상 문 지명자의 자진사퇴를 유도하고 있다는 뜻으로 보인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도 “문 지명자 건에 대해선 청와대 내부 기류도 언론의 시각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전했다. 실제 여권에 따르면 당·청 간엔 문 지명자의 낙마에 대비해 문 지명자와 함께 총리 후보로 거론됐던 인물들을 다시 거명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통령의 임명동의안 결재가 미뤄진 배경엔 또 이완구 원내대표와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 등 당·청 수뇌 간 막후 대화도 한몫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두 사람은 문 지명자 건을 놓고 수시로 전화통화를 했으며 당내에 반발 기류가 적지 않다는 점도 교감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조윤선 수석도 새누리당 지도부는 물론, 새정치연합 의원인 이석현 국회부의장 등과 접촉해 대통령이 귀국할 때까지 임명동의안 결재를 보류하자는 내용을 골자로 박 대통령에게 직접 건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이 부의장 측은 “이 부의장이 17일 조 수석에게 전화를 걸어 ‘박 대통령이 문 지명자 임명동의안 요청 결재를 21일 귀국 후 국민 여론을 더 살피고 판단하시도록 해달라’고 요청했고, 조 수석은 18일 ‘말씀하신 대로 대통령한테 보고드렸고 대통령도 귀국해서 검토하겠다라고 했다’는 답을 전해 왔다”고 밝혔다.

김만용·윤정아 기자 my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