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수품 시험성적서 작성시기·변조 확인 가능

군 당국이 방위산업 비리의 주범 중 하나로 지목돼온 군수품 시험성적서 위·변조와의 전쟁에 나섰다. 군수품의 시험분석 의뢰부터 결과 접수까지 전 과정을 온라인 전자문서로 처리해 실시간 검증이 가능케 함으로써 비리가 개입할 소지를 곳곳에서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투명성 확보를 통해 다단계 검증과정을 거치면서 비리가 줄어들 소지는 있겠지만 방산업체와 공인시험기관의 직원이 작심하고 처음부터 긴밀하게 조작할 경우 적발이 쉽지 않다는 게 한계로 지적된다.

군 당국은 군수품 시험성적서 위·변조를 100% 원천 차단하겠다는 목표로 업체들이 수기로 작성하던 성적서를 전면 폐기했다. 대신 전자문서 타임스탬프(Time Stamp·시점인증) 기능을 도입했다. 시스템에 등록되는 모든 성적서는 전자문서 타임스탬프 기능을 통해 작성 시점 및 변조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군 당국의 이 같은 조치는 지난 7년간 적발된 위·변조 건수가 2749건에 이를 정도로 극심한 상황에서 나온 고육지책으로 풀이된다.

국방기술품질원(기품원)이 최근 도입한 ‘군수품 시험성적서 정보서비스(TRIS)’는 군수품의 시험분석 의뢰부터 결과 접수까지 전 과정을 온라인으로 처리할 수 있는 정보시스템이다. 당국은 앞으로 업체뿐 아니라 육·해·공군 등 각 군으로 대상을 확대할 계획이다. 최규창 기품원 기술융복합실장은 이날 “1, 2차 부품협력업체들이 납기일을 맞추기 위해 공인기관에 시험분석을 아예 하지 않고 성적서를 위·변조하거나, 공인기관에 의뢰한 상태에서 성적서를 제출하는 등의 폐단을 원천 차단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이번에 구축된 TRIS는 다른 정부 기관의 벤치마킹 대상이 되고 있다. 하지만 최근 공인시험기관에 대한 감사에서 드러난 부실한 시험검사업무에 대해서는 근본적 대책이 요구된다.

관련 업체와 공인시험기관이 짜고 위·변조를 할 경우 감시가 사실상 어렵기 때문이다. 방위사업청은 위·변조가 확인된 공인시험기관에 대해서는 시험의뢰 계약을 취소하는 등 강력한 징계를 병행한다는 방침이다.

정충신 기자 csju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