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美中日 동북아 각축 격화, 朴정부 외교 역량 불안하다

3일 시작되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국빈방문은 한국 외교사에 남을 정도로 의미있는 외교 이벤트다. 중국 국가원수가 취임 뒤 동맹국인 북한보다 먼저 한국을 방문하는 첫 사례인데다 방문단의 규모와 의전·행사 등도 예사롭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화려한 외양 이면에 심각한 도전적 과제들도 있다. 중국과의 경제 협력 및 대일(對日) 역사동맹, 미국 및 일본과의 안보 협력 및 가치동맹을 정교하게 추구해야 하는 한국의 입장에서 자칫 잘못하면 안보나 경제에서 심각한 국익 훼손이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일본 아베 신조 총리가 1일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각의에서 의결한 데 대한 미국의 반응만 보더라도 그렇다. 한국과 중국은 과거 침략역사를 제대로 반성하지 않는 일본의 그런 움직임에 반발하고 있지만, 미국은 백악관, 국방부, 국무부 등 가위 행정부가 총동원되다시피해 지지 의사를 밝혔다. 이 문제에 관한 한, 대미(對美) 외교에서 완패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아베 정권을 지지하더라도 한국 등을 배려한 실질적 보완장치 마련 등의 언급이라도 있어야 했지만 시늉에 그쳤다. 위안부, 독도 문제 등 과거사를 둘러싼 미국 여론이 최근 한국 쪽으로 기울고 있음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한·중 정상회담의 의제 역시 결코 녹록지 않다. 북한 핵 문제에 대한 중국의 입장이 크게 달라질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북한 핵폐기’ 대신 ‘한반도 비핵화’라는 표현을 고수하고, 대북 제재보다 대화 해결을 촉구하는 입장에 변화가 없다고 한다. 한국과 중국이 일본의 과거사 왜곡에 대한 인식은 일치하지만 친중반일(親中反日)로 흘러선 안된다. 동북아에서 미국, 중국, 일본의 각축전이 격화하고 있다. 모두 한국의 ‘전략적 가치’를 높이 평가하고 자기편으로 끌어들이려 하고 있다. 그러나 19세기 후반처럼 휘둘릴 수도 있다. 외교역량이 출중해야 하는 이유다. ‘대증(對症)외교’ ‘수동적 외교’가 아니라 ‘조정자 외교’ ‘선제적 외교’가 필요하다. 그러나 박근혜정부 현 외교팀에서 그런 역량을 발견하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