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싱크홀’ 역시 예측 가능한 災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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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곤/서울시립대 교수·토목공학

최근 서울 잠실의 제2롯데월드 공사장 부근에서 싱크홀(지반침하)이 여러 개 발견돼 시민이 불안해하고 있다. 급기야 제2롯데월드 공사장에서 약 1㎞ 떨어진 석촌지하차도 입구부에서 지난 5일 폭 2.5m, 깊이 5m, 길이 8m의 싱크홀이 발견됐고, 이어 13일 석촌지하차도에서 폭·깊이·길이 5∼8m, 4∼5m, 80m의 동공(洞空)이 발견됐다. 18일 서울시가 석촌지하차도에서 발견된 2곳의 동공 주변을 조사하던 중 차도 종점부 램프 구간에서 작은 동공 5곳을 추가로 발견한 것이다.

싱크홀의 발생 원인은 자연적인 요인과 인위적인 요인으로 나뉜다. 국내의 영월·삼척지역의 석회암은 물에 잘 녹아서 자연적으로 동공이 생긴다. 그러나 석회암 지역에는 대도시가 없어서 대도시의 싱크홀은 대부분이 토목공사와 관련이 있다. 원인은 땅속에 터널을 뚫거나, 지하로 굴착하거나, 토사가 두꺼운 취약한 지역에서 지나치게 지하수를 뽑거나, 낡은 관로(管路)가 파손되거나 해서 침하된 4가지다.

그런데 땅속에 동공이 있다고 해서 항상 위험한 건 아니다. 규모가 큰 동공이 취약한 지표면 가까이에 있을 때에만 지표면 상부에 싱크홀이 발생할 수 있지만, 동공의 규모가 작거나 땅속 깊이 있거나 동공 상부의 지반이 단단하면 싱크홀이 발생하지 않는다. 위험한 동공인 경우 싱크홀의 영향 반경은 동공 상부에만 국한되지 않고 주변 넓은 범위까지도 침하 영향을 미친다. 지난 5일 석촌동에서 발생한 싱크홀은 규모가 작았지만 상부의 도로 주변을 약 10m 넘어서 주변 건물 앞 인도까지 침하시켰다.

석촌동 지역에서 발견된 7개 동공은 지하철 9호선 3단계 건설을 위해 시행된 실드(shield) 터널 공사가 원인으로 의심받는다. 실드 공법은 모래와 자갈로 구성된 연약 지반에서 많이 사용한다. 그러나 석촌동 지역처럼 지름 7m인 터널의 상부는 약한 모래와 자갈이지만 하부는 단단한 암석인 지질에서는 정밀한 시공과 충분한 그라우팅(틈새 메우기 시공)을 하지 않으면 터널 위 지반이 침하되거나 동공이 생길 위험이 있다. 또, 가능성은 작지만 1990년대 초 석촌지하차도를 만들 당시의 부실시공, 옛날 수로 등의 원인으로 기존 동공이 생겼을 가능성도 생각해 볼 수 있다. 복구 및 향후 예방 대책을 위해서도 원인을 제대로 밝혀내야 한다.

그런데 지난 5일 석촌동에서 첫번째 싱크홀이 발생하자마자 당국은 원인도 모른 채 160t의 토사로 메우고 아스팔트 포장까지 했다. 이틀 뒤에 2m가 침하되자자 또다시 아스팔트로 메웠다. 그러면서 시공사는 하수도 박스의 균열이 원인이라고 잠정 발표했다. 그 뒤 다시 파서 주변을 조사하던 중 전혀 예측하지 못한 동공 5곳이 발견된 것이다. 서울 지역에 크고 작은 싱크홀이 많이 있을 수 있음을 보여준다.

싱크홀 대책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땅속 지질 자료다. 필자는 1970년대부터 선진국의 사례를 참고해 서울의 지반정보 관리 시스템 연구 과제의 하나로 토사의 두께, 지하수 깊이, 암석의 종류 및 파쇄 정도를 나타내는 지도를 1998년에 만든 바 있다. 서울에서 각종 토목공사를 위해 조사된 시추지질조사 자료 7900개를 모았는데 이후 16년 동안 매년 시추조사 자료를 추가해 현재 1만5000개로 그 신뢰성을 높였다.

이 지도에 따르면 잠실 지역과 석촌동 지역은 토사가 두껍고 지하수가 높으며 암석의 파쇄가 많아서 취약한 지반이므로 각종 토목공사 때 정밀한 지질조사가 필요하다. 동공과 싱크홀 가능성을 예측하기 위해서는 여기에다 각종 지하 매설물의 위치, 건물들의 기초 형식과 유지관리 실태를 나타내는 자료들을 통합, 관리해야 할 것이다. 신뢰성 있는 자료가 구축되면 싱크홀은 두려움의 대상이 아니라 충분히 예측가능한 재해(災害)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