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먹이 자판기’ 도입 검토한다는데… “악취·오염 어찌할까” 논란

재활용품 넣으면 사료 지급… 터키 이스탄불市 벤치마킹
“계획 없이 타국사례 따라해 질병 퍼뜨릴 가능성도” 지적

서울시가 재활용을 접목한 동물먹이 자판기 도입을 검토하고 있어 사회적 논란이 예상된다.

9일 시에 따르면 지난 11월 말 한 민원인이 서울시장 트위터로 터키 이스탄불의 사례를 들면서 동물먹이 자판기 설치를 제안했다.

이스탄불에서는 푸게돈이라는 업체가 자판기 상단에 빈 캔이나 페트병을 투입하면 하단에서 개와 고양이를 위한 물과 사료가 나오는 자판기를 설치, 유기 동물들에게 먹이를 제공하는 시스템을 도입 중이다. 유기동물 15만여 마리에 대한 사회적 책임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시 관계자는 “재활용도 실천하고 동물도 보호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는 좋은 제안으로 동물보호과와 자원순환과에서 내년 상반기 시범실시를 목표로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 “올바른 재활용 문화정착 및 재활용 향상을 위해 재활용 자판기(재활용품을 분리해 넣으면 회수해서 포인트를 적립해 주는 기계)에 대해 앞으로 캔, 플라스틱 등에 대한 보증금 제도 개선과 연계해 단계적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 재활용품 보증금 대상은 유리병만 해당된다.

그러나 이 같은 동물먹이 자판기가 도입되면 자판기 주위의 동물먹이 방치에다 동물들의 대소변 등으로 인한 악취와 질병 전파 등 도시 미관과 시민들의 건강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일고 있다.

실제로 시가 확인한 이스탄불 동물먹이 자판기 운영 실태를 보면 이 과정에서 동물들의 분변, 사료 찌꺼기 등으로 인한 악취, 오염과 유기동물이 모여듦으로 인한 질병 전파 우려 등 사회적 문제 등으로 인한 논란도 적지 않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터키와 서울시의 여러가지 여건 등을 면밀히 분석하고 부서 간 협조체계를 구축한 뒤 주요 공원 이나 유기동물보호소 주변 등 1∼2곳을 선정해 내년도 시범사업으로 추진하는 것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박주희 바른사회시민회의 사회실장은 “확실한 계획 없이 다른 나라의 사례가 그럴듯해 보여 무작정 따라 하는 것이라면 문제”라며 “동물보호를 위한다는 명목이라면 이미 유기동물들을 돌보고 있는 기관이나 사람들을 후원해주는 시스템이 더 낫지 않겠느냐”고 동물먹이 자판기 도입을 우려했다.

김윤림 기자 bestma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