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시장경쟁 저해… 휴대전화 가격만 올려 ‘규제의 역설’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 시행 이후 오히려 휴대전화 단말기 실구매가가 상승한 것은 정부가 규제로 경쟁을 제한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16일 오전 서울 중구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전문가들은 “단통법 입법자들은 시장경쟁의 본질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기 때문”이라며 “보조금 규제로 인해 모든 국민이 예전에 비해 단말기를 비싼 가격에 사게 되는 ‘예기치 않은 결과의 가설’이 일어난 것”이라고 진단했다.

표면적으로 단통법 시행 이후 단말기 실구매가가 상승한 원인은 이동통신사들이 방송통신위원회가 정한 지원금(보조금) 상한선인 30만 원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보조금을 공시했기 때문이다. 정부가 지원금 액수를 지정(명령)하지 않는 한, 이통사의 ‘눈치 보기’가 계속돼 소비자는 높은 가격에 단말기를 구매해야 하는 상황이 이어질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이 같은 상황이 벌어진 본질적 요인은 “단통법이 시장경쟁을 저해해 ‘규제의 역설’이 발생했기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조동근(경제학) 명지대 교수는 “경쟁은 상대방의 허(虛)를 찌르는 것인데 단통법의 이통사 간 ‘같은 날 1주일 간격’의 보조금 공시는 각본대로‘싸우는 시늉’만 하게 하는 것”이라면서 “경기자 간의 경쟁을 촉진해야 할 정책당국이 경쟁을 억압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단통법 제정 당시 관련업계는 “보조금을 규제하면 소비자의 부담이 증가한다”며 재검토를 주장했지만, 정책 당국이 유통 투명성 제고와 부당한 차별대우 금지라는 명분에 사로잡혀 시장경쟁의 본질을 간과해 단통법을 밀어붙였다고 조 교수는 지적했다.

국내 단말기 출고가가 해외에 비해 높다는 주장이 허구라는 지적도 나왔다. 실제 삼성전자 갤럭시S5의 출고가(VAT 포함)를 국가별로 비교한 결과 미국을 제외한 대부분의 국가에서 해당 제품이 국내보다 높은 출고가에 출시된 것이다. 국내에서 86만6800원에 출시된 갤럭시S5는 영국에서 원화로 92만6277원에 출시됐으며 프랑스에서는 90만9762원에 출시됐다. 더욱이 국내에 출시된 모델이 32GB인 데 비해 해외 출시 모델은 16GB로 사양이 다소 떨어졌다. 또 국내 출시 모델이 배터리 2개를 제공하는 것에 비해 해외 출시 모델은 배터리도 1개밖에 제공하지 않았다.

조 교수는 “제조사는 기술개발과 시장경쟁을 통해 지속적으로 단말기 가격을 인하할 수밖에 없다”면서 “가계 통신비 부담을 가중시키는 것은 오히려 통신요금”이라고 말했다.

임정환 기자 yom724@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