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국민연금 의결권 개입에 의한 기업 배당확대 유도 정책 신중해야”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 확대를 통해 기업 배당수준을 높이겠다는 정부 정책은 신중을 기해야 한다.”

한국경제연구원이 21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동 전경련회관에서 개최한 ‘배당정책 관련 연기금의 역할과 과제’ 세미나에서 전문가들은 국민연금 개입에 의한 기업배당 확대 유도는 한국 기업의 경쟁력 상실을 초래할 수 있다며 일제히 우려를 표했다.

최근 국민연금은 주주총회에서 의결권 행사를 통해 기업배당 확대를 유도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즉, 한국 기업들의 배당성향이 낮기 때문에 직접 개입해 이를 끌어올리겠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신정순(경영학) 이화여대 교수는 “한국 기업들의 배당 수준이 낮은 원인은 산업구조 때문”이라며 “경기를 타지 않는 제품 위주의 산업은 이익의 가시성이 높기 때문에 배당성향도 높지만, 세계 경기에 민감한 한국 산업구조에선 배당성향이 낮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실제 한국의 경우 보통 배당수준이 높은 금융주, 유틸리티, 필수소비재 등의 비중은 27%에 그치고 있는 데 비해 배당수준이 낮은 정보통신(IT), 경기소비재, 산업재 등의 비중은 약 56%에 이르고 있다고 신 교수는 설명했다.

그는 “최근 상위 10대 기업을 빼고는 대부분 잉여현금흐름(영업현금흐름에서 투자를 뺀 배당지급 여력)이 마이너스 상태인 만큼 국민연금의 개입은 기업에 상당한 부담을 안길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무권 국민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배당정책은 투자결정이나 자본조달과 밀접하게 맞물려 있는 데, 단순히 배당만 높이려고 국민연금이 적극적으로 주주권을 행사하면 장기적으로 기업 가치를 떨어뜨릴 수 있다”고 경계했다. 그는 주주에게 잉여현금흐름을 환원하는 대안으로 자사주 매입 방안을 조언했다.

전삼현(법학) 숭실대 교수는 “연기금이 정부로부터 독립적이지 못한 한국 현실을 감안할 때 연기금의 주주권 행사는 민간기업의 공기업화나 관치경제의 심화 우려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조성봉(경제학) 숭실대 교수는 “일시적 경기진작 효과를 위해 국민연금 의결권을 동원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비판했다.

김현종 한경연 기업정책연구실장은 “경제활성화 지연으로 조급해진 정부가 각종 긴급 처방을 추진하려는 데 대해 이해를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섣부른 방식은 오히려 국내 기업의 경쟁력과 강점 상실 등의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준영 기자 cjy324@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