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문10답 뉴스 깊이보기>카드정보 1회 등록하면 비밀번호만으로 결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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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짜증 나서 개발하게 됐습니다.” 최근 만난 모 간편결제 서비스 업체 담당자가 밝힌 서비스 개발의 ‘변(辯)’이다. 그동안 국내 모바일 결제 서비스는 복잡하고 까다로웠다. 결제할 때마다 신용카드정보를 요구했고, 설치하라는 프로그램도 많았다. 모바일 결제 서비스 포기율이 높은 이유였다. 그러나 앞으로는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최근 국내 모바일 결제 시장에 간편결제 바람이 불고 있기 때문이다. 기존의 금융권은 물론 모바일 메신저 업체들과 이동통신사들까지 뛰어들면서 주도권 쟁탈전에 나서고 있다. 여기에 해외에서 이미 경쟁력을 입증한 업체들까지 언제 국내 시장에 뛰어들지 모르는 상황이다. 말 그대로 ‘춘추전국시대’다. 최근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간편결제 서비스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본다.

1. 간편결제란

모바일 간편결제는 스마트폰에 애플리케이션(앱)을 설치하고 최초 1회만 신용카드 등의 결제정보를 등록하면, 추가 절차 없이 모바일에서 손쉽게 결제할 수 있는 서비스다. 서비스를 이용하면 과거 신용카드정보 입력→신용카드 비밀번호 입력→본인인증 순이었던 결제 절차가 ‘간편결제 서비스 비밀번호 입력’ 하나로 간소화된다. 올해 초 일명 ‘천송이코트’ 논란이 불거지며 정부가 전자상거래상 공인인증서 의무 사용을 폐지하겠다고 밝히며 관련 서비스들이 봇물처럼 쏟아져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간편결제 서비스의 활성화가 복잡한 결제 과정으로 인한 결제 포기율을 낮춰 국내 모바일 커머스의 성장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2. 누가 뛰어들었나

최근 간편결제 시장에는 신용카드업체들은 물론, 다음카카오와 같은 모바일 메신저 업체들 그리고 이동통신사들까지 뛰어들어 경쟁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서비스는 대동소이하다. 신용카드업체들은 자사의 카드를 모바일에서 간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 앱카드를 출시하고 있으며, 다음카카오의 카카오페이는 카카오톡을 기반으로 카드사와 제휴해 서비스를 진행한다. 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사들의 경우도 별도의 앱을 출시해 간편결제를 서비스하고 있다. 다만 신용카드사들이 내놓은 앱카드가 자사 전용인 데 반해, 카카오페이나 이통사에서 내놓은 간편결제 서비스가 여러 신용카드를 등록해서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은 차이다.

3. 간편송금 서비스란

간편송금 역시 간편결제와 마찬가지로 기존 인터넷뱅킹보다 송금 절차를 대폭 간소화한 점이 특징이다. 인터넷뱅킹을 통해 송금하려면 공인인증서 로그인부터 계좌 비밀번호 및 보안카드 입력 등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했다. 그러나 이 서비스는 비밀번호 입력 후 1∼2초면 송금 절차가 끝난다. 다음카카오는 조만간 카카오페이 외에 간편 송금서비스인 뱅크월렛카카오도 출시할 예정이다. 뱅크월렛카카오는 금융결제원 주도로 KB국민, 신한, 우리를 비롯한 전국 15개 은행과 다음카카오가 손잡고 추진하는 서비스다. 다음카카오는 연결 플랫폼만을 담당하고 각종 금융 관련 서비스는 모두 금융결제원과 은행이 제공한다. 최대 50만 원을 ‘뱅크머니’로 충전해놓고 한 번에 최대 10만 원을 카카오톡 친구에게 송금할 수 있다. 네이버도 자사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밴드를 통한 송금서비스를 검토하고 있다.

4. 시장 성장성은

통계청 등에 따르면 올 2분기 모바일 거래액은 3조1930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36.9% 증가했다. 아직 총 온라인 쇼핑 거래액의 30%에 불과하지만 전체 온라인 시장이 14.4% 성장한 데 비하면 눈부신 성장세다. 향후 간편결제 등이 확산되면 모바일 결제 시장은 폭발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도 모바일 결제 규모가 커지고 있다. 비즈니스인사이더에 따르면 전 세계 모바일 결제 시장규모는 지난해 2230억 달러에서 내년도에는 6910억 달러로 성장할 전망이다. 나아가 2017년에는 1조476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등 성장 속도가 빠르다.

5. 사용 안전한가

간편결제가 주목받고 있지만 보안성에 대해 의문은 여전하다. 간편결제가 편리하다는 장점을 지니고 있지만 동시에 절차가 생략된 만큼 보안사고 우려가 커지는 게 아니냐는 반응이 주를 이룬다. 간편송금 서비스 역시 외부 해킹을 막을 수 있을 만큼 보안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관건이 될 전망이다. 실제 최근 LG유플러스가 기존 간편 결제 페이나우 서비스를 업그레이드한 페이나우 플러스를 선보이며 중점을 둔 것 중 하나가 보안 문제였다. 페이나우 플러스에서 새롭게 선보인 대표적인 기술이 ARS 본인 인증방식이다. LG유플러스가 특허를 인증 기술로 이용자가 ‘080 ARS 시스템’으로 직접 전화를 걸게 하고 실제 사용 모바일 번호와 ARS로 걸려온 발신 번호가 일치해야 이용할 수 있다. 다음카카오는 LG CNS의 엠페이 결제 솔루션을 채택, 보안을 강화했다. 엠페이는 올해 7월 국내 최초이자 유일하게 공인인증서와 동급 안정성이 인정되는 금융감독원 보안 ‘가군’ 인증까지 획득했다. 엠페이 솔루션을 통해 결제 때 필요한 개인정보와 신용카드정보를 암호화해 사용자 스마트폰과 LG CNS 데이터센터에 분리 저장함으로써 정보 유출을 차단한다. 또한 본인 명의로 개통된 1대의 단말기에 동일 명의로 발급된 신용카드만 등록할 수 있어 제삼자의 결제 도용 가능성도 막았다.

