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防産비리, 법정 최고형으로 엄벌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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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하 / 한남대 교수·군사학, 대만국립정치대 방문연구원

최근 국회 국방위원회의 국정감사를 통해 국방획득 및 방산(防産) 관련 각종 비리(非理)들이 봇물 터지듯이 드러나고 있다. 현재 군은 전력 증강 및 운영을 위해 매년 36조 원을 쏟아붓고 있지만, 획득 및 방산 비리로 인해 야전에는 상당수의 부실 무기체계 및 장비들이 배치, 운영되고 있다. 당장 전쟁을 치러야 한다면 이 같은 부실 무기체계나 장비를 가지고 제대로 싸울 수 있을지 의문이 들 지경이다.

사실 무기획득 및 방산 관련 비리 문제는 선진국들에서도 종종 발생한다. 하지만 그것이 위협에 대비한 군의 대비태세 근간을 위협할 정도는 아니다. 그러나 지금 우리 군의 획득 및 방산 관련 비리는 대비태세의 근간을 위협할 지경에까지 이르렀다는 데 심각성이 있다. 지난 수십 년 간에 걸쳐 국방획득 개혁 및 방산 비리 척결에 관련된 다양한 방안이 실행됐지만 이번 국정감사를 통해 드러난 각종 비리 행태를 보면 거의 실효성이 없었던 것 같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2006년 방위사업청 창설 이전에는 국방획득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청와대나 국방부 획득실의 고위 관료들에 의한 권력형 비리가 많이 발생했다. 그러나 창설 이후부터는 획득 인력들의 ‘실무형’ 비리가 주로 발생한다. 그런데 권력형 비리보다 실무형 비리가 더 심각한 것은 그것이 생계유지와 관련돼 ‘군(軍)피아’ 및 방산업체들과의 유착관계가 더 끈끈하고 강력하다는 점이다. 따라서 획득 및 방산 관련 비리를 방지하기 위한 대안들도 그에 맞춰 마련해야 한다.

첫째, 합참, 각군(전력기획), 교육사령부, 군수사령부, 방위사업청 등에서 획득 및 군수지원 그리고 방산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현역들이 주요 사업계획 관련 정보나 무기체계 및 장비 관련 군사기밀을 누설할 경우 이적(利敵)행위로 취급해 법정 최고형까지 구형할 수 있는 강력한 법안을 제정·실행할 필요가 있다.

둘째, 방위사업청 사업관리본부 획득 인력들이 입찰 정보를 누설하거나, 방산업체가 개발한 무기체계 및 장비가 요구 성능에 미달하나 장비 자체가 불량인 것을 알면서도 납품계약을 체결하는 경우에는 군의 대비태세 저하와 국방 예산 낭비 두 가지에 걸친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처벌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는 획득 인력과 납품 업체가 한 통속이 돼서 국가안보를 좀먹고 또 국민의 혈세(血稅)를 빨아먹는 범죄를 저지르는 것이기 때문이다. 단 한 차례라도 비리를 저지르면 전 재산을 몰수당한다는 인식을 갖게 해야 한다.

셋째, 방위산업 물자 및 부품 납품 계약을 체결한 독점 공급업체들이 원가부정을 행할 경우 부정당제재(입찰 참가 금지)는 물론 별도의 과징금 부과까지 추진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대기업의 하청업체들이 군수품 시험성적서를 위·변조했을 경우 영원히 군수품을 납품할 수 없도록 하는 강력한 제재 조치를 해야 한다. 사실 불량 무기체계 및 장비를 납품받는 것은 군의 대비태세 유지에 가장 악영향을 끼치는 요인이다. 핵심 부품 하나만 잘못 돼도 무기체계 및 장비가 아예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게 되는데, 이는 한번 싸워보기도 전에 장병들의 생명을 먼저 빼앗아가는 것이나 다름없다.

마지막으로, 군 병사들의 생명과 대비태세 강화에 직결되는 각종 무기체계 획득 및 장비 조달 과정을 주기적으로 감시하고, 필요할 경우 상시적으로 감사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최근 감사원에서 획득 및 방산 비리를 감사하기 위해 유관기관 합동으로 ‘방산 비리 점검 태스크포스(TF)’를 꾸려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간 것은 참으로 잘한 일이다. 차제에 이런 TF를 상설화된 조직으로 만들어 획득 및 방산 관련 실무형 비리가 발붙이지 못하도록 감시할 수 있는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