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지난 3일 인천 강화군 송해면 당산리 화문석마을에서 열린 ‘식사랑농사랑’ 행사에서 참가자들이 체험 프로그램의 하나로 강화도의 특산물인 쑥을 이용해 쑥개떡을 빚고 있다. 김동훈 기자 dhk@munhwa.com
“도시에 갇혀 있다가 오랜만에 푸른빛이 넘실대는 농촌에 나오니까 너무 좋죠?” “네!”
지난 3일 인천 강화군 송해면 당산리 화문석마을 회관 세미나실. ‘식사랑농사랑’ 행사가 본격적으로 진행되기에 앞서 참가자들을 상대로 ‘식사랑농사랑 운동의 이해’를 주제로 한 강의가 열렸다. 이날 행사는 NH농협은행과 농촌사랑지도자연수원(원장 김용덕)이 함께 주최했으며 참가자 80여 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이날 강의에는 농촌사랑지도자연수원 소속 서경수 교수가 강연자로 나섰다. 서 교수는 가장 먼저 식사랑농사랑 운동의 추진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현시대는 너무 경쟁적인데 이제 따뜻한 정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따뜻한 정을 만들기 위해서는 지역 사회와 함께 협동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이처럼 사라져 가는 정을 살리고 도농 간의 교류를 확대하기 위해 추진하고 있는 것이 바로 식사랑농사랑 운동입니다”라고 말했다.
강의가 시작되자 조금은 어수선했던 분위기가 이내 진지해졌다. 일부 참가자들은 최근 우리 농촌이 겪고 있는 어려움을 듣고 한숨을 쉬기도 했으며 강의 중간중간 고개를 끄덕이며 서 교수의 말에 공감했다. 이날 서 교수는 우리 농촌이 처한 현실과 도농 간 교류의 중요성, 소비자들의 역할 등을 주제로 50분간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강의를 진행했고 참가자들 역시 어느 때보다 진지하게 강의를 청취했다.
강의가 끝난 뒤 본격적인 체험 행사가 시작됐다. 가장 먼저 실시한 체험은 강화도 특산물인 쑥을 이용해 쑥개떡을 만드는 것이었다. 미리 만들어둔 쑥개떡 반죽이 테이블에 마련됐고 테이블당 8∼9명의 참가자들이 조를 이뤄 본격적으로 떡을 빚기 시작했다.
하지만 주최 측에서도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다. 당초 쑥개떡 만들기 체험 행사는 30분 동안 진행될 예정이었는데 대부분 20∼30년차 이상의 베테랑 주부들이다 보니 불과 10여 분 만에 준비된 반죽이 동이 난 것이다.
행사 담당자는 “역시 주부들이라 그런지 떡을 너무 잘 빚는다”며 “다음에는 반죽을 더 많이 준비할 테니 꼭 다시 와 달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이날 참가자들은 쑥개떡을 만들면서 유독 어린 시절을 떠올리는 경우가 많았다. 주부 정옥엽(61) 씨는 “우리 세대 사람들에게 쑥개떡은 ‘향수의 떡’”이라며 “배고프던 어린 시절 어머니가 많이 해주셨는데 그때 생각이 난다”고 했다.
배영희(61) 씨 역시 “시골에서는 쑥이 흔하니까 자주 간식으로 먹었다”며 “지금은 쌀로 만들지만 예전에는 쌀이 귀해 보리로 만들어 먹는 경우가 많아 ‘보리개떡’이라고 부르기도 했다”고 말했다.
점심시간이 끝난 뒤 오후가 되자 순무를 이용해 김치를 담그는 행사가 진행됐다. 순무는 강화도의 대표 특산물로 강화도의 흙과 해풍, 기온과 만나 맛이 감미롭고 고소한 게 특징이다. 테이블마다 어른 팔뚝만 한 순무와 고춧가루 등 각종 양념이 준비됐고 이내 김치 만들기 체험 행사가 시작됐다.
이번 체험도 역시 베테랑 주부들답게 순식간에 마무리됐다. 참가자들은 눈 깜짝할 새에 순무를 먹기 좋은 크기로 잘랐고 이내 큰 대야에 담아 양념과 함께 버무렸다. 30분이 배정돼 있었지만 행사가 마무리되는 데 걸린 시간은 15분이 채 되지 않았다. 진행자가 “좀 천천히 하시라”고 말했지만 참가자들은 “우리 다 엄마들 아니냐”며 응수했고 행사장 안엔 한바탕 웃음이 터져 나왔다.
김치 담그기 행사가 마무리된 뒤에는 인근 밭에서 감자 캐기 행사가 열렸다. 수확한 감자는 집으로 가져갈 수 있다는 말에 주부들의 손놀림이 바빠졌다. 대부분 오랜만에 해보는 호미질에 연신 굵은 땀방울을 흘렸지만 얼굴에는 웃음이 떠나질 않았다.
김백순(63) 씨는 “어려서는 감자가 거의 주식이었다”며 “이렇게 감자를 캐고 있자니 옛날 추억이 많이 떠오른다”고 말했다.
옆에 있던 박정옥(62) 씨도 “나야 하루 일하는 것이니까 재미있지만 매일 이렇게 고된 일을 하는 농부들은 얼마나 고생이겠냐”며 “정말 앞으로는 꼭 원산지를 잘 확인하고 우리 농산물을 애용하겠다”고 의지를 다졌다.
강화 = 장병철 기자 jjangbe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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