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 문화재 복원 바람… 충남 백제왕도 권역, 경기 북한산성 유적, 군위 삼국유사 목판

자치단체들마다 사라지거나 훼손된, 크고 작은 문화재를 복원하는 사업을 앞다퉈 추진하고 있다.

복원 문화재가 지역의 역사를 알리는 소중한 문화자산인데다 관광객을 끌어들이는 지역경제의 효자상품이기 때문이다.

충남도는 부여군, 공주시, 전북 익산시 등 백제 왕도권역에 대한 백제왕도 핵심 유적 복원 정비사업을 전북도와 함께 공동 추진하고 있다. 부여 정림사지, 부소산성, 사비 왕궁터, 왕흥사지, 능산리 고분군, 백제나성, 공주 공산성, 익산 미륵사지 등이 복원 대상이다. 부여권에만 오는 2021년까지 2700여억 원의 예산이 필요하지만 아직 정부 지원전망은 불투명하다. 다만 320억 원 정도가 소요되는 정림사지의 경우 올해 고증 심화연구 사업비 7억 원이 국비로 반영돼 본격적인 복원의 첫발을 떼게 됐다.

1조6000억 원에 달하는 규모의 경북도의 신라 왕경 복원사업은 충남도에도 큰 자극이 되고 있다. 백제 고도에 대한 정부 투자가 신라문화권에 비해 40년 이상 지연되고 있는 상황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대선 공약으로 백제권 역사문화도시 육성을 약속한 바 있어 신라권과의 균형점을 확보하는 계기가 마련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경기도는 북한산성의 문화유적을 온전히 복원해 세계문화유산에 등재시키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도는 지난 2011년부터 5개년 계획으로 행궁과 성벽 발굴 및 복원에 나서 현재 50%가량의 진척을 보이고 있다.

경북 군위군은 고려 후기 일연 스님(1206∼1289)이 편찬한 ‘삼국유사’의 목판을 복원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일연 스님은 입적할 때까지 5년 동안 군위군 고로면의 인각사에 머물며 삼국유사를 완성했는데 현재 인쇄본만 전해질 뿐 목판은 남아 있지 않다. 군은 국비 등 18억 원을 들여 올해부터 2016년까지 삼국유사 목판을 복원하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인천 중구는 국내 최초의 서구식 호텔인 중앙동1가 대불호텔의 복원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구는 2016년 말까지 31억 원을 들여 복원을 마칠 계획이다. 대불호텔은 1888년 지어진 3층짜리 벽돌 건물로 인천항 개항 후 인천을 찾는 각국 외교사절과 여행객을 상대로 운영되다가 중국음식점으로 바뀐 후 1978년 철거됐었다.

박정주 충남도 문화체육관광국장은 “중국 시안(西安), 일본의 나라(奈良), 로마, 아테네 등 세계적인 역사도시들도 도시 유적 복원을 계속 추진하고 있다”며 “고대도시의 옛 모습 복원은 국가 정체성 확립, 문화경쟁력 확보, 관광산업 활성화 등을 위한 원천자원을 확보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상원·김창희·송동근·박천학 기자 ch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