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헤맬 일 없네”… 스스로 달리는 ‘똑똑한 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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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대를 잡을 일도, 길을 잃고 헤맬 일도 없다. 사고 걱정도 끝이다. 상상 속에서나 가능했던 ‘무인자동차(driveless car)’ 시대가 성큼 현실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무인자동차는 자동차 스스로 주행환경을 인식해 운행하는 차로 운전자 조작이 필요없다는 점에서 자율주행차(self-driving car)로도 불린다. 모건스탠리는 최근 보고서에서 2026년이면 자율주행차 기술과 인프라가 완성될 것이라고 예상했고 시장조사업체 IHS오토모티브는 2035년 무인차가 1180만 대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2050년이면 대부분의 차가 무인차로 대체될 전망이다.

1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내외 주요 자동차 업체는 물론 정보기술(IT) 업체들이 앞다퉈 무인차 기술 개발 및 시험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무인차는 카메라와 레이더, 위성항법장치(GPS), 각종 센서 등이 결합돼 운전자가 조작하지 않아도 주변 차량의 움직임과 차선, 보행자 등을 감지해 자동차 스스로 달리고 멈출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운전에 필요한 수고를 줄이는 것은 물론 사고를 예방하고 연료 효율성까지 높여 보다 경제적인 차량 운용이 가능하다.

현재 무인차 기술 개발에 가장 적극적인 회사로는 미국 IT 업체인 구글이 첫손에 꼽힌다. 2009년 무인차 프로젝트를 시작한 구글은 2010년 고속도로에서 무인차를 시험주행했고 지난해 3월까지 약 80만㎞를 사고 없이 운행했다. 올해 5월에는 운전대가 없는 2세대 무인차를 선보였다. 세르게이 브린 구글 창업자는 “2017년쯤 무인차 기술이 완성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인텔도 2012년 1억 달러 펀드를 조성해 무인차 기술 개발에 투자하고 있으며, 중국 최대 검색엔진 업체인 바이두도 올해 초부터 반자동 무인차 연구개발 사업에 돌입했다고 밝혔다.

IT 업체들이 속속 무인차 개발에 뛰어들면서 기존 자동차 업체들도 지능형 순항 제어(크루즈 컨트롤)와 차선이탈방지, 차선유지지원, 충돌예방, 자동주차, 측후방감지 등 자율주행 관련 기술은 물론 무인차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대·기아차를 비롯해 메르세데스-벤츠와 BMW, GM, 포드, 토요타, 닛산, 아우디, 볼보 등이 무인차를 개발했거나 진행 중이다.

현대·기아차는 최근 신형 제네시스가 운전자 없이 미국 모하비 사막의 도로를 주행하는 동영상을 공개해 네티즌들의 폭발적인 관심을 모았다. ‘현대:빈 차 호송대’라는 제목의 3분짜리 동영상에서 신형 제네시스는 차선유지지원시스템(LKAS)과 어드밴스드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ASCC), 자동긴급제동시스템(AEB) 등을 결합해 운전자 없이 자동주행하는 모습을 연출했다. 현대·기아차는 무인차 기술과 관련해 비상자율정차시스템과 협로인식 및 주행지원시스템, 운전자부주의감시시스템, 야간보행자감시시스템, 교통표지판인식 기술 등을 개발 완료했거나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메르세데스-벤츠는 지난해 8월 S500 인텔리전트 드라이브 연구차량으로 도심 도로 53㎞와 시외 도로 50㎞ 등 모두 103㎞를 운전자 없이 달리는 데 성공했다. 지난 1984년부터 연구팀을 창설해 1986년부터 무인차 시운전을 시작한 벤츠는 오는 2020년 완전한 무인차를 선보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BMW는 2011년 자체 개발한 무인차로 독일 뮌헨에서 뉘른베르크로 이어지는 고속도로에서 주행에 성공했으며 현재는 고속도로 교차로에서 스스로 노선 변경이 가능한 수준에 이르렀다.

지난해 1월 도심을 시속 60㎞ 이하로 자동 주행하는 ‘파일럿 드라이빙’ 시스템 기술을 선보인 아우디는 7월 미국 플로리다주 템파에서 A7 차량에 자동주행 센서와 카메라를 달고 시속 65㎞로 도로를 달리는 실험에 성공했다. 또 토요타는 자동차 스스로 앞차와 무선 통신하는 기술과 차선 내에서 최적의 운전선에 차량을 유지시키는 기술 등을 결합한 자동화 고속도로 주행 보조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밖에 포드는 지난해 12월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및 스탠퍼드대와 함께 무인차 기술을 연구하는 프로젝트를 시작한다고 밝혔으며 닛산 역시 MIT 등 세계 유수 대학의 연구팀과 무인차 관련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IT 기술에 기반한 무인차 기술의 특성상 한계도 적지 않다. 컴퓨터 및 시스템에 오류가 발생할 경우 자칫 대형 참사가 빚어질 수 있고 만약의 사고 발생 시 책임 소재가 불분명한 점, 개인정보 침해 문제, 해킹 위험, 도로 등 인프라 구축 등이 향후 무인차 기술을 현실화하는 데 꼭 필요한 과제로 꼽힌다.

김남석 기자 namdol@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