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학교安全이 무상복지보다 우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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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기창/숙명여대 교수·교육학

지방 교육재정이 심상찮아 보인다. 주 세입원인 지방교육재정 교부금이 줄어들고 있는 가운데 비정규직 증가로 인건비 지출이 계속 늘어나고, 무상급식 확대와 3~5세 무상 유아교육 제도(누리과정) 도입으로 교육복지비 지출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교부금 감소에 따른 세입 결손은 지방교육채 발행으로 겨우 메워나가고 있는 상황에서, 고교 무상교육 수요 2조 원이 대기중이고, 새로 취임한 교육감들은 각종 교육복지 공약 이행을 서두르고 있다.

일반 지방재정과 달리 지방 교육재정은 경직성 경비의 비중이 매우 크다는 특징이 있다. 인건비 비중이 약 60%를 차지하고 있고, 학교에 직접 지원하는 운영비가 10%, 교육복지 및 급식관리비가 13%, 지방채 상환 및 민간투자사업 지급금이 2%를 차지함으로써 경직성 경비의 비중이 약 85%에 이른다. 나머지 15%를 가지고 교육청 운영비와 교수-학습활동 지원비, 학교 신설 및 교육환경 개선 사업비 등을 충당한다. 구조적으로 볼 때, 교육복지 예산이 증가하면 교수-학습활동 지원비나 교육환경 개선 사업비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무상급식이 본격 실시된 2010년까지만 하더라도 매년 교부금이 2조~3조 원씩 늘어나고, 학생 수는 매년 줄어드는 추세였다. 누리과정이 시작된 2012년의 경우, 교부금이 전년도보다 3조 원 이상 늘었다. 이에, 시·도 교육감들은 자체적으로 무상급식이 가능할 것으로 판단했고, 예산 당국은 교부금으로 누리과정 지원비를 충당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이러한 판단은 학생 수 감소가 교육재정 수요 감축으로 이어질 것이고, 교부금이 매년 2조~3조 원씩 늘어날 것이라는 가정에 근거한 것이다.

그러나 이 예상은 2013년부터 빗나가기 시작했다. 늘어나는 인건비와 교육복지비를 감당할 수 없어 학교 신설비는 지방교육채를 발행해 충당해야 했다. 올해에도 1조8000억 원의 지방교육채 발행을 계획하고 있지만, 당초 계획했던 누리과정 교육비 지원단가 인상을 포기한 상태다. 설상가상, 내년에는 2013년에 초과 교부한 교부금을 정산, 감액할 것이라고 한다.

더 큰 문제는 교부금이 증가하지 않는 가운데 교육복지 수요가 가파르게 늘어나자 우려했던 대로 교수-학습활동 지원비와 교육환경 개선 사업비가 줄어들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2013년 교수-학습활동 지원비는 2011년보다 2800억 원이 줄었으며, 교육환경 개선 사업비는 2000억 원이 줄었다. 교수-학습활동 지원비는 교육의 질과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고, 교육환경 개선 사업비는 학교 안전과 직결된다는 점에서 교육복지와 교육의 질 및 학교 안전을 맞바꾸는 결과가 나타난 것이다.

전국적으로 41년 이상된 노후 학교 건물이 7300동(11.3%)이며, 재난위험시설로 분류되는 D등급 이상 학교 건물이 123동이나 되는 상황에서 오히려 교육환경 개선 사업비가 줄어든 것은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교육환경 개선 사업비를 줄여도 그 영향이 즉시 나타나지 않기 때문에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하기 어렵고, 노후시설과 재난위험시설은 매년 새로 생겨나기 때문에 교육환경 개선 사업비 투입을 미루게 되면 누적된 노후 및 위험시설을 정상적인 방법으로 해소할 수 없다는 점에서 그렇다.

앞으로 특별한 조치가 없는 한 교부금 증가를 기대하기 어렵고, 무한정 지방교육채를 발행할 수도 없다. 그렇다고 이미 시작한 교육복지사업을 그만둘 수도 없는 일이다. 현 상황에서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의 유일한 대안은 교육복지사업을 더 이상 늘리지 않고 현상 유지하면서 지방교육재정 확충을 모색하는 것이다. 교육복지 확충을 위해 교육의 질과 학교 안전을 포기하는 본말전도(本末顚倒)의 정책이 더 이상 반복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