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경제, 사회적 기업 1000개 시대>소셜벤처 38人의 ‘담대한 도전’… “취약계층과 함께 가자”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지난 11월 4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 오디토리움에서 열린 ‘2014년 사회적기업가 육성사업 페스티벌’에서 김재구(앞줄 여섯 번째)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장이 성공적인 창업을 일궈낸 사회적기업가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 제공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이 올 한 해 사회적기업가의 생생한 창업도전기를 담은 ‘사회적기업가 육성사업 우수사례집’(아래 사진)을 22일 발간했다. 진흥원은 한 해 동안 다양한 방식으로 사회적기업가 양성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사회적기업가 육성사업’은 창의적인 사회적기업 아이디어를 가진 팀을 선발해 멘토링, 창업공간, 사업자금 등 창업의 전 과정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2011년부터 현재까지 이 프로그램을 통해 1400여 개의 사회적기업 창업팀이 배출됐다.

사례집에는 진흥원의 지원프로그램에 사회적기업가 38명의 도전과 열정, 성장 과정이 인터뷰 형식으로 담겼다. 취약계층 주거시설 개선이라는 사회적 목적을 실천하고 있는 ‘SUNLAB(선랩)’은 2013년 6월 설립됐다. 현승헌 선랩 대표는 “건축가가 어떤 사회적 역할을 해야 하는지 고민하면서 소셜벤처를 시작하게 됐다”며 “우리 사회가 건축가에게 요구하는 역할은 열악한 사람들의 주거문제를 해결하는 일에 닿아 있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선랩은 현재 세 가지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다. 첫째는 노후 주거지역 개선을 위한 지역 재생프로젝트, 둘째는 자원봉사자, 주민들과 함께하는 취약계층의 집수리 작업, 셋째는 자재비를 절감하기 위한 폐자재나 재활용 자재 보관 업무다. 현 대표는 “취약계층이 노후한 주거시설에 거주하면서 삶의 질은 계속 나빠진다”며 “가장 효율적이면서 시행착오가 적은 집수리 방식으로 공장에서 과자를 찍어내는 것처럼 빠르게 삶의 질을 개선하는 것이 선랩의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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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추는 헬렌켈러’는 비장애인보다 감각이 더 예민한 시각장애인, 청각장애인의 장점에 초점을 맞춰 2013년 7월 탄생한 사회적기업이다.

장애인의 잠재력을 기대하지 않는 사회적 풍토로 개인의 삶이 주목받지 못하고, 삶의 동기 부여를 하기 어려운 만큼 춤추는 헬렌켈러는 장애인의 숨겨진 재능을 발굴해 이들이 사회적인 삶을 이어갈 수 있도록 한다는 사업철학을 갖고 있다. 장애인이 가진 내면으로 집중하는 힘과 뛰어난 오감을 명상이나 춤에서 발휘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정찬후 춤추는 헬렌켈러 대표는 “앞으로 40년 비전을 갖고 장애인이 불쌍하다는 식의 사회적 인식을 바꾸고 싶다”며 “한국에 있는 29만 명의 시각장애인이 장애를 다른 방식으로 바라보고 이겨내길 바란다”고 말했다.

‘알로하아이디어스’는 다문화가정 자녀가 어린 시절 부모로부터 한국어를 제대로 습득하지 못해 초등학교 진학 이후 어려움을 겪는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설립됐다. 다문화가정 여성은 결혼과 출산 사이의 과정이 짧고, 사회에 적응하기도 전에 경제활동에 나서는 경우가 많다. 자연스럽게 아이들의 경우 한국어 습득이 더디고 엄마의 영향을 고스란히 받게 된다. 알로하아이디어스는 한국어에 익숙지 않은 다문화가정 여성이 친근한 목소리와 함께 아이와 책 읽는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기존 독서보조기의 경우 성우가 읽어주는 획일적인 목소리인 데 반해 알로하아이디어스는 가족의 목소리를 녹음해 아이에게 들려줄 수 있는 독서보조기를 판매한다. 알로하아이디어스의 독서보조기 ‘담뿍이’는 쉬운 한국어로 된 전래동화와 가족이 직접 녹음할 수 있는 장비로 구성돼 있다. 김지영 알로하아이디어스 대표는 “다문화가정 엄마와 아이가 보다 친밀한 유대감을 형성하며 함께 학습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핑거119’는 산업현장에서 절단사고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휴대용 응급장비를 개발한 사회적기업이다. 우리나라 산업현장에서 한 해 발생하는 손가락 절단 사고는 8000여 건에 이른다. 사고 피해자의 현장 복귀 비율은 39% 정도로 낮다. 이재욱 핑거119 대표는 “사고현장에서 곧바로 적절한 조처를 하면 손가락 봉합이 가능하지만, 응급시설과 지식 부족으로 봉합률이 떨어진다”며 “병원의 전문화된 응급조치 방법을 소형화·경량화해 사고현장으로 가져와 절단된 신체 부위를 안전하게 병원 수술실까지 가져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사업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핑거119의 응급처치 장비는 잘린 신체 부위를 차갑게 보관할 수 있는 냉매와 이를 운반할 수 있는 통으로 구성된다. 특별한 설명서가 필요 없을 정도로 구성과 사용방법이 간단하다.

사례집에는 ‘스타 사회적기업가’ 프로그램을 통해 지원받은 곳들도 소개돼 있다. 스타 사회적기업가 프로그램은 사회적기업가 육성사업에서 두각을 나타낸 창업팀을 대상으로 우리은행에서 총 1억 원의 사업자금과 멘토링 등을 후원하는 것이다. 사회적기업의 안정적인 성장을 돕기 위한 프로그램이다. 지난해 8명의 제1기 스타 사회적기업가가 탄생한 데 이어 지난 11월 제2기 스타 사회적기업가 8명이 배출됐다.

김재구 진흥원장은 이 같은 기업 사례를 포함한 ‘사회적기업가 육성사업 우수사례집’을 발간하면서 “우수한 사회적기업가의 사례는 사회적기업가를 꿈꾸는 많은 청년에게 본보기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우수 사례집은 진흥원 홈페이지(www.socialenterprise.or.kr)에서 열람할 수 있다.

김영주 기자 everywher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