6. 기존 금융업체들 반응

다음카카오는 카카오페이 서비스를 시작하며 신용카드사들의 참여를 이끌어 내는 데 애를 먹었다. 현재 카카오페이에 참여하고 있는 신용카드사는 주요 9개 사 중 KB국민, 삼성, 현대, BC, 롯데 등 5개 사다. 조만간 신용카드업계 1위 신한도 참여할 예정이다. 신용카드사들이 카카오페이에 참여를 망설인 이유는 간편결제의 주도권을 다음카카오에 내 줄 수 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카카오페이가 뜨면 신용카드사들의 앱카드가 고사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사실 신한은 국내에서 앱카드를 가장 먼저 출시, 160만 명의 회원을 보유하고 있다. 간편송금서비스도 이미 은행들이 하고 있다. 사실 뱅크월렛카카오의 기반이 된 뱅크월렛도 지난해 국내 은행들과 금융결제원이 은행 공동으로 내놓은 서비스다. 그러나 이들의 서비스는 국내 가입자 수가 카카오톡과 비교하면 대중성이 떨어진다. 신용카드사나 은행들이 ‘적과의 동침’을 선택한 이유다.

7. 서비스 확대 과제

간편결제 서비스가 확산되는 데 가장 큰 문제는 사용처 확대다. 현재 카카오페이는 다음카카오 내 서비스인 ‘선물하기’와 ‘카카오픽’에 제한돼 있다. 다음카카오 측은 지난 6일 홈쇼핑 GS샵으로 사용처를 확대한데 이어 조만간 교보문고나 소셜커머스 위메프, 배달의민족, 요기요, 배달통 등 배달앱, 홈플러스, 세븐일레븐 등 대형마트·편의점과 같이 실생활에서 모바일 결제가 많이 사용되는 서비스를 중심으로 사용처를 늘려갈 예정이다. 그러나 카카오페이의 최대 활용이 기대되는 옥션, 지마켓, 11번가 등 대형 온라인 몰로의 확장은 요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옥션과 지마켓의 경우 이미 자체 모바일 결제 시스템 ‘스마일페이’를 도입해 운영 중이다. 이와 함께 오프라인에서 결제 가능 여부도 서비스 확산을 위한 과제가 될 전망이다. 중국의 알리페이의 경우 국내 사업자들과 제휴를 맺고 국내에서 중국인들을 대상으로 오프라인 서비스도 진행하고 있다.

8. 카카오페이 왜 주목받나

많은 전자결제 서비스 중 특히 다음카카오의 카카오페이가 주목받는 이유는 해당 서비스가 가입자 3600만 명에 달하는 카카오톡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이다. 3600만 명이 이미 자신의 스마트폰에 카카오톡을 설치한 ‘잠재 가입자’라는 의미다. 그동안 신용카드업체나 은행들이 내놓은 비슷한 서비스들이 시장 안착에 어려움을 겪어왔던 것과는 출발선부터 다른 셈이다. 또 특정 업체의 신용카드만 사용할 수 있는 앱카드와는 달리 서로 다른 업체의 신용카드를 포함해 20개까지 신용카드 등록이 가능하다는 장점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카카오톡은 이용자들의 스마트폰에 이미 장전된 ‘총알’”이라면서 “방아쇠만 당기면 되기 때문에 서비스 확산은 시간 문제일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9. 해외업체 국내진출 가능성

업계에서는 미국의 페이팔이 보안과 편리성으로, 중국의 알리페이가 낮은 수수료를 앞세워 국내로 진입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특히 이들 업체가 국내에 진출할 경우 국내 업체들이 잠식당할 수 있다는 우려도 높은 상황이다. 최근 여신금융협회는 알리페이와 페이팔 등 해외 전자결제업체가 전자금융 사기를 방지하기 위한 다양한 보안기술 등 높은 시장경쟁력을 갖추고 있다고 평가했다. 또 전 세계에서 수억 명이 회원으로 가입된 두 회사가 낮은 수수료를 내세워 한국 시장에 진출하면 국내 업체들이 수수료 경쟁에서 뒤처질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중국 온라인마켓인 알리바바의 계열사 알리페이는 34개국에서 8억5000만 명의 회원을 보유하고 있다. 페이팔은 198개국 1억4000만 명이 회원으로 가입해 있다.

10. 그밖의 핀테크 서비스

핀테크란 금융서비스 운용성과를 향상시킬 수 있는 모든 기술적 과정을 일컫는 말로 금융(financial)과 기술(technique)의 합성어다. 간편결제도 핀테크의 일종이다. 최근 간편결제 외에 배달 앱들이 핀테크 서비스로 주목받고 있다. 배달 앱 업체인 배달의민족은 ‘바로 결제’라는 방식으로 쉽게 결제하도록 돕고 있다. 배달의민족이 사용하고 있는 결제 방법은 결제대행업체(PG)의 서비스를 활용한 것이다. 현재 온라인몰 등에서 사용되는 모바일 결제 방식과 유사하다. 최근 SK플래닛이 선보인 시럽오더 서비스 역시 핀테크의 사례다. 시럽오더는 사용자 주변의 제휴매장을 보여주고 가입자가 원하는 매장의 상세 메뉴를 제공해 직접 매장에 가지 않고도 맞춤형 주문과 모바일 결제까지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는 모바일 선 주문 서비스다.

임정환 기자 yom724@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