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 레지스탕스가 죽어가며 떠올린건 ‘가족’… 그리고 ‘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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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탁의 기쁨 애덤 / 고프닉 지음·이용재 옮김 / 책읽는수요일

“마지막 며칠 동안, 자유의 몸이었을 때 함께 나눴어야 했던 맛있는 음식에 대해 많이 생각했습니다. 제가 없더라도 가족들은 한데 모여 드시겠죠. 하지만 제가 없다고 너무 슬퍼하지는 마세요. 제발! 제가 살아 있을 때 함께 나눴던 기억만 떠올리고, 이젠 더 이상 나눌 수 없다는 아쉬움에 대해서는 집착하지 마세요. (중략) 피에르, 르네와 함께했던 새해의 정찬도 즐거이 떠올려 봅니다. 아시다시피 삶에서 음식의 문제는 굉장히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1942년 5월 24일, 파리의 레지스탕스 자크 드쿠르(본명 다니엘 드쿠르드망슈)는 죽음을 몇 시간 앞두고 가족들에게 편지를 쓴다. 거창한 건 없다. 그저 가장 즐겼던 식사를 언급했을 뿐. 미국 뉴욕 출신으로 2013년 프랑스로부터 문화예술에 대한 공로를 인정받아 슈발리에 메달을 받은 애덤 고프닉은 ‘파리의 레스토랑을 사랑한 뉴욕의 에세이스트’라고 불리기도 한다.

그는 드쿠르의 편지에서 확인할 수 있는 그의 ‘마지막 생각’에 경의를 표했다. “인간으로서 그의 최후에 동정을 넘어 공감하며, 그 용기에 경이로움을 느낀다. 공감하는 이유는 식탁의 의식, 식사의 기억, 심지어 여기저기서 오가는 대화며 딸그락거리는 소리 등의 음식에 대한 감각이 우리를 인간이게 만들고 기억의 핵심을 형성해 주는 감각과 궤를 같이하기 때문이다” (14쪽)

책은 시종일관 드쿠르의 그 ‘정신’이 왜 중대한지를 이야기한다. 삶을 하나의 큰 덩어리로 보고, 제대로 살기 위해서는 원칙만큼이나 쾌락도 충분히 누려야만 한다는 것. 이를 위해 저자가 풀어내는 이야기의 범위는 넓으면서도 깊다. 레스토랑이 탄생한 배경과 의미, 레시피를 보는 주의점을 알려 주기도 하고, 커피를 마시는 심리 속에 숨겨진 계급의식을 파헤치기도 한다.

또 육식과 채식에 관한 논쟁 속으로 독자들을 이끌고 가며, 와인과 미슐랭 가이드, 프랑스·미국·이탈리아의 레스토랑에 대해서도 해박한 식견을 드러낸다.

또한 디저트의 단맛으로 식사를 끝내는 행위에 대해서도 한번쯤 고민해 볼 지점을 제시한다. 고프닉은 드쿠르의 감성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고 하지만, 정작 독자들은 고프닉이 ‘먹는다는 것’을 삶과 인본주의, 철학, 취향 등과 잘 버무려 내어놓는 실력에 감탄을 반복할 수밖에 없을 것.

“인간의 마음은 입맛보다 빨리 변한다. 레스토랑의 번성 원인은 세 가지 측면, 즉 지적(정신적 이유), 상업적(교역적 이유), 감정적(도덕적 이유)으로 나누어 생각할 수 있다. (중략) 레스토랑의 장점은 돈만 있으면 누구나 음식을 사 먹을 수 있다는 점이었다. 새로운 사회 모델과 함께, 인간의 동물적 측면인 식욕은 다듬고 다스릴 수 있으나 궁극적으로는 재형성할 필요가 없다는 새로운 믿음도 딸려 왔다.” (31쪽)

책을 덮고 나면 드쿠르가 왜 삶의 마지막 순간, 음식을 떠올렸는지 십분 이해하게 된다. 그리고 다시, 찰스 다윈이 깨달은 “행복한 나날도 있었습니다. 맛있게 먹은 저녁을 떠올려 보세요”라는 ‘진실’을 좇으며 살게 될 것이다.

박동미 기자 pdm@munhwa.com