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한가위 食문화와 환경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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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성규/환경부 장관

대체휴일제가 도입된 올 추석에 직장인들은 최장 5일 동안 연휴를 즐길 수 있다. 보릿고개가 엄연해 삶이 팍팍했던 1970년대 초반까지도 한가위는 풍성함과 넉넉함을 상징하는 좋은 시절(중추가절)로 여겨졌다. 여북하면 ‘한가위만 같아라’라는 말이 생겨났을까. 먹을 게 턱없이 부족했던 시절에도 음식을 어려운 이웃과 나눠 먹는 게 우리 미풍양속이었다. 그 시절 식구들 먹을 건 부족해도 손님이나 이웃에게는 있는 정성, 없는 정성 다해 식사를 대접하곤 했다. 푸짐하게 차려 대접해야 손님대접을 제대로 한 것 같았고 제대로 받은 것 같다는 인식이 상존할 정도였다. 식구끼리 먹을 때에도 생각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른바 ‘큰손’이란 말이 탄생한 배경 중 하나이지 않나 싶다. ‘큰손’은 심지어 덕 있는 사람, 인심이 후한 사람을 가늠하는 척도가 된 양상이다. 없어서 못 먹지 않는 오늘날에도 ‘큰손’에게는 점수를 후하게 주는 편이어서 반찬을 감질나게 아껴 내놓는 식당은 인심 잃고, 고객 잃기 십상이다.

하지만 그 결과는 어떤가. 농어민들의 땀과 정성의 결정체로 만들어진 음식물인데도 먹고 남은 잔반 즉, 음식물 쓰레기가 좀처럼 줄어들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연간 480만t의 음식물 쓰레기가 발생하고 있고 이로 인한 경제적 손실만도 약 20조 원에 이른다. 또 식량자급률은 2012년 기준으로 사료용을 제외하면 45.3%(포함 시는 23.6%) 수준으로 절반 이상을 수입에 의존한다. 식량 안보가 매우 취약함에도 이렇듯 많은 음식물이 쓰레기로 버려진다. 식당에서는 반찬을 내놓을 때 주문식단제를 적용하는 한편, 간소한 식단제로 바꿔 잔반이 원천적으로 예방될 수 있도록 고객과 함께 노력할 필요가 있다. 그동안 환경부는 관계 부처와 함께 이를 위해 부단하게 노력해왔지만 기대만큼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생각다 못해 지난해부터는 음식물 쓰레기 종량제를 도입, 시행하기에 이르렀다. 음식물 쓰레기는 농어민의 땀과 정성을 무위로 돌릴 뿐 아니라 자연생태계 파괴와 환경오염을 확산시키는 요인이다. 이제는 ‘큰손’이 반드시 미덕이라고 할 수 없는 세상이다.

자연과 환경의 지속 가능성 차원에서 식(食)문화와 관련해 고민거리가 또 하나 있다. 확산 일로에 있는 육식 얘기다. 우리 국민 1인당 육류소비량은 증가세를 지속하고 있는 바 2004년 31.3㎏에서 2012년 40.5㎏으로 30% 늘었다. 육류는 기본적으로 토지가 생산한 바이오매스로부터 전환된 것이다. 그런데 그 전환효율이 그다지 좋지 않다는 데 문제가 있다. 달리 말하자면 같은 인구를 부양하는 데 육류로 할 때가 곡물로 할 때보다 더 많은 토지가 소요된다는 것이다.

식량경제학자 프랜시스 무어 라페는 미국에서 1979년에만 1억4500만t의 곡물이 사료로 사용됐지만 계란, 육류 등으로 전환 회수된 곡물 상당량은 2100만t에 불과할 뿐이라고 보고했다. 전환율이 7분의 1에 불과했다는 것이다. 나머지 미전환 곡물 1억2400만t은 8억 명이 배불리 먹을 수 있는 엄청난 양이라고도 했다. 타임지가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100인 중의 하나로 선정했던 로키마운틴 연구소장 아모리 로빈스 등 3인이 공동 저술한 ‘자연자본주의’라는 책에도 세계 곡물의 3분의 1은 사료로 쓰이고 있고 투입량의 10% 내지 45%가 육류로 전환되지만 5%도 채 안 되는 경우도 있다고 기술돼 있다.

이번 한가위는 우리의 후손에게 그들의 나래와 꿈, 끼를 마음껏 펼칠 수 있는 국토 자원과 환경 자원을 보전해 반환해주자는 차원에서 우리의 식문화를 되돌아보며 옷매무새를 가다듬는 계기로 삼으면 어떨까 싶다. ‘큰손’에는 손사래를 치는 한편, 육식을 지나침이 없도록 자제하는 방향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