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학습병행제’ 청년실업 줄인다>中企 “필요한 인재 직접 키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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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입사원으로 대졸자를 채용해도 필요한 업무역량을 갖춘 경우가 거의 없어요. 당연히 재교육이 필요한데, 문제는 대졸 수준에 맞춘 높은 임금에 재교육 비용까지 들여야 하니 기업 입장에서는 부담이 적지 않다는 겁니다.”

올해 정부가 실시하는 일학습병행제에 참여한 기업들이 공통적으로 호소하는 말이다. 이는 일학습병행제에 참여한 이유이기도 하다.

서울 소재 소프트웨어 업체 M사 관계자는 “기업 부담이 커지면서 회사 내부적으로 우리가 필요한 인재를 직접 가르쳐 키우자는 목소리가 높아져 올해부터 고졸 채용을 실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천 소재 정보기술(IT)업체 S기업 관계자 역시 “대학졸업자를 직원으로 채용하면 인건비 비중이 부담스러울 정도로 높아져 고졸 직원 채용을 활성화하려고 한다”며 “인건비를 낮추기 위해서만이 아니라 일학습병행제를 통해 고졸 직원을 지속적으로 교육할 경우 대졸 직원 못지않은 업무 역량을 갖춘 인재로 길러낼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일학습병행제는 기업이 학생 또는 구직자를 채용해 실제 업무를 담당하게 하면서 교육훈련을 병행해 기업에 필요한 인재로 길러내는 제도다. 독일과 스위스에서 실시하고 있는 도제식 기술인재 양성제도를 한국식으로 벤치마킹한 것으로, 정부의 ‘고용률 70%’ 목표 달성을 위한 주요 정책이다.

갈수록 청년실업이 심각해지는 상황이지만 일선 기업 현장에서는 쓸 만한 인재가 없다는 한숨이 새어나온다. 처우가 월등히 좋은 대기업을 제외한 중견·중소기업 상당수가 필요한 인재를 구하기 힘들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의 ‘2013년 중소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중소기업이 생산성 향상 추진 시 겪는 가장 큰 애로사항은 자금 조달 곤란(26.0%) 다음으로 전문인력 부족(25.9%)이었다. 지난 상반기 고용노동부가 내놓은 ‘직종별 사업체 노동력 조사보고서’는 기업이 신규채용을 추진했지만 채용하지 못한 인원이 300인 미만 규모 사업체에서 8만3000명에 달한다고 밝혔다. 반면 300인 이상 규모 기업은 미채용 인원이 6000여 명에 불과하다. 전체 미채용 인원에서 300인 미만 중소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92.8%에 달하는 것이다. 또 기업에서 필요로 하는 전체 노동력 중 부족한 노동력의 비율을 뜻하는 ‘미충원율’은 300인 미만 규모 기업에서는 13.0%에 달하는 반면 300인 이상 규모에서는 4.7%로 차이가 컸다. 이렇듯 중소기업이 구인에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채용 후에도 조기이탈하는 근로자들이 적지 않아 기업의 인력난을 가중시킨다. 중소기업청이 지난 7월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중소기업의 34.5%가 핵심인력 이직으로 경영상 피해를 입었다고 답했다. ‘2013년 중소기업 실태조사’에서도 중소기업 근로자 이직률이 15.1%에 달하고 근로자의 66.6%가 재직기간을 5년도 못 채우는 것으로 조사됐다. 고용부는 일학습병행제를 통해 중소기업 구인난을 해소하고, 장기근속을 유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일학습병행제는 기업의 재교육·수습 비용을 대폭 낮출 수 있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취업난을 겪는 젊은이는 토익 등 스펙 쌓기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정작 기업 현장에서는 이들이 쌓은 스펙은 업무에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이 대부분이라고 말한다. 기존 기술교육만으로는 빠른 속도로 발전하는 산업기술의 속도를 따라 잡지 못하기 때문에, 기업은 인재를 현장에 투입하기 위해 막대한 재교육 비용을 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참여 대상 기업은 기술력이 높고 현장훈련 역량이 충분하며 인력양성에 대한 최고경영자(CEO)의 의지가 강한 기업이다. 단순 직무가 아닌 전문적인 지식·기술이 필요한 직무를 담당할 인력을 양성하려는 기업이 참여할 수 있다. 참여 희망 기업은 한국산업인력공단 지부·지사 또는 한국산업인력공단이 일학습병행제 운영기관으로 지정한 산업별 단체에 신청서를 제출하면 된다. 대상 기업으로 선정되면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한 뒤에 산업인력공단 지역본부로부터 교육훈련프로그램을 인증받은 후 학습근로자를 선발할 수 있다. 학습근로자들을 채용해 현장훈련을 실시한 뒤 교육훈련 성과 평가를 통해 자격 또는 학위를 부여한다. 소정의 과정을 마친 학생들을 해당 기업이나 관련 기업에서 정식으로 채용할 수 있다.

참여 기업에는 정부가 다방면의 지원책을 마련했다. 우선 일학습병행제 근로자 1명당 매월 40만 원 정도의 채용지원금을 제공한다. 교육훈련 과정 및 현장훈련 교재를 개발해 주거나 개발에 필요한 비용을 지원하고, 훈련기관을 지정해 무료교육을 실시한다. 전국 고용센터 83개소와 한국산업인력공단 지부·지사 24개소 등을 통해 우수인력을 채용할 수 있도록 돕는다. 더욱 효과적인 채용지원을 위해 산업인력공단은 현재 참여 기업과 학생 구직자를 연계해 주는 전용 포털사이트를 구축 중이다. 또 실제 현장 훈련 비용을 실비로 지급하고, 기업당 연간 800만 원 한도로 기업 현장교사 수당도 지원한다. 일학습병행 기업은 병역특례지정업체로 우선 선정되고 조달청 입찰 과정에서 우대를 받을 수도 있다.

일학습병행제가 진행된 지 6개월이 넘어가면서 참여 기업과 학습근로자들은 꾸준히 늘고 있다. 9월 1일 기준으로 일학습병행제 참여 기업은 1734개에 달하고 채용된 학습근로자는 823명이다. 이에 따라 현재까지 192개 교육프로그램 개발과 433명의 전담인력 양성교육이 실시됐다. 정부는 오는 2017년까지 1만 개 기업에 일학습병행제를 도입해 7만 명의 청년들이 중소기업에서 장기 근속할 수 있도록 지원할 방침이다.

김영주 기자 everywher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