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IS와의 전쟁, 국제 공조가 관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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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영 / 경희대 교수 · 국제정치학

‘이슬람국가’(IS)는 이라크와 시리아 국경에 걸쳐 이미 우리나라 땅의 3분의 1 정도를 차지하고 국가적 통치체제를 갖춰 이 지역을 실질적으로 지배하며 이슬람 신정국가 건설을 천명했다. 미국은 시리아의 IS 거점들과 또 다른 테러 집단인 호라산그룹의 주요 시설들에 대한 공습을 시작했다. 이로써 미국이 이라크로부터 군대를 철수한 지 3년 만에 새로운 테러와의 전쟁 또는 새로운 중동전이 시작됐다.

호라산그룹은 알카에다의 시리아지부로서 1000여 명의 조직원으로 미국과 서구에 대한 무차별적 공격을 준비하고 있던 테러 조직이다. 자신의 국가 건설을 목표로 하고 있는 IS 역시 매우 폭력적이고 잔인한 만행을 저지르기로 유명하다. 유엔인권위원회는 IS에 의한 대량살상과 민간인 학대를 이미 전쟁범죄로 규정하고 국제사회의 관심을 환기시켜왔다. IS가 원래 알카에다 이라크지부로 출범했지만 알카에다마저 이들의 폭력성을 비판하며 조직에서 축출했을 정도다. 이렇게 보면 미국의 이라크와 시리아 공습은 테러와의 전쟁이고, 국제사회의 지원을 받아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

그러나 거의 모든 분석가들은 이번 전쟁이 단기간에 끝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승리마저도 장담하기 어렵다고 예측한다. 2011년 미군이 이라크로부터 철수한 이후 복잡하게 전개돼 온 이 지역의 정세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미군 철수 이후 이라크 정부가 효과적인 통치 체계를 구축하는 데 실패하고 시아파 중심의 국정 운영으로 수니파 극단주의 집단인 IS가 이라크에서 재건되고 세력을 확장하는 데 결정적으로 기여했다. 비슷한 시기에 시작된 시리아 내전도 IS에 절호의 기회를 제공해줬다. 이라크와의 국경 가까이 위치한 수니파 지역을 중심으로 자신들의 본거지를 쉽게 확보할 수 있게 해줬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IS는 현재 시리아의 제2의 도시인 모술을 포함해 이라크·시리아 양국에 걸쳐 상당한 지역을 실질적으로 지배하고 병력 규모도 최소 2만∼3만 명, 최대 8만∼10만 명 정도로 추정된다.

IS와의 전쟁이 어렵고 복잡한 또 다른 이유는 이들에 대한 공격이 미국이 축출하려는 시리아의 아사드 정부를 도와주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이런 측면에서 미국은 시리아에서 내전을 벌이고 있는 두 세력 모두와 전쟁을 하고 있는 셈이다. IS가 수니파라는 사실도 IS와의 전쟁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다. 미국 주도의 시리아 공습에 동참한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연합, 쿠웨이트, 카타르, 요르단 등 중동 5개국은 모두 수니파 국가들이다. 이들은 IS의 세력 확장이 자국에 위협이 된다고 판단하지만, IS에 대한 공격이 결국 시아파 국가들을 돕고 이들과 미국 사이의 관계 개선을 가져오는 결과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새로운 테러와의 전쟁은 이처럼 어렵고 복잡한 상황에서 치러질 수밖에 없다. 이 전쟁에서 미국이 승리하기 위해서는 국제사회의 적극적인 협력과 더불어 효과적인 통치력을 발휘할 수 있는 이라크 정부의 건설, 시리아의 아사드 정부에 대항하고 있는 온건 세력의 강화, 쿠르드족의 전투력 강화가 필수적이다. 하나하나가 매우 어려운 과제다. IS와의 전쟁이 단기간에 끝날 수 없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결국 미국은 동맹국들의 협력을 넓혀가면서 IS의 세력 약화를 목표로 하는 전략을 선택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리고 이 전략이 IS와의 전쟁에서 단기적으로 승리하지는 못하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승리하는 방법이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IS의 힘과 폭력성이 크게 약해지고, 안정적이고 친서방적인 이라크와 시리아 정부가 들어서고, 쿠르드족의 자치가 강화되는 결과가 만들어진다면 이번 전쟁은 대성공으로 평가받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