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대학 구조개혁, 더 과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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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철일 / 서울대 교수·교육학

올해 1월 초 대학가를 뒤숭숭하게 했던 ‘대학 구조개혁 추진계획’의 구체안이 마련됐다. 당장 내년부터 평가가 시작돼 8월에 1차 평가 결과가 발표될 예정이라고 한다. 예상되는 학령인구 감소에 대비해 2023년까지 9년에 걸쳐서 16만 명의 대학 입학정원을 감축하는 것이 주목적이다. 입학정원을 제대로 채우지 못하는 여러 대학이 이미 나타나기 시작한 점을 고려할 때, 미래를 예견하고 이런 불가피한 조치를 하는 것은 피할 수 없다. 문제는 실제로 입학정원을 줄이는 절차를 어떻게 실행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지난 11개월 동안 ‘구조개혁’ 관련 지표를 공개하고 두 차례의 공청회를 통해 이른바 ‘공정성’을 향상시킨 안(案)을 최종 확정 발표했다.

최종안의 핵심 골자 가운데 하나는 3년 단위의 평가를 해서 2회 연속 최하위인 E등급을 받은 대학을 퇴출시키는 것이다. 비교적 장기간의 평가 기간 중 일정 점수 이하를 받은 대학을 대상으로 정원을 감축하겠다는 것이다. 이 안은 언뜻 절차성과 공정성을 확보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 구조개혁안은 실제 적용 과정에서 원래 의도대로 정원 감축이 제대로 이뤄질 것인가 하는 문제와 이 과정에서 대학의 자율성이 심각하게 왜곡(歪曲)될 가능성이 동시에 내포돼 있다.

먼저, 이번에 제안된 안이 실행될 경우 입학정원이 제대로 감축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예컨대, 개별 대학들이 이 기간에 일정 수준 노력을 해서 최하위 점수를 벗어난 D등급을 받는다면 현실적으로 이 대학들을 퇴출시킬 수 있는 근거가 없게 된다. 비록 평가에서 낮은 수준을 받았지만 기준점 이상이기 때문에 퇴출시킬 수 없다는 논리의 적용을 받게 되는 것이다. 대학의 입학 정원을 일정 수준 이상 반드시 줄여야 하는 것이 합의된 목적이라면 이것을 실현하는 장치로서 예컨대, 상대평가 방식의 반영을 고려할 수 있다. 또한, 이러한 대학 평가 방식 외에도 입학정원 감축이 기대되는 대학의 통·폐합을 효과적으로 유도하는 별도의 정책적 노력을 지속할 필요가 있다.

다른 한편, 입학정원 감축이라는 목적을 위해 비교적 장기간에 시행되는 ‘대학 구조개혁 평가 방안’이 대학의 자율성 신장에 예기치 않은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앞으로 9년 간에 걸쳐서 외부 요인에 의한 타율적인 구조조정이 이뤄질 때 과연 긍정적 성과만 있을 것인가? 대학의 발전 방안이 입학정원 감축으로 초점화될 때 주객전도(主客顚倒)의 부정적 결과가 나타날 수 있다. 개별 대학의 자율적이고 독창적인 경쟁력 확보 노력이 정부의 구조조정을 위한 평가 지표에 의해 약해지는 상황이 생길 수 있는 것이다. 예컨대, 취업률에 대한 지속적인 강조에 대학들이 임기응변적으로 대응하는 과정에서 대학 본연의 또 하나의 기능인 연구 부문이 약해지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대학 입학정원 감축을 목표로 하는 ‘대학 구조개혁 평가 기본계획’이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목표 달성에 충실한, 실질적이면서도 전격적인 안으로의 수정이 필요하다. 또한, 개별 대학의 자율성을 기반으로 하는 경쟁력 확보 노력을 저해하거나 상충하는 결과가 나타나지 않아야 한다. 이를 위해 대학 구조개혁의 명분으로 이뤄지는 정부의 개입은 최소화 및 단기간에 이뤄지도록 실행돼야 한다. 대학의 경쟁력은 결국 환경 변화에 대응하려는 개별 대학의 자율성으로부터 나타난다는 과거 경험을 잊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