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30 재·보선>재보선 국회의원 후보 78% ‘핵심공약 재원 조달 계획’ 모호

7·30 재·보궐 선거에 나선 국회의원 후보 55명 중 43명(78.2%)이 핵심공약의 재원조달 계획을 밝히지 않거나 모호하게 제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공약의 내용에 있어서도 지난 6·4 지방선거 공약을 재탕, 삼탕한 경우가 많았다.

21일 시민단체 ‘바른사회시민회의’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등록된 후보들의 5대 핵심공약을 분석한 보고서에 따르면 총 43명의 후보가 공약이행에 관한 재원조달방안을 제시하지 않았거나 막연히 국비·도비·시비 등으로 표기하는 등 ‘따지지마 식’ 공약을 내세운 것으로 나타났다.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 후보들은 구체적 재원계획은 밝히지 않고 사회간접자본사업(SOC) 공약을 제시한 경우가 상대적으로 많았다. 도로망 사업과 지하철 조기 개통 등의 공약에 대한 사업비 조달 계획을 밝힌 후보는 드물었다. 새누리당에서는 ‘동북아 물류허브를 위한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건설’과 ‘국제무역 거점도시 육성’을 내세웠고, 새정치연합은 ‘충청권 광역철도망 착공’을 내걸었지만 막대한 사업비 마련 방안은 대부분 현실성이 없거나 모호한 것이 대부분이었다. 진보성향의 정당 후보들은 무상복지 관련 공약에 방점을 찍었다. 통합진보당에서는 물·전기·가스 무상공급, 생활임금제, 버스완전공영제 도입, 의료·철도·가스 사유화 저지 등을 주장했지만 역시 재원 조달 계획은 구체적이지 않았다.

여객선 진도 침몰 참사 여파로 6·4 지방선거에 이어 이번 재·보선에서도 안전공약을 내세운 후보가 많았다. 여야 모든 정당 후보들이 ‘위험과 범죄로부터 안전한 도시’, ‘안전한 대한민국’, ‘범죄예방디자인도시(셉티드) 도입’ 등의 구호를 외쳤다. 이런 구호들은 지난 지방선거에서도 똑같이 등장했던 것들이다. 정의당과 노동당은 탈원전 이슈를 제기했다.

6·4 지방선거 당선자의 후광효과를 노리는 공약도 나왔다. 새누리당에서는 ‘남경필 도지사와 함께 수원역을 KTX 출발역으로’라는 공약이 나왔다. 정의당 후보는 ‘이재정 교육감과 함께 만드는 혁신교육’을 내세우기도 했다.

이옥남 바른사회시민회의 정치실장은 “재원조달계획의 미비는 공약에 대한 실현가능성을 희박하게 하고, 생활밀착형 공약보다 정치구호성·선심성 공약을 남발하게 할 수 있는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대통령 후보나 지방자치단체장 후보는 공약에 대한 목표·우선순위·재원조달 방안 등을 구체적으로 게재하도록 법으로 규정돼 있지만 국회의원 후보는 이런 의무에서 제외돼 있어 국회의원은 당선 전인 후보 때부터 특권을 누리고 있는 게 아니냐는 논란이 일고 있다.

이화종 기자 hiromats@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