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범죄예방 ‘안전마을’ 50곳 확대

서울시가 추진하고 있는 ‘범죄예방디자인’이 ‘학교폭력예방디자인’으로 확대되는 등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시는 최근 은평구 응암동 충암중학교 인근 지역을 ‘통학로 학교폭력예방디자인’ 사업 대상지로 선정해 연말까지 현장분석, 주민 의견 수렴 등을 통해 학교폭력예방 해결방안을 도출할 예정이라고 10일 밝혔다.

충암중학교 인근은 충암초·중·고등학교뿐 아니라 응암초등학교, 은평문화예술정보고등학교, 명지중·고등학교 등 학교가 밀집해 있는 데다 재건축 예정지 등이 혼재돼 있어 범죄 발생 우려가 높은 지역이다. 이곳에 연말까지 범죄예방디자인 사업이 조성되면 서울에서 범죄예방디자인 적용지역은 16곳으로 늘어나게 된다.

범죄예방디자인(CPTED·Crime Prevention Through Environmental Design)은 CCTV나 비상벨, 대형거울, 모니터 등의 설치를 통해 범죄심리를 위축시켜 범죄가 발생할 여지를 사전에 차단하고 예방하는 환경개선 작업을 의미한다. 2012년 처음 범죄예방디자인을 적용한 마포구 염리동에서 효과가 뚜렷하게 확인됐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에 따르면 재건축지역인 염리동에 범죄예방디자인이 적용된 뒤 5개월 뒤 주민 자신과 가족에 대한 범죄 두려움은 각각 9.1%, 13.6% 감소했다.

시는 이 같은 범죄예방효과를 바탕으로 그동안 여성원룸밀집지역(관악구 행운동), 전통시장(중랑구 면목동), 외국인 거주지(용산구 용산2가동), 공원(양재 시민의 숲) 등 시내 곳곳에 범죄예방디자인을 확대 적용해 왔다.

최근엔 공장 밀집 지대인 금천구 가산동과 독산동 일대 및 지하철 9호선 2단계 신논현∼종합운동장 구간 총 5개 정거장도 범죄예방디자인 적용지역으로 선정했다.

가산동, 독산동 일대는 자동차 부품이나 기계·장비를 만드는 가내수공업 공장과 주거지가 공존하는 지역으로 도시환경정비사업이 무산돼 낡은 건물이 많은 데다 골목이 좁고 조명이 어두워 안전 사각지대로 꼽히는 곳이다.

이와 관련 박원순 서울시장은 범죄예방디자인을 적용한 ‘안전마을’을 임기 내에 50곳 조성한다는 것을 지난 6·4지방선거에서 공약으로 내놓기도 했다. 안전마을에는 주거단지 설계단계에서부터 범죄예방 개념이 적용된다.

범죄예방디자인은 또한 전국으로 확산될 전망이다. 부산시 북구와 경기 시흥시는 범죄예방디자인을 이미 도입해 시행 중이고, 광주광역시와 경북 경주시도 범죄예방디자인을 도입할 예정이다.

유보화 시 디자인정책과장은 “지금까지의 성과를 바탕으로 지역 특성에 맞게 매뉴얼을 만들어 전국으로 확산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도연 기자 kdych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