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협정 50년…‘天皇国’ 일본과의 미래>“새역모 교과서 천황제 찬미 노골적”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사진 = 김동훈 기자 dhk@munhwa.com

“(진무 천황의) 건국 신화는 문자 그대로 신화이고, 정치적 이데올로기로서 만들어진 허구의 이야기이다. 교과서에 많은 지면을 할애하여 현실의 천황가와 혈통적인 연관이 있는 듯이 기술하는 것은 감수성이 예민한 청소년들에게 사실의 역사로서 받아들여질 우려가 있다.”

연민수(사진) 동북아역사재단 역사연구실장은 역사 왜곡 논란을 빚고 있는 ‘새로운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새역모)의 신화서술 문제점에 대해 지적했다. 한일관계사학회 회장이기도 한 그는 지난해 ‘신라극복 사관’이 투영된 ‘일본서기’의 역주본을 펴낸 바 있다. 최근에는 ‘고대 일본의 대한 인식과 교류’를 발간, 일본의 왜곡·굴절된 한국관을 비판하고 그 근원의 문제들을 파헤쳤다. 그는 “일본과의 과거사 문제에 대한 갈등과 대립이 한·일 관계를 얼어붙게 했다. 양국 관계를 불편하게 만들고 있는 역사문제의 근원은 어디에 있는가 하는 의문에 대한 답변을 제시해 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특히 연 실장은 ‘일본서기’에 나타난 대한(對韓)관이 역사적 계승을 통해 근대로 이어졌고, 일본 근대사학의 한국 고대사연구 기본 사료가 됐다고 주장한다. 그는 “이른바 근대 식민사학의 문제점, 비판은 고대에서 출발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강조한다.

잘못된 인식에 의해 오해와 불신을 유발하고, 그것이 재생산되어 선입견적인 고정관념으로 자리 잡은 한·일관계사는 지금도 ‘교과서 왜곡’이라는 형태로 반복되고 있다. 새역모의 교과서를 중심으로 하는, 일본 우익 교과서는 패전 후 연합국이 만든 일본국헌법, 교육기본법 등에 의해 속죄 사관에 빠진 일본인들의 자신감을 회복시켜 주는 걸 목표로 삼는다. 예컨대 ‘일본군 위안부’ ‘난징(南京)대학살 30만 명설’ ‘오키나와(沖繩)전 집단자결군명령설’ 등에 대해선 축소·은폐 혹은 완전 삭제를 목표로 한다. 연 실장은 “새역모 교과서가 현재 채택률이 1%에도 훨씬 못 미친다고는 하지만 그들이 자평하고 있듯이 기타 교과서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다. 특히 ‘새역모’가 부정하고 있는 ‘일본군 위안부’ 기술이 대부분의 교과서에서 사라진 게 그 증거다”고 우려했다.

메이지(明治) 시대 ‘일등 국가’로 가기 위해 구심점으로 삼았던 천황제 이데올로기의 공고화도 계속된다. 이는 건국 신화 등의 형태로 포장되고 있는데, ‘고대 일본의 대한 인식과 교류’에 따르면 ‘천황호의 시작’이라는 표제어를 단 항목은 “중국에서는 자주 혁명이 일어나 왕조가 교체되었다. (중략) 일본의 천황은 역사상 권력으로부터 떨어져 있던 기간이 길었다. 시대가 바뀌어도 천황을 대신할 자는 없었다”고 기술한다.

연 실장은 이에 대해 “천황권이 가장 발달했던 고대에도 천황의 외척에 의해 권력이 좌지우지된 적이 많았고, 근대 천황제가 들어서기까지 천황의 존재란 일개 지방의 군소 다이묘(大明)보다 못한 명목적인 존재에 불과했다”며 “시대의 권력자들이 천황을 정치적으로 이용하기 위해 존속시켰던 역사적 사실을 애써 외면하고 있다. 천황제 찬미가 노골화되어 있어 특정한 이데올로기를 주입하려는 의도가 분명히 나타난다”고 지적했다.

글 = 박동미 기자 pd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