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포동의안 처리방안 국회법 개정 필요”

비리 혐의로 21일 영장실질심사가 예정돼 있던 새누리당의 조현룡·박상은 의원과 새정치민주연합의 신계륜·김재윤 의원이 영장실질심사 연기를 요청하며 사실상 불출석 의사를 통보한 데 대해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신학용 새정치연합 의원은 오후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22일로 예정된 임시국회 회기를 하루 앞두고 영장실질심사에 여야 현역의원 4명이 불출석하면서 의원들이 불체포특권이 보장되는 방탄국회 뒤로 숨기 위해 영장실질심사에 불출석했다는 시민단체와 법조계의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차제에 국회 회기 중 불체포특권에 대한 법적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까지 제기되고 있다.

시민단체들은 국회의원들의 불체포특권 남용에 대해 일제히 비판했다. 박주희 바른사회시민회의 사회실장은 “국회의원들은 정당하게 법 앞에 나와서 심판을 받아야 한다”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다고 전부 구속되는 것이 아닌 만큼 출석해 심사를 받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그는 “여야 의원들이 입만 열면 ‘특권 내려놓기’를 약속했지만 의원들이 내려놓은 특권은 하나도 없다”며 “불체포특권이 본래 취지와는 달리 악용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장동엽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선임간사는 “불체포특권이란 행정부에 의한 부당한 체포·구금으로부터 자유로운 의정활동을 보장하는 것이 본래 기능인데 비리 국회의원들에 의해 악용되고 있다”며 “국회는 불체포특권의 악용으로 권력 감시기관으로서 국회의 권위가 땅에 떨어지고 있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고 말했다.

법조계는 불체포특권을 제한하는 방향으로 국회법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부장검사 출신 한 변호사는 “불체포특권은 과거 군사 독재 정권에서 정당한 의정활동을 한 국회의원을 잡아들이지 못하게 하려는 취지로 마련된 것”이라며 “시대가 변한 만큼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창우 전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은 “여야가 불체포특권을 내려놓기로 했다면 국회법을 손 보는 것이 가능하다”며 “체포동의안이 국회에 보고된 후 72시간 안에 처리되지 않으면 자동으로 ‘체포동의’로 간주한다는 식으로 국회법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부장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헌법에서 정한 불체포특권을 건드리는 데는 무리가 있지만 국회법에 체포동의안이 접수될 경우 시한을 두는 방법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유진·고서정 기자 yooji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