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김기춘 책임론’ 野 ‘金·李 불가론’

여권에서 문창극 국무총리 지명자 불가피론이 확산되면서 인사 검증을 책임졌던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 책임론이 수면 위로 분출되고 있다. 문 지명자의 낙마를 기정사실화한 야당은 김명수 교육부 장관 지명자와 이병기 국가정보원장 지명자 쪽으로 표적을 옮기면서 ‘문(창극)·이(병기)·김(명수)’ 등 동반 낙마와 함께 김 실장 퇴진을 압박하고 나섰다.

19일 여권에 따르면 문 지명자 조기 사퇴는 친박(친박근혜)계 주류 진영에서 본격적으로 꺼내든 반면, 김 실장 등 청와대 비서실 책임론은 비주류 진영에서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김 실장이 인사위원장으로서 최근 주요 내각 인선을 책임졌다는 점에서 박근혜 대통령을 대신해 책임을 져야 한다는 ‘십자가론’도 나오고 있다. 비주류에서 김 실장 책임론이 거센 이유는 김 실장이 물밑에서 친박 주류 진영 측과 교감을 나눠 왔다는 불만도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 수도권의 비주류 의원으로 분류되는 새누리당의 3선 의원은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청와대 인사가 계속 잡음이 생기고 난관에 봉착하는 이유는 인재풀이 너무 폐쇄적이고 자기 코드에 맞는 인사만 쓰려고 하기 때문”이라며 “(청와대와 김 실장이) 사람이 없다, 청문회가 너무 타이트하다고만 볼 게 아니라 인재풀 시스템을 개선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한 재선 의원도 “문 지명자가 인사청문회도 거치지 못하고 조기에 낙마하면 당연히 청와대의 인사검증 시스템에 심각한 결함이 있음을 증명해 주는 것”이라면서 “인사를 책임졌던 김 실장이 책임을 지는 것은 불가피한 일”이라고 했다.

야당은 문 지명자와 함께 김 교육부 장관·이 국가정보원장 지명자의 동반 낙마를 거론하고 있다.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는 이날 의원총회에서 “이 국정원장 후보자를 생각하면 참담한 심정”이라면서 “온갖 정치공작에 연루되고 도덕적 결함이 있는 분이 수장이 될 수 없다”며 박 대통령에게 지명 철회를 요구했다. 제자 논문 표절 의혹이 제기된 김 지명자에 대해서도 “말도 안 되는 인사”라면서 “김 후보자는 교육부 수장 자격이 없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김한길 공동대표는 중앙아시아를 순방 중인 박 대통령에게 “(오는 21일) 귀국하는 즉시 제2기 내각을 전면적으로 재구성해야 할 것”이라며 “‘문창극 사태’가 덮고 있는 다른 일들도 많다”고 지적했다.

김 대표는 “청와대 인사검증 책임자의 책임은 물론이고, 국정원장 후보와 다른 장관 후보, 청와대 수석의 많은 문제들이 덮어지고 있다”면서 김 실장의 책임론뿐만 아니라 나머지 의혹이 제기된 공직 후보자들에 대한 철저한 검증을 예고했다.

김만용·윤정아 기자 my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