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 출판기념회 ‘뇌물죄 혐의’ 첫 공식수사

검찰이 투명성과 조세형평성 등의 문제로 논란이 돼온 국회의원 출판기념회 축하금에 대해 처음으로 공식 수사에 나서 그 결과가 주목된다. 여야 가릴 것 없이 출판기념회는 거액의 정치자금을 아무런 규제 없이 모을 수 있는 통로로 인식되고 있어 검찰 수사 결과에 따라 큰 파장이 예상된다.

출판기념회를 통해 부정한 금품이 오간다는 설은 정치권 주변에서 끊이지 않았지만 검찰은 명확한 증거를 확보하지 못해 그간 수사에 착수하지 못했다. 현행법상 출판기념회를 통한 수익은 어디에도 신고할 의무가 없고, 현금으로 돈이 들어오기 때문에 계좌에도 흔적이 남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실제로 이번에 문제가 된 신학용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도 출판기념회 수익금을 은행 개인금고에 보관하고 있었다. 신 의원은 “출판기념회나 결혼식 때 돈이 들어오면, 우리들이 돈을 많이 받는 게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오니까 (금고에) 넣어놨다”고 말했다. 신 의원의 이 같은 발언은 정치권에서 출판기념회 수익금을 계좌로 넣지 않는다는 게 일반화돼 있다는 것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검찰은 신 의원의 전 보좌관, 한국유치원총연합회 관계자 등으로부터 입법에 대한 대가로서 출판기념회 축하금을 냈다는 진술을 확보했기 때문에 뇌물죄 기소가 충분히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물론 검찰 관계자는 “구체적인 청탁과 우회적인 금품 제공 관련 증거가 나왔기 때문에 수사를 하는 것”이라고 전제한 뒤 “일반적인 출판기념회를 문제 삼겠다는 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검찰이 이번에 출판기념회 축하금에 대해 뇌물죄를 적용하고 법원이 유죄를 인정한다면 앞으로 출판기념회에 대한 전반적인 수사가 이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국회의원과 관계가 틀어진 보좌관 등 측근들이나 입법을 포함한 각종 청탁대가로 출판기념회 축하금을 제공했으나 청탁이 이뤄지지 않은 기업이나 협회 관계자들이 검찰 등에 제보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부장검사 출신 한 변호사는 “법원이 출판기념회 축하금을 대가성을 인정한다면 앞으로 수사 양상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며 “웬만한 대기업이나 주요기관, 의원들 중 여기에서 자유로운 사람이 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정치권에서는 검찰이 무리한 수사를 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신 의원은 “과연 출판 축하금이 대가성 로비자금이 될 수 있는가의 문제는 이제까지 검찰에서 공식으로 수사된 적이 없기 때문에 사법적 판단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검찰 수사에 반발했다.

김병채 기자 haass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